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91 - 나미비아 사막 소서스블레이(Sossusvlei)
2017.05.03
아침에 5시에 일어나 서둘러 텐트를 정리하고 간단히 씻은 뒤 얼른 차에 올라탔다. 최대한 빨리 나미브 사막 국립공원에 들어가기 위해서였다.
5시 45분쯤 입구에 도착했는데, 먼저 온 차들이 꽤 많이 있었다. 순식간에 우리 차 뒤로도 여러 대가 와서 섰다. 저 멀리 지평선에 해가 뜨려는 조짐이 보였다. 하지만 6시에 열어주도록 되어있는 입구는 6시 15분이 되어서야 열렸다.
그래도 차를 타고 달리는 중에 잠시 내려 뒤에서 해가 뜨는 걸 보고 갈 수 있었다. 비록 모래 언덕 위로 올라오는 해는 못 봤지만, 이것도 충분히 멋졌다.
가장 먼저 도착한 곳은 듄 45(Dune 45). 국립공원 입구인 세스림(Sesriem)에서부터 45km 정도 걸리기도 하고, 이곳의 사구들을 세다 보니 이곳이 45번째이기도 해서 붙여졌다는데 좀 성의 없게 느껴지기도 했다.
일단 걸어 올라가 보기로 했다. 예전에 프랑스 보르도에 있었을 때 근처 사구인 뒨뒤필라(Dune du Pilat)에 갔을 때가 떠올랐다. 그곳은 이렇게 붉은 모래가 아닌 하얀 모래였지만, 걸어 올라갈 때 땅속으로 발이 깊숙이 푹푹 들어가서 꽤나 힘들었다.
모래 언덕을 오를 때는 우유니 사막 같은 기분이 든다. 주변이 모두 같은 색이니 원근감이 느껴지지 않아서, 내가 어디까지 왔는지 가늠이 잘 안 된다. 아무리 걸어도 계속 제자리인 기분. 그래도 다리 힘을 최대한 써서 오르고 오르다 보니 어느새 가장 높은 곳까지 왔다. 이곳에서 360도로 보이는 붉은 사막의 풍경은 정말 최고였다.
실컷 사진 찍고 내려와서 아침을 먹었다. 가이드 아저씨가 시리얼, 빵 등 간단한 아침식사를 준비해놓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름대로 사구를 올라갔다 내려오는 운동을 한 뒤 음식을 먹으니 꿀맛이었다.
또 하나의 메인 관광지로 가기 위해 차를 타고 달리는 길, 저 멀리 이곳에서 가장 큰 사구가 보였다. 이른바 'Big Daddy'. 역시 가장 큰 사구라 그런지 언덕보다는 산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그리고 이제, 드디어 도착한 데드블레이(Deadvlei).
내가 나미비아에 오고 싶었던 것은 오로지 데드블레이 사진 한 장 때문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푸른 하늘, 오렌지빛 모래 언덕, 하얀 땅, 그리고 그걸 가로지르는 나무들. 이런 그림 같은 곳이 정말 존재할까, 나는 내 두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다.
아주 오래전 이곳에 강물이 흘러들어와 나무가 자랐는데, 그러다 기후가 바뀌면서 물이 다 말랐고, 주위에는 모래가 쌓여 더 이상 강물이 흘러들어올 수가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이렇게 나무들이 말라죽은 것이다. 나무들은 무려 600~700년 전에 죽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데드블레이는 정말 상상 이상이었다. 그동안 사막에서 큰 감흥을 느끼지 못해 아쉬웠는데, 나미브 사막만큼은 사막에 대한 나의 환상을 모두 채워주었다.
죽은 지 어찌나 오래되었는지 잎이 났던 흔적은 찾아볼 수가 없고, 그나마 남은 기둥과 가지 색도 굉장히 어두워진 나무들. 그래도 뿌리가 깊게 박혀 있는지 쓰러지지 않은 나무들이 많았다.
멀리 서 있는 나무들은 모래 언덕의 엄청난 규모를 느끼게 하고,
가까이 서 있는 나무는 이곳의 오래된 역사를 느끼게 했다.
떠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뒤를 돌아보았다. 이 풍경을 계속 볼 수 있다면 뜨거운 태양도 견딜 수 있을 텐데. 발걸음이 쉬이 떨어지질 않았다. 데드블레이는 아직까지 내 인생 최고의 사막이다.
아쉬움을 뒤로한 채, 우리 여행은 바쁘니까, 다시 또 열심히 달려본다.
해안 도시 스와콥문트(Swakopmund)에 가까워지자, 오랜만에 수평선을 넘어가는 해를 볼 수 있었다. 스와콥문트는 수도인 빈트후크 다음으로 큰 나미비아 제2의 도시이다. 아무래도 좀 더 관광지화 되어있는 도시여서인지, 빈트후크보다 안전한 느낌이었다.
그동안 묵었던 숙소들은 리셉션 근처에서만 와이파이가 겨우 되고 방에서는 전혀 되지 않아서 불편했는데, 이곳에서는 호텔에 묵어 방에서도 와이파이가 됐다. 속도가 빠른 것도 아니었고 자주 끊겼지만, 그래도 된다는 것만으로도 살 것 같았다. 방에서 밀린 와이파이를 쓰다 로컬 펍에 가서 간단히 저녁식사를 했다. 맥주도, 홍합도 맛있었다. 전날 캠핑을 해서인지 더 반가웠던 도시에서의 밤.
# 사소한 메모 #
* 언젠가 또 가고 싶을 정도로 멋진 사막이 있을 줄은 몰랐다.
* 나미비아에서 또 하나의 행성을 발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