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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과 바다가 만나는 곳

Day 92 - 나미비아 샌드위치 하버, 스와콥문트

by 바다의별

2017.05.04


스와콥문트에서 무얼 할까 고민하다, 가이드가 샌드위치 하버를 추천해주어 가보기로 했다. 투어를 이용해 오전에 갔다 오후 일찍 돌아온다기에 오후에는 스와콥문트 시내를 돌아다니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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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어는 월비스 베이에서 시작해, 나미브 사막 쪽으로 갔다. 나미브 사막은 전날 갔던 소서스 블레이, 데드 블레이가 있는 곳이기도 하지만 워낙 규모가 커서 그곳의 느낌과 이곳의 느낌은 확연히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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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나미브 사막인데 이곳의 모래는 하얗다. 그래서 목적지에 가기 전까지는 사막이라기보다는 그냥 해변 같았다. 모래 위를 달리는데 차가 빠지지도 않고 잘 달려서 신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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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미브 사막의 모래에는 철분이 많이 함유되어있다. 그래서 이렇게 자석을 들고 모래를 한번 쓸어보면 검은 철분 가루가 붙는다. 전날 보았던 소서스블레이 쪽 모래들이 유난히 오렌지빛인 이유는 이러한 철분이 산화돼서 그렇다고 한다. 이곳의 모래는 철분 함유량이 적은 것인지, 아니면 산화가 덜 되어서인지, 붉은 느낌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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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 귀여운 게코(gecko)도 두 마리 보았는데, 사막 등 더운 곳에 사는 작은 도마뱀 종류이다. 색이 예쁘고 크기가 작아 귀여웠다. 카메라 세례에 약간 당황한 듯 보이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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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더 달려보니 오늘의 목적지가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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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에는 모래 언덕이 있고, 한쪽에는 바로 바다가 이어져 펼쳐지는 신기한 풍경. 모래 언덕의 모래알들은 바람에 흩어지듯 날리고 있었고, 바다는 파도가 거세게 일고 있었다. 사하라 사막 때 바람이 너무 불어서 온몸이 모래를 맞아 아팠던 것처럼 이날도 그랬다.

바람이 굉장히 많이 불어서 머리카락과 옷가지가 휘날렸는데 동시에 햇빛도 강렬해서 땀이 났다. 바다 때문에 습도가 높은 걸까? 참 이상한 날씨, 이상한 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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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스와콥문트에서 딱히 할 게 없어서 신청해본 투어였는데 생각 외의 절경을 보게 되어 기분이 좋았다. 건조한 사막과 거센 바닷물의 경계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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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더 달려가 보려고 했으나, 밀물 때문에 위험할 것 같아서 다시 돌아 나왔다. 파도는 보통 1.2~2미터, 어떨 때는 5.7미터까지도 올라간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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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나와서 드넓은 사막을 달려보기 시작했다. 날이 맑아서 하늘의 구름도, 저 멀리 바다도, 사막의 모래도 조화롭고 예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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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 언덕이 굉장히 많아서 차로 언덕을 내려가야 할 때 조금 무섭기도 했는데, 생각보다 느리게 내려가니 괜찮았다. 페루 이카 사막에서 언덕을 놀이기구처럼 쌩쌩 오르락내리락하던 버기카의 공포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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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점심을 준다고 했던 것 같은데, 실제로 차려진 건 간식이었다. 물론 시간이 이르기는 했다. 그렇지만 인원이 10명인데 종류별로 하나씩 먹어보지도 못할 정도의 개수여서 좀 아쉬웠다. 스와콥문트로 돌아가면 이른 저녁을 먹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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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월비스 베이로 향하는 길, 바닷가에는 검은 바다가마우지들이 떼를 지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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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밤새 울음소리가 들려왔던 자칼 한 마리도 어슬렁거리고 있었는데, 가마우지 떼를 보고 난 뒤여서 그런지 혼자 있는 자칼이 외로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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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비스 베이로 돌아와 보니 이곳 하늘은 더 예뻤다. 다시 스와콥문트 시내로 돌아가 숙소에서 모래를 씻어냈다. 사하라 사막 때와 비슷했다. 신발에도 모래가 가득했고 바람 때문에 모래를 맞은 맨다리도 아팠고, 얼굴과 입 안에도 모래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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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끗하게 씻은 후 스와콥문트 시내를 돌아다녀 보았다. 점심이 부실해 저녁을 일찍 먹기로 했으나 원래 가려던 식당이 5시에 연다고 하여 간식을 사 먹고 돌아다니기로 했다. 건물들이 빈트후크의 그것보다 아기자기하고 예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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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다 보니 해안가까지 오게 되었다. 바로 앞에 칵테일을 파는 바가 있어서 칵테일 한잔 하면서 식당이 문을 열기를 기다려보기로 했다. 창밖으로 바다를 내려다볼 수 있어서 좋았다. 바쁘게 여행하다 오랜만에 휴양하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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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해가 내려가기에 부두를 산책해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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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를 등지고 바라 본 바닷가의 스와콥문트 모습도 예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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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이런 곳을 걸으면 영화 '라라 랜드'가 떠오른다. 영화 속에서 라이언 고슬링이 'City of Stars'라는 노래를 부른 곳이 바로 이런 곳이었기 때문이다. 그 곡은 내가 그 영화에 나온 노래들 중 가장 좋아하는 곡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어떠한 이미지가 각인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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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을 마치고 우리가 점찍어두었던 식당으로 다시 향했다. 생선전문점인데 가게 인테리어가 그에 걸맞았다. 화장실 표시에 인어 그림이 있는 것도 그렇고, 한쪽 벽면에는 흔한 문구들에서 단어 하나씩을 바다 관련 어휘로 바꾸어 놓은 것도 있어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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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킹클립(Kingklip)이라는 흰 살 생선을 먹었는데 맛있었다. 저렴한 가격인데도 샐러드와 감자까지 함께 줘서 꽤나 배가 불렀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가이드 아저씨의 딸이 이곳에서 일한다고 했다. 미리 알려줬으면 한번 찾아봤을 텐데. 여기 온 김에 딸은 안 만나냐 물어보니 안 만나도 된다고 하셨다. 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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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소한 메모 #

* 배낭에 자리가 없어서 친구가 열심히 챙겨 다 준 짐을 계속 친구가 들고 다녔다. 곧 나미비아 여행이 끝나가니 짐 정리 시작!
* ♬ La La Land OST - City of St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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