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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아프리카 여행 시작

Day 88 - 나미비아 칼라하리 (Kalahari), 남회귀선

by 바다의별

2017.04.30


모로코도 아프리카 대륙에 위치한 나라이지만, 북아프리카만을 여행하고서 아프리카를 여행했다고 말하기에는 조금 아쉬운 감이 있다. 아프리카 대륙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사하라 이남의 아프리카는 북아프리카와는 눈에 보이는 풍경도, 사람들이 생활하는 모습도 매우 다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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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우리와 함께 일주일을 보낼 가이드를 만났다. 이름은 빌렘이었다. 첫날은 그나마 이동시간이 많지 않아서 약 4~5시간 정도 달렸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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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라하리 사막으로 향하는 길, 남회귀선(Tropic of Capricorn) 푯말 앞에 잠시 내려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남회귀선은 해가 여기보다 더 남쪽으로 내려가지 않는다고 그은 선이다. 적도에 있던 해가 점점 남쪽으로 향해 오다가 이 선 위에 오면 그때부터는 다시 북으로 올라가 북회귀선까지 올라간다고 한다. 이 선 위에 해가 있는 날이 바로 동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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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라하리에서 우리가 간 곳은 게임 랜치(game ranch)인데, 게임은 야생동물을 의미하고 랜치는 목장을 의미하는데 이곳은 숙소와 레스토랑을 운영하면서 사파리 투어, 즉 게임 드라이브(game drive)를 제공한다. 가이드의 설명에 의하면 이 땅을 개인적으로 사서 이렇게 운영하는 것이랬는데, 땅에 살고 있는 동물들까지 이 사업장(?)의 소유가 될 수는 없을 것 같지만 아마 이런 활동을 하는 것에 대해서 허가를 받아 운영하는 것 같다. 근처에 다다르니 기린들이 보였다. 난생처음 보는 야생 기린이라 굉장히 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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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방은 언덕 위에 있는 오두막 같은 것이었는데, 방이 생각보다 넓고 욕조도 있었다. 욕조를 쓰지는 않았지만 욕조 옆 창밖에 타조들이 뛰어다녀서 이것 또한 신기했다. 나중에는 훨씬 많은 동물들을 훨씬 더 가까이에서 보게 될 테지만, 이런 건 나미비아에서 처음 경험했기에 기억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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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식당 근처인데 스프링복(springbok)을 비롯해 다양한 동물들이 왔다 갔다 지나다니고 있었다. 스프링복은 나중에 게임 드라이브(사파리)에서도 봤는데 폴짝 뛰는 것이 너무나 귀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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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나의 첫 게임 드라이브 시작! 우리 가이드가 아닌 이곳 전문 가이드가 4륜 구동 차를 운전해 달리는 것이다. 우리는 이런 걸 흔히 사파리라고 부르는데 원래 스와힐리어로 사파리는 여행을 뜻한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굉장히 넓은 의미를 포함하고 있어서, 이런 투어들은 대부분 게임 드라이브라는 좀 더 구체적인 표혐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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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그렇게 많은 동물들을 본 것은 아니었다. 친구는 예전에 보츠와나에 다녀온 적이 있어 이미 수많은 동물들을 봐서인지 당연히 큰 감흥이 없어 보였고, 처음 해보는 나도 기대에는 조금 못 미쳤다. 그럼에도 처음이라 그냥 차에 타고 동물들을 찾아보는 것만으로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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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도착 전 근처에서 보았던 기린을 다시 발견하니 반가웠다. 가장 좋아하는 동물을 묻는다면 아마도 코끼리라고 답할 것 같지만, 기린 또한 아프리카의 넓은 땅을 상상했을 때 함께 등장하던 동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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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드가 한 마리가 더 있다고 해서 열심히 주위를 둘러보니, 저 멀리 기린 한 마리가 목을 삐딱하게 한 채 풀을 오물오물 씹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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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 영양(antelope) 종류인 오릭스(oryx), 스프링복(springbok), 이랜드(eland), 윌더비스트(wildebeest, '누'라고도 하는 듯) 등도 보고 타조, 말 등 다른 동물들이 움직이는 것들도 보았다. 