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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에서는 기네스

Day 164 - 아일랜드 더블린(Dublin)

by 바다의별

2017.07.15


전날 푹 쉬고 나니 원래 체력을 어느 정도 회복할 수 있었다. 휴식이 조금 더 필요하기는 했지만, 일단은 더블린으로 다시 돌아가야 했다. 여름휴가 기간이라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더블린↔골웨이 간 버스는 갈 때도 올 때도 만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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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시간 후 나는 더블린에 도착했고, 숙소에 짐을 두고 점심을 먹기 위해 곧장 나왔다. 무거운 짐을 메고 이동한 날은 든든한 식사가 매우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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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블린은 8년 전에 거의 다 둘러보기도 했고, 이미 나는 6개월 차 불성실한 여행객이었으므로 이날 굉장히 설렁설렁 걸어 다녔다. 8년 전에 가지 못했던 기네스 공장에 가는 것만이 이날의 목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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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아파서 그런지 뜨끈한 수프 종류가 먹고 싶어서 시푸드 차우더 맛집을 찾아갔다. 아기자기한 서점의 2층에 위치한 식당이었다. 연어, 게, 홍합 등이 들어갔는데 정말 맛있었다. 그동안 알래스카에서, 시애틀에서 먹었던 클램 차우더들이 최고라고 생각했는데 더블린의 차우더가 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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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기네스 공장으로 향했다. 8년 전 내가 기네스 공장에 가지 못했던 것은, 첫째로 입장 마감 시간을 약 10분 앞두고 길을 헤매고 있었고, 둘째로 공장인 만큼 주위가 매우 휑하고 어두워 겁이 났으며(당시 11월이었으니 해가 일찍 졌다), 셋째로 종이 지도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고 주변에 마땅히 물어볼 사람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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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이른 시간이었고 구글 지도가 있어 길을 잃지 않고 잘 찾아갈 수 있었다. 기네스 공장은 미리 예약을 하는 것이 좋은데, 나에겐 이거 말고 딱히 중요한 일도 없고 예약시간에 얽매이고 싶지 않아 예약을 하지 않았다. 그건 정말이지 크나큰 실수였다. 결국 1시간 넘게 서서 기다렸다. 밖에 줄이 많지 않아 보여 금방 들어갈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내부에도 줄이 한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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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네스 공장 내부는 나름 재미있게 꾸며져 있었다. 기네스 맥주를 어떻게 만드는지, 왜 기네스가 특별한지, 맥아부터 물 등등 예쁘고 흥미롭게 전시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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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렇게 화려한 전시를 구경하면서도 모두들 한마음이었을 것이라고 믿는다.

바로 기네스 맥주 무료 시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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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네스 공장은 입장 티켓으로 기네스 드래프트 한 잔을 무료로 마시거나, 3가지 종류를 작은 시음 잔으로 맛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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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당연히 3가지 종류를 맛볼 수 있는 것으로 선택했다. 그런데 하필 기네스 드래프트는 그때 교체 중이라 마시지 못하고, 왼쪽에서부터 더블린 포터, 필스너인 Hop House 13, 그리고 엑스트라 스타우트 (직원 말로는 거품을 제외하곤 드래프트와 똑같다고 했는데 드래프트가 더 부드러운 것 같다)를 골랐다. 이것 외에도 선택지가 9개 정도 있었다. 기네스에서 이렇게 다양한 맥주를 제조하는 줄은 몰랐다. 새로 시음해본 것들 중에서는 더블린 포터가 가장 맛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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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블린 시내 전망을 볼 수 있는 이곳은 기네스 공장에서 가장 높은 곳이자, 기네스 드래프트 한 잔을 무료로 마실 수 있는 곳이다. 물론 그전에 3잔 시음을 하지 않았다면 말이다. 비교적 맑은 날이라 하늘이 예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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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곤한 상태에서 맥주를 마셔서인지 얼굴이 살짝 달아오른 나는, 기네스 공장에서 나와 크라이스트 처치 대성당(Christ Church Cathedral)을 지나 그래프턴 스트리트(Grafton Street)로 향했다. 오래전 여행으로 기억에 남았던 더블린의 성당은 조나단 스위프트의 무덤이 있는 성 패트릭 대성당이었으나, 이번에는 찾아가지 않았다. 11세기에 지어졌다는 크라이스트 처치 대성당은 규모가 굉장히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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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블린의 중심가, 그래프턴 스트리트. 영국 가수 에드 시런(Ed Sheeran)의 노래 <Galway Girl> 중에 'I met her on Grafton street right outside of the bar(난 그녀를 그래프턴 거리 바 앞에서 만났지)'라는 가사가 있다. 근데 그래프턴 스트리트는 골웨이가 아닌 더블린에 있다. 골웨이 출신의 여자를 더블린에서 만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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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이 길에 있는 음반 가게에서 웨스트라이프 앨범을 샀었다. 이제는 해체했지만, 솔로 앨범을 낸 멤버들의 음반을 사기 위해 음반 가게 두 곳을 찾았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멤버인 마크의 앨범은 끝내 찾지 못하고, 다른 멤버인 쉐인의 앨범을 기념으로 하나 구입했다. 절대 기념품은 사지 않는다는 배낭여행객의 결심도 팬심 앞에선 소용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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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몸이 완전히 회복된 것은 아니라서, 그리고 다음날엔 비행기를 타러 가야 해서, 이날은 일찍 여행을 마치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그나마 이전에 여행을 했던 더블린이었기에 아쉬움이 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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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마지막까지 포기할 수 없었던 건 기네스 맥주. 캔으로도 한번 마셔보아야 비교가 될 것 같아서 샀는데, 역시 드래프트가 가장 맛있는 것 같다. 첫 번째와 두 번째 여행이 있었듯 언젠가 세 번째 여행도 있을 것이라고 믿으며 스스로 건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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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소한 메모 #

* 농담을 좋아하는 아일랜드 사람들은 언제나 유쾌하다. 식사 중에도, 맥주를 마시는 중에도, 아이스크림을 사 먹는 중에도, 늘 재밌었다. 그래서 더 기억에 좋게 남는지도.
* ♬ Ed Sheeran - Galway Gi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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