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수첩, 카메라
나는 거의 매일 일기를 쓰고 잔다. 여행을 가면 더더욱 예외가 없다. 밤 비행기를 타고 새벽에 도착했든 10시간 트레킹을 하고 숙소에 돌아왔든, 무조건 일기를 쓰고 잔다. 하루라도 지나면 그 생생함이 사라지기 때문에 단 몇 줄이라도 수첩에 바로바로 남기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수첩은 기내에서도, 여행 중에도 매일 몸에 지니고 다닌다. 틈틈이 적어야 하기 때문에.
하지만 이번 여행은 엄청난 장기전. 8개월 간의 모든 이야기를 수첩 하나에 다 담는 것은 어려운 데다, 바로바로 사진과 글을 정리해서 여행기를 온라인에 실시간으로 남기고 싶은 욕심이 있어 노트북이 필요하다고 느껴졌다. 틈틈이 생각과 느낌을 메모하는 것은 수첩을 이용하더라도, 전체적인 하루의 일정을 마무리하는 것은 노트북을 이용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여행을 기록하기 위한 준비물을 가장 먼저 준비하기로 했다.
노트북의 조건은 3가지.
무조건 가벼워야 하고, 또 가벼워야 하고, 또 가벼워야 하고.
태블릿이 하나 있지만, 사진을 정리하고 글을 쓰기에는 그래도 노트북의 인터페이스가 더 편리할 것 같았다. 그래도 태블릿이 있으면 휴대성이 좋지 않을까 싶기도 했지만, 또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나 싶었다. 어차피 돌아다닐 때는 웬만하면 수첩 하나 들고 다닐 것이고, 와이파이도 안 되는 곳에서 굳이 태블릿을 들고 다닐 이유도 없을 것 같고.
그리하여 분리되지 않는 최대한 얇고 가벼운 노트북을 찾아다녔다. 다행히 분리가 되는 것이든 안 되는 것이든, 작은 노트북들은 무게가 대부분 1kg 미만이었다.
여러 가지 브랜드가 있지만, 가성비는 ASUS가 제일 좋아 보였다. 용량은 64GB이지만 SD 카드를 추가하면 괜찮을 것 같다. 늘 화이트를 선호하는 나지만 이번에는 왠지 어두운 색이 끌려, 네이비 컬러로 선택했다.
사실은 선물 받았다. 12월 생이라 대부분 방한 용품을 선물 받는데, 올해는 좀 달랐다.
내가 선호하는 수첩의 조건은 1가지.
자유롭게 쭉쭉 쓸 수 있는 줄 노트여야 한다는 것.
나는 보통 수첩을 두 개 쓴다. 하나는 monthly, weekly, daily로 칸이 정성스레 나뉘어있는 스케줄러, 그리고 다른 하나는 그냥 줄만 무심하게 그어져 있는 줄 노트. 스케줄러는 말 그대로 내가 할 일들을 적어놓고 일정을 기록하는 계획용이며, 줄 노트는 생각들을 적는 일기용이다.
그런데 줄 노트를 여행지에 가져가면, 일기장 이상의 역할을 하게 된다. 간단한 계획도 적어놓고, 감상도 적고, 기분도 적고, 가끔 그림도 끄적이고. 스케줄러를 여행지에 가져가면 칸 안에 적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자유롭게 쓰기 어렵지만, 줄 노트는 내 마음대로 구분해 쓸 수 있어 나는 줄 노트를 더 선호한다. 도트나 모눈도 많이들 쓰지만, 그래도 나는 줄 노트가 잘 맞는 것 같다.
로이텀 노트는 내가 원하는 대로 무심하게 줄만 그어져 있으며, 페이지 넘버링이 되어 있어 나중에 목차도 쉽게 정리할 수 있다. 가름끈이 두 개인 것도, 맨 뒤에 수납 포켓이 있는 것도 마음에 든다.
감사하게도 이것 역시 선물 받았다.
내가 지금 쓰고 있는 카메라는 삼성 NX1000 미러리스 카메라이다. 2012년 말에 샀으니 어느덧 4년이 되었다. 번들 렌즈는 20-50mm인데, 거기다가 16mm 렌즈를 추가로 구입해서 번갈아가며 사용하고 있다.
이 카메라를 들고 터키, 몽골, 네팔, 태국, 아이슬란드 등을 다녀왔고 별 사진이며 오로라 사진이며 참 다양한 사진들을 남겼다. 그래서 당연스레 이번 여행에도 이걸 들고 가겠다고 생각했는데, 검색하다 보니 탐나는 카메라가 생겼다.
바로 소니 RX100 Mk3! 사실 마크 4, 5까지도 나오긴 했다는데 성능에 있어 아주 큰 차이는 없어 나는 마크 3 정도로도 괜찮을 것 같다. 일명 '똑딱이'인데도 100만 원이 넘는다. 긴 여행을 위한 물건이니 금액은 크게 신경 쓰지 않으려고 하지만, 혹시나 들고 갔다가 첫 여행지인 중남미에서 잃어버리면 어쩌나 싶기도 하고 한 번도 여행지에서 찍어보지 않은 카메라를 들고 가도 괜찮을까 싶기도 해서 아직까지는 고민이다.
삼성 카메라를 가져갈지, 소니 카메라를 가져갈지, 아니면 전혀 다른 걸 가져갈지 아직도 모르겠다.
카메라는 아직도 고민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