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아기자기한 골목들 속에

Day 161~163 - 아일랜드 골웨이(Galway)

by 바다의별

2017.07.12~14


모허 절벽(Cliffs of Moher)에 가기 전날부터 골웨이 여행이 시작되었다. 사실 더블린 공항에서 바로 버스를 타고 골웨이로 갈 수도 있는 것이었는데, 그걸 뒤늦게 알았던 나는 더블린 숙소도 취소할 수가 없어서 결국 더블린에서 하루 묵고 다음날 아침에 골웨이로 이동했다.

DSC03955001.JPG 에어 광장(Eyre Square)

골웨이에 도착한 첫날은 모처럼 날이 맑았다. 그래서 골웨이 시내를 구경할까 하는 생각도 잠시 했지만, 이내 귀찮아져 공원 한 바퀴만 돌고 극장으로 향했다.

DSC03958001.JPG 에어 광장(Eyre Square)

다시 여행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지만, 캐나다에서 내가 세웠던 규칙에 따라 2주간 쉼 없이 여행했으므로 이날은 조금 휴식을 취해보기로 했다.

DSC03953001.JPG

한국은 8월 개봉 예정이었던 혹성탈출 3편이 이곳에는 이미 상영 중이어서 망설임 없이 보기로 했다. 3D 영화, 3D 안경, 팝콘과 콜라가 모두 합해서 11유로(약 1만 4천 원)이었다. 평일 낮이라 해도 굉장히 저렴한 가격이었다. 영화가 끝나고도 특별히 하고 싶은 게 없어서 결국 스파이더맨까지 보고 나왔다. 두 영화 모두 애정을 많이 가지고 있는 시리즈들이라 그만큼 아쉬움도 많았지만, 타지에서 휴식을 취하는 최고의 방법은 역시 영화 감상인 것 같다.


DSC04114001.JPG

다음날 모허 절벽에 다녀온 뒤, 골웨이 시내를 돌아다니기로 했다. 원래 계획으로는 다음날 또 다른 일일투어가 계획되어 있었기 때문에 이날 저녁이 아니면 골웨이를 구경할 시간이 없었기 때문에 열심히 둘러보기로 했다. 다행히 여름이라 해가 늦게 져서 6시에도 환했다.

DSC04116001.JPG

더블린에서도 느꼈던 것처럼, 골웨이도 아기자기한 골목들이 예뻤다.

DSC04118001.JPG

상점들이 가득한 골목 한편에는 아일랜드 작가 오스카 와일드(Oscar Wilde)와 에스토니아 작가 에두아르드 빌데(Eduard Vilde)가 나란히 앉아있는 동상이 있다. 에스토니아 예술가의 작품으로, 서로 만난 적은 없지만 같은 시기를 살았던 성(姓)이 같은 두 작가를 함께 표현한 것이다. 원본은 에스토니아에 있고, 골웨이에 있는 건 2004년 에스토니아가 EU(유럽연합)에 가입하면서 선물한 것이라고 한다.

DSC04128001.JPG

걷다 보니 골웨이 대성당 앞까지 왔다. 아쉽게도 저녁시간이라 성당 내부로 들어가 보지는 못했다.

DSC04125001.JPG

골웨이 대성당은 감옥이 있던 곳에 지어졌다. 굉장히 오래된 건물 같지만 1960년대에 지어졌고, 유럽에 돌로 지어진 성당으로는 이곳이 마지막이라고 한다. 독특해서 내부도 보고 싶었는데 아쉬웠다.

DSC04126001.JPG

성당 앞 강물에서는 연어잡이가 한창이었다. 연어가 강으로 회귀하는 시기라, 이렇게 강물에 들어가 연어를 기다린다고 한다.

DSC04130001.JPG

연어잡이를 잠시 구경하다, 강가 산책로를 따라 다시 시내로 향했다.

DSC04137001.JPG

아기자기한 건물들도, 강물도, 바람에 날리는 꽃들도 모두 예뻤다. 골웨이는 재미가 없다는 말을 굉장히 여러 번 들었는데, 누군가에게는 재미없는 공간이 내게는 이토록 즐거울 수도 있나 보다.

DSC04142001.JPG
DSC04144001.JPG

둑 근처의 스페인 아치(Spanish Arch)를 마지막으로 구경을 마치고 식사를 하러 갔다.

20170713_200704_675001.jpg
20170713_194800_774001.jpg

나는 아기자기해 보이는 작은 식당에 들어갔다. 마침 사촌동생이 이날이 초복이라고 해서 그레이비소스를 얹은 닭고기 요리를 주문했다. 가정식 같았던 닭 요리도 훌륭했지만 기네스 맥주는 더 훌륭했다. 캔으로는 느낄 수 없는 짙은 커피 향과 부드러운 거품. 나는 기네스를 무척 좋아하는데 이는 8년 전의 더블린 여행 덕분이다.

DSC04153001.JPG
DSC04156001.JPG

기분 좋은 식사를 마치고, 곳곳에 버스킹이 한창인 유쾌한 거리를 지나 숙소로 돌아왔다.


사실 다음날은 다른 곳으로 일일 투어를 다녀오려 했지만,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팠다. 전날 모허 절벽 투어가 피곤했던 것 같기도 하고 골웨이 시내를 둘러보겠다고 저녁을 너무 늦게 먹어서였던 것 같기도 하다. 엄청나게 고민했지만 결국 투어 비용을 날리고 숙소에서 푹 쉬었다.

20170714_142805_174001.jpg

그리고 하루 종일 실컷 잔 뒤 점심 겸 저녁으로 먹은 한 끼의 식사는 바로 비프&기네스 스튜였다. 기본적인 소고기 스튜와 같지만 기네스 맥주를 소스에 섞어 넣은 것이다. 이거 먹고 나았다. 집에서 꼭 해 먹어 보아야겠다.


DSC04149001.JPG
# 사소한 메모 #

* 좋은 건 마지막까지 아껴둘 것이 아니라, 가장 먼저 해야 하는 것 같다. 모허 절벽에 먼저 다녀와서 다행이다. 아프기 전에.
* 이미 지불을 한 투어에 가지 못해 아쉬웠지만, 아파서 못 간 거니까 돈은 아까워하지 말기로 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쓸쓸한 아름다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