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여행을 마치며

Day 34~76 미국, 캐나다

by 바다의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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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매력


나는 주로 도시보다는 자연풍경이 멋진 관광지를 더 선호하는 편이다. 도시는 그 속의 구석구석이 특별할 수는 있어도, 대단한 랜드마크가 있는 것이 아니라면 그 자체의 전망만을 놓고 보았을 때는 보통 심드렁해질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이번에 순수 자연을 많이 본 뒤에 느끼는 도시가 얼마나 달콤한지를 알게 되었다. 디저트로 상큼한 과일 푸딩을 즐겨먹다가, 찐득한 초콜릿 케이크를 한 입 베어 물었을 때의 느낌이랄까? 한 가지만 계속 먹으면 지겨워질 수밖에 없으니까. 특히 북미 여행 처음과 마지막을 장식한 뉴욕의 경우 너무나 편리하고 깨끗해서(도시 전체가 아니라 식당이나 주요 시설들), 그리고 새 만한 벌레들이 없어서 더욱 좋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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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자연


물론, 북적거리는 큰 도시가 많은 북미라고 해서 자연 풍경이 남미에 비해 부족한 것은 아니다. 나는 아주 멋진 오로라도 눈에 담았고, 뮤어 우즈에서 풀냄새도 실컷 맡은 데다, 그랜드 캐년 한 귀퉁이에도 앉아보았다. 앞으로 힘든 일이 생길 때 나는 이 기억들을 떠올리며 우주 속의 먼지 티끌이 되어볼 것이다. 평생토록 기억에 남을 장면들이 또 한 번 수북이 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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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생활 속에


뉴욕에 도착하자마자 고등학교 친구를 만나고, 시애틀에서는 아주 8년 전 처음 만났던 베트남 친구도 만나고,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사촌언니를 만나고, LA에서는 지난해에도 보았던 또 다른 고등학교 친구도 만났다. 현지에 사는 사람과 나 같은 여행객은 그 무엇에 대한 것이든 시선도 다르고 목적도 다르고 선택도 다르다. 환상을 가지고 있던 곳들에 가고 전부터 먹고 싶었던 음식을 먹는 동시에, 현지인들의 생활에 조금이나마 녹아들어 갈 수 있는 방법. 외국에서 친구와 가족을 만난다는 것은 언제나 편하고 설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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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식을 취하는 방법


인생을 사는 것이 처음이듯 이런 여행을 하는 것 또한 처음이었다. 여행으로 2주를 넘겨본 적이 거의 없었는데, 개월 단위의 여행을 하다니. 계획이 정해져 있어 쉴 새 없이 달렸던 남미 여행이 끝나고 나는 다시 내 페이스를 되찾아야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그래서 지치는 동시에 내 지친 마음을 스스로 이해하지 못해 나는 더 힘들고 외로워졌다. 권태로움에 빠져 조금 우울해지기도 했다. 장기여행에서 여행과 일상을 구분하기란 쉽지 않지만, 퀘벡시티에서의 따뜻한 휴식 이후 나는 나에게 맞는 속도와 패턴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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