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산들거린 프라하의 밤

Day 177 - 체코 프라하(Praha, Prague)

by 바다의별

2017.07.28


새벽 5시에 일어나, 멍한 정신을 깨우며 버스 터미널로 향했다. 프라하로 이동하는 날이었다. 체코와 오스트리아 여행이 기대되었던 건 그 나라들 자체에 대한 기대 때문이기도 했지만, 처음으로 사촌동생과 함께 하는 여행이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사촌동생과는 한 살 터울인데, 나는 12월생이고 동생은 3월생이라 사실 한 살 차이라고 하기에도 민망할 정도로 친구 사이나 다름없다.


몇 년 전 우리는 함께 북유럽 여행을 계획했었지만, 당시 취업 준비 중이었던 동생이 그 날짜에 갑자기 중요한 시험이 잡혔고 나 또한 출장 일정이 불투명해 결국 여행을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 그 이후 시간이 맞으면 여행을 같이 가자고 했지만 그게 말처럼 쉽지는 않았고, 결국 몇 년을 돌고 돌아 이번에서야 함께 할 수 있었다.

DSC05277001.JPG

우리는 각자 다른 곳에서 다른 시간에 출발했지만 비슷한 시간에 민박집에 도착했다. 타지에서 만나니 배로 반가웠다. 우리는 수다를 떨며 조금 쉬다가 프라하 시내로 나갔다.

DSC05279001.JPG

나는 대체로 혼자 하는 여행이 편하다고 생각하지만, 때로는 오히려 나 혼자 하는 여행이 아니기에 편할 때도 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계획할 때에도 숙소와 교통편 예약 등을 동생과 나눠서 할 수 있었고, 이곳저곳 돌아다닐 때에도 동생이 주도적으로 길을 찾는 경우가 많아서 마음이 편했다.

DSC05284001.JPG
DSC05282001.JPG

프라하의 크기에 비해 우리는 이곳에서 꽤 여유로운 일정을 계획했다. 이날에 대한 계획은 저녁식사 후 야경을 보는 것뿐이었다. 아기자기한 골목들을 따라 이른 저녁식사를 할 곳으로 향했다.

DSC05285001.JPG

폴란드에서 비고스(부대찌개와 비슷한 요리) 외에는 딱히 맛있는 음식이 없어 한동안 맛의 즐거움을 느끼지 못했는데, 체코와 오스트리아에는 익숙한 음식들이 많아서 대부분의 식사가 만족스러웠다. 우리의 첫 끼니는 꼴레뇨(족발과 비슷한 요리)였는데, 담백하고 쫄깃한 살코기와 바삭한 껍질의 조화가 훌륭했다. 곁들여 먹은 마늘 감자 역시 부드럽고 맛있었다. 체코식 식사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체코 맥주 코젤(Kozel)까지 환상적이었다. 나는 흑맥주를 좋아해서 코젤 다크를 주문했는데 역시 현지에서 마시니 더 맛있었다.

DSC05312001.JPG
DSC05306001.JPG

저녁 식사를 꽤 이른 시간에 마쳐서 식사 후에도 밖은 여전히 밝았다.

DSC05300001.JPG
DSC05296001.JPG

우리는 카를교(Charles Bridge)와 저 멀리 프라하성을 엿본 다음, 다른 곳에서 맥주 한 잔을 더 했다. 이번에는 필스너 우르켈(Pilsner Urquell)을 주문했다. 맛있었지만 코젤이 더 감동적이었다.

DSC05313001.JPG

2차가 끝나고 나오니 드디어 도시가 어두워지고 있었다.

DSC05315001.JPG

구름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프라하 성은 어둠에 대항하듯 불빛이 점차 선명해지고 있었다.

DSC05316001.JPG

우아한 프라하에서 시선을 거두고, 이번에는 은은하게 빛이 켜진 카를교를 걸을 차례다.

DSC05328001.JPG

카를교는 낮에도 화려했지만 밤이 되니 위엄까지 갖추게 되었다.

DSC05352001.JPG

프라하의 야경을 보고 눈물을 흘렸다는 누군가의 글을 읽은 적이 있다. 내게는 그 정도는 아니었지만 파리와 부다페스트와 더불어 유럽의 3대 야경이라는 것에는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DSC05333001.JPG

야경이 멋진 도시들은 유럽 곳곳에 많이 있지만 프라하 성에서 흘러나오는 빛 때문인지, 카를교 위의 현악기 연주 소리 때문인지, 아니면 그저 기분 탓이었는지, 쌀쌀한 날씨에도 쉽게 이곳을 떠날 수 없었다.

DSC05356001.JPG

프라하를 가장 아름답다는 시간에 처음 만날 수 있어서, 그것으로 충분한 하루였다.


DSC05361001.JPG
# 사소한 메모 #

* 동생과 처음 하는 여행이었는데 아무 문제없이 즐겁게만 지내서 다행이었고, 행운이었다.
* 프라하는 생각보다 한국인이 너무 많아서 조금 당황스러웠다. 여전히 관광은 서유럽으로 더 많이 갈 것 같기는 한데, 아마 프라하가 워낙 작다 보니 밀도가 높은 듯했다. 10초에 한 번씩 들리는 한국어가 신선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잊지 말 것, 생각하기를 멈추지 말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