이름이 힌트, 그랜드 캐년

Day 70 - 미국 그랜드캐년 (Grand Canyon)

by 바다의별

2017.04.12


아침에 모뉴먼트 밸리에서 일출을 본 후, 그랜드 캐년으로 향했다. 사실 규모가 크다고는 하지만 사진으로 봤을 때 예쁘다는 느낌이 들지는 않아서 사실 별로 기대를 하지는 않았다. 그저 얼마나 큰지 한번 보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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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차를 타고 처음으로 그랜드 캐년 전망이 보이는 순간, 할 말을 잃었다. 지금까지 본 캐년들은 다 귀여운 수준이었다. 묘사할 말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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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말고 다른 친구들도 모두 그랬던 것 같았다. 갑자기 다들 입을 벌리고 말이 없어졌다. 왜 그랜드캐년을 마지막 날에 갔는지 알 것 같았다. 만약 앞선 캐년들을 그랜드 캐년 다음에 봤다면 감흥이 덜 했을 것 모른다. 물론 모두 제각각의 매력들이 있었지만, 규모 면에서는 전혀 놀랍지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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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멋져서 평소 잘 하지 않는 짓까지 했다. 워낙 겁도 많고 안전하지 않은 건 절대 하지 않는 걸 원칙으로 두는데, 그랜드 캐년의 엄청난 규모가 사진에는 잘 담기지 않아서 사람과 함께 사진을 찍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이진 않지만 뒤로도 바위가 있어서 아주 위험한 곳은 아니었는데, 이 사진을 찍어준 친구가 더 무서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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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 전망대에서 트레킹 코스까지 천천히 걸어가는 길. 사진에서 보았듯 브라이스 캐년을 비롯해 다른 곳에서 느꼈던 '예쁘다'는 느낌은 없었지만, 예쁘고 멋지고 그런 걸로는 어차피 표현될 수 없는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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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의 이름만이 이곳을 가장 잘 표현해준다. 'Grand'. 숫자로 나타내 보자면, 깊이는 1.5km가 넘고 너비는 최대 약 30km, 길이는 무려 445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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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패키지 투어라 시간이 넉넉하지 않아서 트레킹을 많이 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최대한 열심히 걸으며 그 규모를 더 가까이에서 느껴보았다. 1시간 정도 내려가고 1시간 15분 정도 되돌아 올라온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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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이 코스를 따라 가장 밑에까지 쭉 걸어 내려갔다 올라오려면 중간에 캠핑을 해야 한다고 한다. 그건 다음 기회를 기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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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걷는 길은 빙빙 둘러있어, 어차피 위에만 계속 있는 기분이었다. 그래서 오래 걷는다 해도 1시간으로는 풍경이 크게 변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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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계속 걸어내려 가게 되었다. 같은 풍경이지만 너무나 멋졌으니까. 더 내려가면 내려갈수록 올라올 길이 멀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래서 분명 후회하게 될 걸 알면서도, 나는 계속 걸어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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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만큼은 사진이 아니라 반드시 직접 느껴보아야 한다고, 나는 지금도 주위 사람들에게 말하고 있다. 이 거대함을 마주한 느낌을 공유하고 싶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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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소한 메모 #

* 사진이 더 멋질 때도 있지만, 어떤 곳들은 그 어떤 사진으로도 실제 모습이 담기지 않기도 한다.
* 캠핑의 즐거움을 슬슬 느끼기 시작한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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