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를 떠나 여행을 떠날 용기
다녀오면 뭐 할 거야?
내가 긴 여행을 다녀올 거라는 이야기를 듣고 사람들이 제일 먼저 하는 말은 '멋있다', '대단하다'였고, 그다음에 뒤따라오는 말은 대개 저 말이었다. 상대에 따라, 상황에 따라 나의 대답은 달라졌다. 그중 가장 많이 써먹은 답변은 이거다.
어떻게든 되겠죠. 굶어 죽기야 하겠어요.
대부분 내가 웃으며 저렇게 대답하면 상대방은 더 이상 물어보지 않았다. 그리고 저게 내 진심이기도 했다. 내 나이 스물아홉, 여행 다녀오면 서른. 백세 시대에 건강하고 적응력 뛰어난 서른 살 여자가 돈 벌 곳이 설마 한 군데도 없으랴.
하지만 물론, 나 역시 여행 이후의 내 모습이 궁금하다. 두 달 전 퇴사 여부와 여행 실행 여부를 고민할 때, 나는 내가 얼마만큼의 용기가 있는지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퇴사할 용기가 있는지, 여행을 떠날 용기가 있는지. 안정적인 삶을 포기하고 불확실한 미래가 기다리고 있는 길을 선택할 수 있는지.
나는 그동안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기대하는 인생의 각 단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게 살아왔다. 서울 소재 4년제 대학교를 졸업했고, 어렸을 때 부모님 덕분에 미국에서 시간을 보낸 덕에 영어로 의사소통을 하는 것에 문제가 없다. 퇴직 이후에 대해 준비한 것이 있느냐고 굳이 묻는다면, 2년 전 네팔에서 살고 싶다는 마음으로 충동적으로 준비하기 시작한 한국어 교사 자격증이 내년 초에 생길 예정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만 28년간 나는 지나치게 성실하지도, 지나치게 반항적이지도 않게 살아왔다. 오히려 그렇게 살아왔기에 이런 용기를 낼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누군가는 나의 평범한 삶을 부러워하겠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늘 그런 삶을 살게 될 것을 두려워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회가 왔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더 늦기 전에 이런 결심을 하게 되었다. 나에게 있어 세계여행은, 세계일주는, 단순한 꿈이 아니라 내가 '해야 할 일'에 가까웠으니까.
얼마 전에 이런 구절을 보았다.
내일 내릴 비에 오늘 우산을 펴지 마세요.
나는 이제 여행 이후의 일은 걱정하지 않기로 했다. 여행하는 동안 쓸 돈이 마련되어 있고, 혼자 여행을 할 용기가 있다면, 여행 이후의 일은 다녀온 이후에 걱정해도 될 일이다.
그리고 내년 이맘때
여행 다녀오길 잘 했어.
라고 나 스스로에게 말해줄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