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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르른 여름빛 한 가닥

Day 181 -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Salzburg)

by 바다의별

2017.08.01


체스키 크룸로프에서 점심 식사를 한 후 셔틀버스를 타고 잘츠부르크로 이동했다. 고속버스가 없어 밴에 여럿이 함께 이동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한인 업체는 아니었는데, 어쩌다 보니 전부 다 한국인들이었다. 워낙 한국인들이 많이 오는 지역인 데다 여름휴가 기간이어서 더 그랬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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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더웠던 날인데 가는 길 내내 주변이 온통 초록색이라 마음만큼은 시원했다. 예쁜 풍경에 잠이 들 수 없을 것 같았지만 역시나 잠깐은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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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츠부르크 도착시간이 늦어서 곧바로 시내 구경을 하기로 했었지만, 역에서 숙소로 걸어가는 길에 땀범벅이 되는 바람에 샤워를 꼭 해야만 했다. 어느 한 군데 정도는 구경을 포기할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어쩔 수 없었다. 우리는 시원하게 씻고, 가장 먼저 미라벨 궁전(Mirabell Palace)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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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라벨 궁전은 무엇보다도 아름다운 정원으로 유명하다. 화려한 꽃들이 많아 여름의 분위기를 한껏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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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하게 솟아오르는 분수가 더위를 조금이나마 식혀주었다. 저 멀리에는 오늘의 최종 목적지인 호헨 잘츠부르크 성(Hohensalzburg castle)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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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멀어 보이지만, 모차르트 다리를 건너면 금방이다. 잘츠부르크는 모차르트의 고향이다. 세상 많은 다리들이 그렇듯, 자물쇠가 한가득 잠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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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츠부르크의 거리는 듣던 대로 예뻤다. 건물들도 깨끗하고 예뻤지만, 간판들이 특히 고급스러웠다. 캐나다 퀘벡시티가 조금 생각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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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잘츠부르크 대성당이 오후 6시에 닫는 줄 알고 모차르트 생가를 그냥 지나쳐 서둘러 갔지만, 이미 지난 5시가 마감이었다. 생가에 볼거리가 그리 많지 않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그랬지만, 어차피 성당도 못 들어갈 거였으면 그래도 들어가 볼걸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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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차르트 광장에서만 사진을 한 장 남겼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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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츠부르크의 하이라이트인 호헨 잘츠부르크 성에 오르기 위해서는 걸어가거나 푸니쿨라를 타면 된다. 이날은 정말 많이 더웠기 때문에 우리는 1초의 망설임도 없이 푸니쿨라를 이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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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에서 계속 붉은 지붕들만 보다가 푸른빛과 회색빛이 어우러진 풍경을 보니 새로웠다. 정돈되었으면서도 고풍스러운 도시의 모습이 반갑기도 했고, 주변에 강과 산까지 있으니 더 예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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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편 전망대에서는 조금 다른 모습을 볼 수 있는데, 멀리 산맥을 등진 목가적인 풍경이 바로 그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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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시내가 보이는 곳으로 돌아와 식당에 들어갔다. 식사를 하기 위함이었기 보다는 무더위를 이겨낼 맥주를 마시기 위함이었다. 안주로는 오스트리아의 음식인 슈니첼을 주문했다. 돈가스 같은 음식인데, 돼지고기뿐 아니라 칠면조 등도 이런 방식으로 먹는다. 조금 색다른 점은, 라즈베리 소스를 찍어 먹는다는 것이었다. 아무래도 돈가스 소스에 익숙하다 보니 라즈베리는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었는데, 생각보다 그 상큼함이 잘 어울려서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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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도 시원했고 슈니첼도 맛있었지만, 메인 요리는 역시 이 풍경이었다. 해가 조금씩 낮아지면서 도시에 그림자가 서서히 지는 모습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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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 후에는 성 안을 조금 걷다가, 야경을 이대로 기다리기에는 여전히 너무 덥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번에는 전원 풍경이 보이는 반대편의 다른 식당으로 가서 칵테일 한 잔 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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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불빛을 기다리며 우리는 꽤 많은 이야기들을 나눴다. 어릴 때는 사촌동생과 다른 점이 더 많다고 생각했는데, 커갈수록 공통점을 더 많이 발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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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많은 공통점들을 발견하는 사이, 달이 서서히 떠올랐다. 이날 일기장에는 야경이 실망스러웠다고 적었는데, 이렇게 사진으로 다시 보니까 꽤나 아름답다. 아마도 우리는 대성당 돔에 불빛이 환히 켜지기를 기대했는데, 생각보다 전체적으로 너무 은은해서 그랬던 것 같다. 어쩌면 더 늦은 시간까지 기다려야 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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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푸니쿨라를 타고 내려오니 완전히 어두워져 있었다. 저녁이 되니 낮의 더위가 무색하게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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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츠부르크를 둘러볼 시간을 충분히 할애하지 못했던 것이 아쉽지만, 호헨 잘츠부르크 성에서 넉넉한 시간을 보낸 것은 만족스러웠다. 나중에 또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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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소한 메모 #

* 역시 나는 더위보다는 추위가 좋다. 앞으로 한 달은 더 견뎌야 할 유럽의 여름이 두렵다.
* ♬ Sing OST - Set it all f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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