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따뜻하고 시원한 수채화

Day 178, 179 - 체코 프라하(Prague, Praha)

by 바다의별

2017.07.29, 30


프라하 둘째 날, 우리는 민박집에서 주는 한식을 먹고 천천히 밖으로 나갔다. 딱히 늦게 일어난 건 아니었지만, 그냥 마음이 여유로웠다.

DSC05366001.JPG

1~2주 정도의 짧은 여행에서는 누구보다도 타이트한 일정을 자랑하는 나이지만, 기나긴 여정으로 당시에는 굉장히 느긋해진 상태였다. 걷는 건 여전히 좋아했지만 굳이 무리해서 돌아다니는 것은 원치 않았다. 다행히 사촌동생도 바쁘게 여행하는 편이 아니라서 우리는 속도가 잘 맞았다.

DSC05480001.JPG

전날 강 건너에서 감동적인 야경을 보았던 프라하 성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광장을 지났는데, 이곳에 비눗방울 아저씨가 종종 나와 예쁜 비눗방울 속 '인생 사진'을 찍을 수 있게 해준다는 말을 들었지만 아쉽게도 만나지 못했다.

DSC05371001.JPG

프라하성은 물론이고, 프라하 자체가 밤에도 예뻤지만 낮에도 아기자기하고 사랑스러운 도시였다. 동유럽의 파리 같았다.

DSC05378001.JPG

시내에는 트램이 다니지만 우리는 거의 다 걸어 다녔다. 꽤 덥긴 했지만 시내가 워낙 작아서 걷기 힘들지도 않고, 예쁜 거리들과 풍경들을 버스나 트램을 타고 빠르게 지나치기에는 아쉬웠기 때문이다.

DSC05380001.JPG

더위를 견디며 다리를 건너오니 어느새 프라하 성이 가까이에 보였다. 이제 약간의 오르막길을 지나면 프라하의 시내 전경을 볼 수 있다.

DSC05387001.JPG

바로 이렇게. 그래, 이런 풍경이 보고 싶어 동유럽에 오고 싶었던 것이었다.

DSC05394001.JPG

간단한 짐 검사를 통과하고 나면 이 풍경을 볼 수 있다. 성 입장료는 따로 있지만, 이 전망만큼은 무료다.

DSC05404001.JPG
DSC05423001.JPG

그래도 우리는 성 내부에도 들어가 보기로 했다. 이 더운 날 오르막길을 열심히 올라왔는데, 전망만 보고 내려가기는 아쉬웠다.

DSC05425001.JPG

전망대 옆 산책로를 지나 성 내부의 계단을 걸어 올라갔다. 밑에서 작은 공연을 하고 있는 모습조차 예뻤다.

DSC05427001.JPG

프라하 성 입장료는 어느 곳을 방문하느냐에 따라 가격도 종류도 다양했다. 그럼에도 누구나 빠짐없이 가는 곳은 아마도 카를교 건너편에서도 눈에 띄는 곳, 프라하 성에서 가장 핵심적인 곳, 바로 성 비투스 대성당(St. Vitus Cathedral) 일 것이다.

DSC05429001.JPG
DSC05432001.JPG

하지만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이었을까, 호화로운 외부에 비해 내부는 생각보다 볼거리가 많지 않았다. 그냥 내 취향이 아니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그 높이와 규모만큼은 엄청났다.

DSC05438001.JPG

다음으로 향한 곳은 붉은 건물이 인상적인 성 조지 바실리카(St. George's Basilica)였다.

DSC05439001.JPG
DSC05441001.JPG

나는 내부만큼은 성 비투스 대성당보다 이곳이 더 마음에 들었다. 작고 따뜻한 분위기여서 아늑했다. 결혼식을 올리면 너무나 예쁠 것 같은.

DSC05442001.JPG

그리고 그 옆길을 따라 골든 레인(Golden Lane)을 마지막으로 들렀다. 17세기 금 세공인들이 많이 살아 그 이름을 얻게 된 곳으로 아기자기한 집들이 예쁜 것으로 유명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 집들 중 하나가 카프카가 글을 쓰던 곳이라고 한다. 미리 알았더라면 그 앞에서 사진이라도 찍었을 텐데.

