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182 - 오스트리아 할슈타트(Hallstatt)
2017.08.02
내가 프랑스에서 교환학생으로 지내던 당시, 내 친구는 오스트리아에서 교환학생으로 있었다. 그때 당시 오스트리아에 가보지는 못했지만, 친구는 내게 언젠가 오스트리아를 방문하게 되면 할슈타트에는 꼭 가보라고 추천해주었다. 그래서 나는 별다른 사전 검색 없이 잘츠부르크와 할슈타트를 오스트리아 일정에 포함시켰다.
할슈타트는 대개 잘츠부르크에서 당일치기로 다녀오는데, 그리 단순한 여정은 아니다. 잘츠부르크 역에서 버스를 1시간 조금 넘게 타고, 그다음 기차로 갈아타고, 마지막에는 페리를 타고 가야 한다. 모든 교통편이 자주 다니지 않기 때문에 사전 시간표 확인은 필수다.
아침에 잘츠부르크 역에서 버스를 타기 위해 줄을 섰을 때, 그때부터 느낌이 왔다. 친구가 동화 속 마을 같다며 추천해주었던 할슈타트는 8년 전의 할슈타트였고, 지금은 매우 달라져있을 것이라는 느낌이.
일기예보에는 비가 온다기에 그에 맞는 옷차림으로 나왔는데, 비가 오기는커녕 햇빛이 굉장히 강렬했다. 비가 아닌 빗물 같은 땀에 흠뻑 젖은 하루였다.
할슈타트는 마을도 예쁘지만 주변 자연경관이 정말 멋졌다. 사실 마을 자체는 이렇게 밖에서, 한 발짝 떨어져서 바라보는 것이 가장 아름다웠던 것 같다.
집 하나하나, 골목 하나하나 모두 다 아름다웠지만, 그 속에 채워진 수많은 사람들과 그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소리들이 너무 이질적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나도 그 사람들 중 하나였다.
한때 숨겨진 보석 같았을 이 마을은 이제는 외지인들이 가득한 관광지가 되었다.
그래서인지 요즘은 할슈타트와 비슷하지만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는 다른 마을들을 많이 찾는 모양이었다. 그 마을들도 언젠가는 이렇게 변하겠지만.
참 아이러니한 것 같다. 대부분의 여행자들은 덜 붐비는 여행지를 선호하지만, 여행지란 대개 붐비는 법이다. 굉장한 곳들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어 방문객이 많을 수밖에 없고, 방문객이 많지 않은 곳들은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니 요즘처럼 여행이 쉬워진 시대에 '덜 붐비는 아주 멋진 여행지'를 찾기란 쉽지 않다.
그럼에도 사람들의 방문이 끊이질 않는 것은, 이 호수마을이 그만큼 예쁘기 때문일 것이다. 호수에서 마을을 바라보는 것도, 마을에서 호수를 바라보는 것도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웠다.
비록 너무 더워서 고생을 많이 하긴 했지만, 너무 붐벼서 점심 식사도 모르는 사람들과 겨우 합석해서 먹기는 했지만, 마을의 풍경은 그걸 잠시 잊을 정도로 멋졌다.
복잡한 관광지들은 복잡한 대로, 한적한 관광지들은 한적한 대로, 나름대로의 매력을 찾기로 했다. 붐비는 곳들은 그만큼 멋진 곳이라는 증거일 테니까.
다시 페리를 타고 호수를 가로질러 나가는 길, 멀어져 가는 할슈타트를 돌아보니 저 작은 마을에 한 번쯤 가보고 싶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앞에는 호수가, 뒤에는 산이 있는 이곳은 그림 같은 풍경, 동화 속 마을, 그 어떤 수식어로도 충분히 설명할 수 없는 아름다운 곳이었다.
# 사소한 메모#
* 단골 식당이 너무 유명해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