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93-나미비아 워터버그 플래토(Waterberg Plateau)
2017.05.05, 06
이날도 역시 하루 종일 차를 타고 달려야 하는 날이었다. 워터버그라는 지역으로. 보통 나미비아에 오면 에토샤 국립공원에 꼭 방문을 하는데, 내 친구는 이전에 아프리카를 방문했을 때 동물을 보는 것에 대해 큰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고 했다. 나는 동물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어차피 앞으로 트러킹 투어를 하게 되면 수도 없이 국립공원들에 가게 될 것이기 때문에 에토샤에는 가지 않기로 했다. 그 대신에 고른 곳이 워터버그였다.
가는 길에 점심식사를 위해 들른 곳의 마당이 예뻤다. 식사를 주문해놓고 기다리며 그네에 앉아보았는데, 갑자기 이곳 강아지가 뛰어올라 내 옆에 앉았다. 식사를 다 하고 나갈 때까지 내 곁은 떠나지 않았다.
하루 종일 차 안에서 자고 수다 떨고 음악 듣고 바깥의 동물들도 바라보다, 드디어 저 멀리 워터버그 플래토가 보이기 시작했다. 플래토(plateau)는 이렇게 납작한 고원을 의미한다.
밑에는 나무와 풀이 가득하고, 위는 붉게 띠가 둘러져 있었다.
이날 저녁도 캠핑. 양고기 바비큐와 옥수수가 특히 맛있었다. 후식으로 마시멜로우까지 사 와서 구워 먹었다.
이날 캠핑장도 꽤 괜찮았는데, 화장실과 샤워실이 미국에서 썼던 캠핑 시설과 맞먹을 정도로 좋았다. 원숭이들이 돌아다녀서 부시럭 소리가 많이 들리기는 했지만, 꽤 편안하게 잤다.
대신 다음날 기상은 오전 4시 50분. 개별적으로 차를 타고 올라가면 전망을 제대로 못 보고, 게임 드라이브를 해야 플래토 위를 달리며 동물까지 볼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신청한 게임 드라이브였는데, 오픈된 차를 새벽 5시 반부터 타려니 바람 때문에 온몸이 얼어붙는 기분이었다.
그래도 위에 올라가니 전망이 꽤나 멋졌다. 하늘이 점차 붉어지고 있어서 몸도 함께 따뜻해지는 기분이었다.
드넓은 초원이란 무엇인지 제대로 느낄 수 있었던 곳이다. 저 속에는 온갖 동물들이 다 살고 있겠지.
이곳은 물웅덩이를 인공적으로 만들어두었는데, 그래서 물을 마시러 오는 동물들을 방해하지 않고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공간이 함께 마련되어 있었다. 이렇게 통로를 따라 들어가면, 어두운 벤치 공간이 나온다.
앉을 수 있는 자리가 쭉 있고, 앞에는 최소한만 뚫려 동물들을 조용히 볼 수 있었다. 우리는 테이블에 앉아 아침을 먹으면서 쿠두(kudu, 영양 종류)들이 물을 마시는 것을 보았다.
가끔 소리가 날 때마다 우리 쪽을 쳐다보며 살짝 경계를 하긴 했지만, 그래도 번갈아가면서 물을 계속 마셨다. 다른 동물들도 오지 않을까 했는데 더 오지는 않았다.
그다음에 다른 웅덩이에도 가보았지만 거기는 아예 어떤 동물도 오지 않았다. 그냥 주변을 차로 돌면서 다른 영양 종류의 동물들을 보았다.
그리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조금 새로운 동물을 보았는데, 역시 영양 종류이기는 하지만, 희귀종이라고 했다. 이름은 체체비(tsessebe).
달려온 시간에 비해 아주 특별한 동물을 본 것도 아니고 엄청난 절경을 본 것도 아니었지만, 구름진 하늘 아래 진짜 아프리카 속을 달렸던 아침이 즐거웠다.
붉은 돌들이 쌓인 주변과,
우리를 배웅해준 기린들도.
신기하게 형성되어있는 플래토를 떠나며, 나미비아 여행을 마음속으로 마무리하기 시작했다.
이제 빈트후크로 달려가, 가이드와 헤어질 시간. 일주일 동안 우리를 위해 열심히 운전해준 가이드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고, 첫날 묵었던 숙소로 돌아갔다. 나미비아에서의 마지막 밤. 친구와 보낸 일주일이 지나고, 이제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러 갈 시간이 되었다.
# 사소한 메모 #
* 이번에는 빈트후크 숙소에서 아무 데도 안 나갔다. 저녁으로는 친구가 챙겨 온 김치찌개를 끓여먹었다.
* 이제 트러킹 투어를 시작하기 위해 남아공에 갈 차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