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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왕자의 별 같은 곳

Day 89 - 나미비아 공룡 화석과 퀴버 트리(Quiver tree)

by 바다의별

2017.05.01


칼라하리에서 아침 식사를 하고, 공룡 화석을 보러 갔다. 나미비아 도착 첫날부터, 아니 도착 전부터 우리를 애타게 했던 여행사 직원이 최종 일정표를 제대로 전달해주지 못한 탓에 이곳에 대해서는 가이드를 통해서 알게 되었다. 일정표 초안에 따르면 바로 피시 리버 캐년으로 이동하는 것이 맞지만, 어차피 열심히 달려도 이날 저녁에 캐년을 볼 수 없을 테니 이곳에 들르는 것 같았다. 메소사우루스(Mesosaurus) 공룡 화석과 퀴버 트리(Quiver tree)들을 볼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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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됐든, 우리가 원래 가고 싶었던 장소 한 곳은 시간이 부족해 못 간다고 하면서 일방적으로 다른 일정을 끼워 넣은 것이 조금 못마땅한 상태였다. 가이드 잘못이 아니라 그 직원의 잘못이니 뭐라 할 수도 없고, 일단은 출발했다. 가이드가 굉장히 멋진 곳이라고 했으니 우선은 기대해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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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최소한의 기대감을 가지고 있었는데, 목적지에 가까워질수록 그 기대감은 커지기 시작했다.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그동안 보았던 것과 달리 굉장히 새로웠기 때문이다. 퀴버 트리들이 상당히 예쁘면서도 독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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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원래 그냥 농장이었는데, 주인이 도로를 내는 중에 화석이 발견되어 이렇게 화석을 보존하고 관광객들이 오면 보여주는 그런 곳이 되었다고 한다. 아들이 돌을 주우며 놀다가 한 번은 큰 조각을 하나 들고 왔는데, 옆에 구멍이 있는 모양이 이상해서 지질 쪽 전문가에게 의뢰했더니 굉장히 선명한 화석이었다고 한다. 직접 깨보지 않고 의뢰할 생각을 한 것도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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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박물관에 가면 유리벽 안에 놓인 화석을 볼 수 있을 뿐인데, 이곳에서는 직접 만져볼 수도 있게 해줘서 재밌었다. 고생물학 체험이라도 온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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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가지 재미있었던 사실은, 위의 화석의 경우 배설물까지 함께 화석이 되어 있는데, 이를 보고도 뭘 먹었는지 알 수 있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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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선명한 이 화석이 바로 이곳 농장 주인 아들이 아빠에게 들고 갔다는 묵직한 화석이다. 메소사우루스(Mesosaurus)는 작은 악어 모양의 도마뱀 같은 공룡이었는데, 여러 화석을 보고 있으니 그 크기가 가늠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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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석을 실컷 구경하고는 조금 더 차를 타고 올라가 퀴버 트리들이 모인 곳으로 갔다. 퀴버 트리는 가지가 계속 2개로 갈라져 나온다고 한다. 예외가 없을까 하고 자세히 살펴봤는데 눈 아파서 금방 그만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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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로에의 일종이라 잎에서 나오는 액을 상처 부위 등에 바르기도 한다고 한다. 화살통이라는 뜻의 'quiver'를 이름으로 얻게 된 것은 아주 오래전 부시맨들이 이 나무를 이용해 화살통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나무의 가지와 기둥 속이 매우 부드러워 파내기 쉬웠을 것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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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주위에는 화산석들까지 있어 풍경이 더 멋졌다. 소설 '어린왕자'에 나오는 어린왕자의 별은 바오밥나무가 있는 곳이지만, 이 풍경을 보고 있으니 왠지 그의 별이 더 생생하게 와 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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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장 주인에게 퀴버 트리도 멋지지만 저렇게 쌓여있는 화산석도 너무나 멋지다고 감탄하자, 그는 한국인들이 이곳에 올 때마다 묻는 질문이 있다고 했다. 그것이 뭐냐고 물으니 저 돌들을 사람이 직접 쌓아 올린 거냐고 묻는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나미비아 사람들은 한국인들만큼 부지런하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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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길이 멀어 원하는 만큼 오래 있지는 못했지만, 지금도 나미비아 여행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들 중 하나이다. 또 다른 행성에 다녀온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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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시 리버 캐년까지는 먼 길이라 달리고, 점심 먹고, 또 달려야 했다. 저 멀리 해가 떨어지는 것이 보였다. 구름과 지평선 사이에 끼어있는 하늘을 보니 왠지 구름이 해를 누르고 있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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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밑으로 내려갈수록 하얀 구름이 점점 더 빨갛게 물들었다. 어쩜 이렇게 구름에 새빨간 선이 들어갈 수 있는지. 정말이지 아프리카의 석양은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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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늦게 숙소에 도착해 오릭스(oryx) 고기로 된 꼬치를 먹었다. 나미비아에서 먹은 대부분의 식사가 모두 만족스러웠다. 이것도 마찬가지. 바로 전날 게임 드라이브를 하며 예쁘다고 소리친 동물을 먹자니 조금 마음이 안 좋기도 했지만, 이 모든 것이 결국 라이언킹에서 알려주는 'Circle of life'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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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소한 메모 #

* 아무 생각이 없던 곳이었기에 더 큰 감동을 받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 "하지만 황금빛 머리카락을 가진 네가 나를 길들인다면 정말 근사할 거야. 그렇게 되면 황금빛이 물결치는 밀밭을 볼 때마다 네 생각이 날 테니까... 그렇게 되면 나는 밀밭 사이로 부는 바람 소리도 사랑하게 될 테니까... 부탁이야... 나를 길들여줄래?" - 생텍쥐페리, '어린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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