그런데 꽤 멀리서 보아야 해서 조금 아쉽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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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에 잠시 내리기도 했다. 이 나무가 힘겹게 들고 있는 것은 social weaver라는 새들의 둥지인데 우리말 이름은 그대로 번역한 것 같은 '떼베짜는새'라고 한다. 이들은 엄청나게 큰 둥지를 틀어 많게는 400~500마리가 함께 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한다고 한다. 사진 속의 둥지는 작은 편이고, 훨씬 큰 것들도 많다. 너무 크고 무거워져 나무가 쓰러지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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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칼라하리 아카시아 나무의 열매 같은 것으로서 씨앗주머니라고 한다. 반달 모양으로 납작하고 굉장히 단단한 거라 가이드가 맨 손으로 자르기 힘들다고 했는데, 나는 첫 시도에 반으로 잘렸다. 나도 당황하고 가이드도 당황하고 친구도 당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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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뉘엿뉘엿 넘어가기 시작하니 땅이 더 붉어져 멋있었다. 첫 게임 드라이브를 기념하며 친구가 사진을 한 장 찍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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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드라이브를 마치고 석양을 보러 갔다. 가니까 우리 차뿐 아니라 다른 차들도 모여있었다. 임시 테이블 위에는 샴페인과 맥주, 과자, 땅콩 등이 있었다. 하지만 해는 금방 넘어가기에 간식과 술보다도 지평선 뒤로 넘어가는 해에 집중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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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언킹의 첫 장면(물론 그건 일출이지만)이 떠오르기도 한 일몰이었다. 일출이든 일몰이든, 쉽게 탁 트인 지평선을 볼 수 있는 아프리카 땅에서 보는 것이 가장 멋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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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는 금방 넘어가고, 어느새 붉은색은 줄어들고 깊은 파란색으로 하늘이 물들었다. 저 위에는 아까 내가 맨 손으로 잘라버린 아카시아 씨앗주머니 모양의 달이 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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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은 고급스러운 뷔페였다. 내가 좋아하는 구운 채소도 많았고 스테이크와 스프링복 고기도 있었다. 심지어 먹고 있는데 낮에 보았던 그 스프링복이 또 근처를 어슬렁거려 괜히 미안했다. 예전에 아이슬란드에서 말고기 스테이크를 먹었을 때 느꼈던 야생동물 특유의 향 같은 것이 있기는 했지만, 나는 뭐든 잘 먹는 편이라 스프링복 고기도 잘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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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밤에는 전날보다 별이 더 잘 보였다. 아무래도 주위에 불빛이 거의 없다 보니 가능했다. 게다가 하늘에는 구름 한 점 없었다. 은하수가 잘 보여서 너무나 멋졌다. 아마 나미비아에서 보았던 밤하늘 중 가장 멋진 밤하늘이 아니었었나 싶다. 이후에는 완전히 맑은 날씨가 잘 없어서, 주위에 불빛이 없어도 별이 이렇게 잘 보이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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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초록색 지붕은 우리 숙소였는데, 숙소로 향하는 모래 언덕 위에 서 있으니 불빛이 더 없어서 별이 더 환히 빛났다. 하지만 사진을 찍기 위해 바닥에 삼각대를 고정시키는 동안 잠시 손전등을 비추었을 때, 기절초풍할 뻔했다. 그 손전등 불빛이 주변 딱정벌레들을 모두 유인시켰던 모양이다. 금세 주변에 발 디딜 곳이 없을 정도였다. 잠시 불을 끄고 기다렸다가 다시 주위를 둘러보니 다행히 모두 사라져 있었다. 나는 불빛 없이 감으로 대충 삼각대를 모래 속에 꽂아두고 얼른 사진을 찍고 방으로 대피했다. 급하게 찍었지만 그래도 이런 사진을 한 장 건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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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소한 메모 #

* 이렇게 많은 동물들이 야생에서 뛰어다니는 모습을 난생처음 보았던 곳.
* 그리고 시작된 질문, '동물원이 과연 필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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