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184 - 오스트리아 빈 / 비엔나(Wien / Vienna)
2017.08.04
빈에서의 둘째 날이자 실질적으로 사촌동생과의 여행 마지막 날, 가장 먼저 쉔부른 궁전(Schonnbrunn Palace)에 갔다. 이곳은 합스부르크 왕가의 여름 주거지여서 여름궁전이라고도 불린다.
전날 많이 걸어 피곤했던 우리는 궁전 외부만 구경하기로 했다. 햇빛이 어쩜 이렇게 뜨거울 수 있는지, 걷기도 전에 쉽게 지쳐버리는 날이었다. 우리는 프라하에서 3박을 하고 빈에서 2박을 했는데, 사실은 반대로 계획했어야 했다. 프라하보다 빈이 훨씬 큰 도시여서 여행 막바지에 2박 3일로, 그것도 굉장히 더운 날씨에 이곳을 충분히 구경하기란 쉽지 않았다.
쉔부른 궁전은 안 가면 아쉬울 것 같아서 고민 끝에 들렀던 것인데, 충분히 예뻤다. 꽃도 예쁘고 가꾸어져 있었고 굉장히 넓었다.
사실은 궁전 반대편에 있는 언덕 위에서 내려다보는 전망이 굉장히 예쁘다는데, 너무 더워서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왕족들은 여름에도 분명 무거운 옷차림이었을 텐데, 이곳을 대체 어떻게 걸어 다녔을까 의문이었다.
물론 한쪽에는 나무 그늘도 있었고 이런 덩굴 터널도 있었다. 그래, 여름 궁전인데 더위를 피할 곳도 있어야지.
그렇게 오전 산책을 마치고 실내로 피신하기 위해 미술사 박물관(Kunsthistorisches Museum)에 갔다. 미술사 박물관과 자연사 박물관은 외관이 비슷한데, 거대한 동상을 가운데 두고 서로 마주 보고 있다.
미술사 박물관은 내부에 전시된 작품들보다 건물 자체가 예쁜 것으로 더 유명한 곳이다.
이곳에 전시된 작품들 중에 특별히 우리의 관심을 끄는 작품은 별로 없었다. 어쩌면 애초에 우리의 목적이 작품보다는 다른 데에 있었기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박물관 벽면과 천장, 장식 등을 보며 더 많이 감탄했다.
내부에 있는 카페도 참 예뻤다. 2층에서 내려다보면 빨간 의자가 주변과 어우러져 오묘하게 매력적이었다. 우리는 이곳에서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기운 충전을 했다.
그리고는 전날 들어가 보지 못했던 오페라 하우스에 갔다. 이번에는 미리 가이드 투어 시간표를 찾아놓아 맞춰서 갔다. 언어별로 여러 팀이 있었는데 우리는 물론 영어 가이드와 들어갔다.
실제로 공연을 보는 것과는 다르겠지만, 워낙 웅장하게 꾸며진 곳이었기에 텅 빈 공연장을 보는 것도 생각 외로 멋졌다. 이런 곳에서 오페라를 직접 볼 수 있으면 얼마나 멋질까.
영화 <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이 생각났다. 그 영화 시리즈를 모두 좋아하지만, 특히 빈 오페라하우스에서 오스트리아 황제 부부 암살을 막으려던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무대 위 오페라 <투란도트>와 무대 뒤 레베카 퍼거슨의 노란 드레스가 교차되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투어 가이드는 그동안 이곳에서 공연했던 프로그램들과 연례행사들을 소개해주었다. 우리는 언제 올지 모를 미래를 계획하며 이곳에서 어떤 공연을 볼지 상상했다. 멋진 무대를 만들어내는 비밀인 백스테이지를 보는 것으로 투어를 마무리 지었다.
오페라 투어까지 마치니 오후가 되어있었다. 늦은 점심 식사를 하기 위해 립이 유명한 식당에 갔다. 외국 맛집에 한국인이나 중국인 등 특정 인종만 많은 경우에는 대부분 맛이 없는데, 이곳은 손님들이 거의 다 한국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맛있었다. 마늘, 참깨, 칠리, 베이컨 등 다양한 양념의 립을 맛볼 수 있었는데 모두 맛이 좋아 양이 꽤 많았는데도 다 먹었다.
많이 걸어서 지친 건지 더위에 지친 건지, 늦은 점심 식사를 하고는 숙소에 들어가서 좀 쉬었다. 와인 마니아 사촌동생과 민박집 주인 언니와 함께 와인을 마시며 수다를 떨다가, 야경을 보기 위해 밤에 다시 나왔다. 전날 야경을 포기하고 지나갔던 시청사에는 밝게 불이 켜져 있었다. 계속되는 필름 페스티벌로 시청사에 설치된 화면에는 음악 공연 영상이 상영되고 있었다.
화면이 없었다면 시청 건물의 하단부에도 빛이 들어와 더 예뻤을지도 모르겠지만, 필름 페스티벌도 함께 맛볼 수 있었으니 만족스러웠다. 역시 더운 여름에는 밤늦게 하는 축제가 최고인 것 같다.
신 왕궁의 야경과
슈테판 대성당의 야경도 보고,
시청사만큼이나 야경이 유명한 곳, 오페라 하우스의 야경을 보기에 최적의 장소인 알베르티나(Albertina) 미술관에 갔다. 불이 환히 빛나는 오페라 하우스는 내게 프라하 성만큼이나 아름다웠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나 미술관에서도 멋진 전시를 많이 한다. 오로지 야경을 볼 목적으로만 올라가서 조금 아쉬웠다.
마지막으로 숙소 근처 카를 성당(Karlskirche) 야경까지 보았다. 앞의 연못에는 사람들이 빽빽하게 둘러앉아 서늘한 저녁을 여유롭게 즐기고 있었다. 우리는 오래 머물지는 않고 숙소로 돌아가 같은 방 다른 친구들과 수다를 떨며 밤을 마무리했다. 사촌동생과 함께 하는 마지막 날이었다.
# 사소한 메모 #
* 오스트리아에서 교환학생을 했던 친구는 나와 함께 세계 곳곳을 여행했었다. 그렇게 잘 맞는 친구가 한 명 있는 것만으로도 행운이라고 생각했는데 사촌동생 하고도 정말 잘 통하는 여행을 해서 더 큰 행운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