DSC05445001.JPG

어쨌든 프라하도 식후경, 성 내부 구경을 마친 뒤 점심 식사를 하러 갔다.

DSC05448001.JPG

우리는 많은 사람들이 호평하는 수도원 맥줏집으로 가서 립을 안주 삼아 맥주 한 잔씩 했다. 수도원에서 만든 양조 맥주가 굉장히 맛있다고 소문나 있는데, 특히 흑맥주가 정말 훌륭했다. 너무나 인상적이었던 나머지 다음날 또 갔다.


다음날에는 프라하 성 근처 전망대 산책로를 걸었는데, 점심 식사를 할만한 곳을 찾아보니 수도원 맥줏집이 바로 근처에 있기에 또 가게 되었다.

DSC05492001.JPG

푸니쿨라를 타고 올라가면 전망대 앞 산책로에 도착할 수 있다. 사실 걸어 올라갈 수도 있지만 너무 더울 것 같기도 하고 프라하에서 그 어떤 교통수단도 이용해 보지 않았기 때문에 선택한 것이었다.

DSC05499001.JPG

우리는 전망대에 올라가지는 않았고, 산책로만 걸었다. 맑고 푸른 하늘 아래 가득한 초록색이 마치 그림 같았다.

DSC05500001.JPG

집 앞에 이런 곳이 있으면 매일 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 그리고 마음의 계절이 바뀔 때마다 한 번씩 와서 풍경을 보고 싶은 곳이었다.

DSC05510001.JPG

프라하는 가지고 있는 색감과 분위기 자체로도 참 아름답지만, 우리가 머문 동안 날씨가 좋아서 더 예쁘게 기억되는 것 같다.

DSC05478001.JPG

물론, 맛있는 음식과 남다른 맥주 덕분이기도 할 테다. 거리에서 파는 일명 '굴뚝 빵'이라 불리는 뜨르들로(Trdlo)도 기억에 남는데, 안에 초콜릿을 발라서 먹는 것이 가장 맛있었다. 위에 얹은 아이스크림은 더위를 식히기에 딱이었다.

DSC05525001.JPG

셋째 날 저녁에는 오페라하우스에 공연을 보러 갔다. 공연 전 와인과 간단한 안주로 저녁을 해결했다. 우리가 갔던 와인바는 와인 한 잔에 고작 40 코루나(약 2천 원)로 체코의 저렴한 물가를 다시 한번 실감할 수 있는 곳이었다. 낮에 구입했던 휴대폰 충전기보다 와인이 저렴했다. 폴란드 물가도 굉장히 저렴했는데, 이곳도 비슷해서 자제력 없이 잘 사 먹고 다녔다.

DSC05555001.JPG

공연은 모차르트, 슈트라우스, 드보르작 음악과 함께 소프라노, 발레리나/노들이 번갈아 나오는, 음악과 노래, 무용이 함께 하는 독특한 공연이었다. 혼자서는 귀찮다며 생각지도 못했을 텐데 동생 덕에 보게 되었다. 가격도 큰 부담 없이 유럽 한복판에서 잠시 클래식을 즐길 수 있어 특별했다.

DSC05453001.JPG
DSC05488001.JPG

그래서 지금도 프라하를 떠올리면 푸르고 붉은 색깔들과 카를교 위의 경쾌한 현악 연주, 오페라하우스의 꽃잎 같은 발레리나들이 다 함께 떠오른다. 그 예쁜 곳에 언젠가 또 갈 수 있겠지.


DSC05418001.JPG
DSC05515001.JPG
# 사소한 메모 #

* 붉은 지붕들만큼이나 뜨거운 날씨와 푸른 하늘만큼이나 시원한 맥주의 완벽한 조합.
* 취미 발레 다시 해야지!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산들거린 프라하의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