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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순간들이 더해져, 매일이 초연

Day 194 - 크로아티아 풀라(Pula)

by 바다의별

2017.08.14


풀라에 도착하자마자 로빈(Rovinj)부터 다녀온 나는, 나머지 시간은 풀라에서 여유롭게 보냈다. 낮에는 여느 때처럼 시내를 돌아다니며 구경했고, 저녁에는 조금 새로운 걸 해보기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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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라 관광의 시작은 역시 아레나, 원형경기장이었다. 고대 로마가 뻗어나간 곳이라면 터라도 하나쯤은 남아있는 건축물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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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라의 원형경기장은 풀라에서뿐만 아니라 크로아티아에서 가장 유명한 건축물로 꼽힌다고 한다. 지금은 각종 공연이나 콘서트 등을 여는 장소로 활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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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전의 여행들로 로마의 콜로세움과 유럽에 퍼져있는 원형극장 및 경기장들을 여럿 보았다. 그래서 풀라의 원형경기장에 대해 큰 기대를 걸지 않았지만, 금세 이곳만의 매력을 발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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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바로 높이 올라가면 경기장 바깥으로 저 멀리 바다가 보인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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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준비를 하는 것인지 무대 위에서 음향 점검 등을 하고 있었는데, 간간이 짧게 들려오는 경쾌한 음악소리가 바다가 보이는 전망만큼 시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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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형경기장을 나와 포럼 광장으로 향했다. 광장에는 또 하나의 로마 유적, 아우구스투스 신전이 있었고 그 옆에는 소박한 모습의 시청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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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부터 광장으로 사용되던 이곳은 생각보다는 크지 않았다. 오히려 광장을 기준으로 그 주변 골목들에 더 많은 카페와 레스토랑들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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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객이 꽤 많았지만, 동양인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심지어 호스텔에서는 일본인과 중국인은 왔었지만 한국인은 처음 받아본다고 했다. 왠지 아주 멀리 온 것 같아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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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 사이를 돌아다니다가, 전망을 볼 수 있는 곳에 가보기로 했다. 베네치안 요새에서는 풀라 시내를 내려다볼 수 있다. 바다는 물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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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치안 요새는 이곳을 점령했던 베네치아 공화국이 지었는데, 그전에 로마 제국이 지은 풀라 원형경기장 건물의 돌들이 동원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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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위에서 마을을 내려다보니 로마 원형경기장들 중 여섯 번째로 크다는 풀라 원형경기장의 크기가 더 와 닿았다. 로빈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는 풍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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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저녁은 조금 새로운 일을 해보았다. 로빈에 다녀온 전날 저녁, 나는 호스텔 도미토리의 좁은 침대에 걸터앉아 이후 일정을 계획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창밖에서 음악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고, 그건 순식간에 내 귀를 사로잡았다. 문밖에 나가보니 재즈 페스티벌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 나는 다음날 저녁에 할 일을 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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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이틀간 열리는 재즈 페스티벌을 볼 수 있어서, 그리고 야외 공연이어서 더 설렜다. 재즈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전날 저녁 들었던 음악이 너무나 좋았기 때문에 망설임이 없었다. 공연을 기대하며 기분도 낼 겸 칵테일도 한 잔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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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공연은 캐나다인 더블 베이시스트, 뉴질랜드인 기타리스트 그리고 크로아티아인 드러머로 구성된 트리오였다. 잔잔한 음악들로 시작해 점차 빠른 음악들을 연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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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팀은 러시아인과 크로아티아인들로 구성된 5명의 팀이었는데, 트럼펫과 색소폰까지 있어 더 풍요로운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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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정말 전율을 느낀 건, 그리고 가장 많은 박수를 받았던 건, 루오 닝 재즈 트리오(Luo Ning Jazz Trio)였다. 루오 닝이라는 중국인 피아니스트와 중국인 더블베이시스트, 그리고 쿠바인 드러머로 구성된 팀이었다. 루오 닝은 지난 베이징 올림픽 개회식 때도 연주했을 정도로 중국에서 꽤 유명한 음악가라고 한다.

오랜 시간을 함께 했는지, 세 사람이 깊숙한 곳부터 연결되어 있는 것 같았다. 서로 눈빛을 주고받으며 신나게 연주하는 것이 정말 멋졌고, 그들이 만들어내는 음악은 더 멋졌다. 음악을 들으면서 이런 기분을 느낀 것이 얼마 만일까? 간직하고 싶을 만큼 너무 좋았다. 문득 영화 <라라랜드>의 대사가 떠올랐다. 재즈 연주는 매번 달라서, 매일 밤이 초연이라고. 이들도 그럴까?


회사에 다닐 때 재즈 음악을 좋아해 취미로 색소폰을 연주하던 선배가 있었다. 그때는 내가 관심이 없어서 그런 이야기를 해줘도 흘려듣곤 했는데, 이렇게 직접 들으며 심취해보니 꼭 배우고 싶어 졌다. 언젠가 다시 만날 기회가 있다면 그때는 나눌 이야기가 많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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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소한 메모 #

* "People love what other people are passionate about.(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이 열정을 쏟는 걸 사랑하게 돼.)" - 영화 <라라랜드> 중에서, 재즈를 사랑하는 세바스찬에게 연기를 사랑하는 미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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