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105, 106 - 보츠와나 나타(Nata) 엘레펀트 샌즈
2017.05.17, 18
나타로 향하는 길. 평소 5~6시에 일어나다 이날은 7시에 일어나 모두가 기분 좋아 보였다.
가는 길, 도로가 물에 많이 잠겨있었는데, 덜컹거리기는 했지만 별문제 없이 잘 넘어가서 모두가 환호할 때쯤, 다른 문제가 생겼다.
타이어에 바람이 빠진 것이다.
가이드 윌, 운전사 프랜스, 요리사 무냐 세 사람은 모두 모여 열심히 일하기 시작했고, 몇몇 남자들도 주변에서 일을 도왔다. 약 1시간 동안 이곳에 서 있었다. 햇빛이 뜨거웠지만 재밌었다.
점심시간에 도착할 예정이었던 나타에는 오후 3시가 되어서야 도착할 수 있었다. 이곳 캠핑장 이름은 '엘레펀트 샌즈(Elephant Sands)'이다.
이곳은 인공 물웅덩이를 만들어 그 주위에 한쪽에는 롯지를 짓고, 다른 쪽에는 캠핑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두었다. 밤에 이 물웅덩이로 코끼리들이 물을 마시러 온다는 말에 우리는 다 같이 낮부터 들떠있었다.
드디어 날이 어두워졌고, 저녁 식사를 하던 중에 운전사 프랜스가 갑자기 지금 코끼리가 지나갔다고 했다. 처음에는 아무도 그 말을 믿지 않았는데, 저 멀리 큰 무언가가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그래서 물웅덩이 쪽으로 달려가 보았다.
정말로 코끼리 한 마리가 한쪽 구석에서 물을 마시고 있었다. 행여나 코끼리가 놀랄까 봐 숨죽이고 바라보았지만 모두들 흥분해 있는 것이 표정에 드러났다. 나 역시 그랬다.
이때 마이크 할아버지는 샤워실에서 씻고 있었다는데, 자기 앞에 코끼리가 지나가는 걸 보았다고 했다. 우리는 밤에 화장실에 갈 때 손전등을 열심히 비추어보면서 가야 했다.
한 두 마리씩 지나가더니 마지막에는 대여섯 마리가 한꺼번에 왔다 갔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동물이 이렇게 내 앞을 지나 물을 마시고 있다니, 신기하고 멋졌다. 코끼리는 암컷이 무리를 이끈다고 하던데, 어미 코끼리가 가족을 이끌고 왔나 보다.
대여섯 마리가 왔다간 후 더 이상 코끼리가 오지 않기에 다시 텐트로 돌아왔다. 보츠와나의 별은 이날 밤에도 쏟아지고 있어서 그냥 잘 수는 없어 사진을 몇 장 찍고 하늘을 한참 쳐다보고 나서야 잠이 들었다. 우리 트럭이 함께 찍혔다.
다음날 아침, 이곳에서도 우리는 게임 드라이브를 했다.
해보다 먼저 일어나 옷을 여러 겹을 껴입고 나선 드라이브였지만 굉장히 추웠다. 남아프리카는 겨울이라 보츠와나 입성 이후 우린 계속 밤마다, 새벽마다 추위에 떨었다.
추위를 견뎌내며 나선 일임에도 불구하고 특별히 본건 없어서 아쉬웠다. 기억에 남는 건 사자에게 당한 것으로 추정되는 버펄로의 머리.
그리고 코끼리의 머리.
보츠와나는 아프리카에서 가장 많은 개체수의 코끼리가 살고 있는데, 코끼리도 코뿔소처럼 상아 때문에 사냥을 많이 당해서 이대로 간다면 10년 안에 멸종될지도 모른다고 한다. 먹이사슬의 자연스러운 현상이 아닌 인간의 욕심 때문에 죽는다는 건 정말 가슴 아프고 답답한 현실이다.
# 사소한 메모 #
* 동물원에 갇혀 있는 동물들과 이곳에 살고 있는 동물들은 정말 다르다. 그리고 그 동물들을 보는 사람들의 자세도 다르다.
* 매일매일이 새로운 아프리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