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검은 산 사이로 아드리아 해

Day 206 - 몬테네그로 코토르(Kotor), 부드바(Budva)

by 바다의별

두브로브니크에서 4박을 계획한 이유는 첫째는 휴식, 둘째는 몬테네그로였다. 하루쯤은 두브로브니크에서 멀지 않은 몬테네그로를 당일치기로나마 다녀와보고 싶었다. 사실 이미 투어도 예약한 상태였는데 흐바르에 가게 되어 하루 미뤘다. 마침 흐바르 여행 일행 중 한 명이 같이 가게 되어 더 재미있었다.

DSC08073.JPG

이틀 놀고 와서 피곤한데 아침 일찍 출발해 차 안에서 한참을 잤다. 실눈을 뜨고 창밖을 확인하기를 몇 차례, 마침내 온전히 깨서 눈을 떠 보니 국경을 넘어 몬테네그로에 와 있었다. 가장 먼저 도착한 곳은 페라스트(Perast)라는 작은 동네였다.

DSC08093.JPG

인구가 3~400명 남짓한 작은 마을이라 둘러볼 시간도 길게 주지 않았다. 바닷가를 따라 천천히 걸으며 잠을 깨웠다. 주변 산들 때문에 호수 같아 보이지만 바닷물이다. 아드리아해 옆 코토르(Kotor) 만에서부터 좁은 물길 사이로 흘러들어와 호수와 같은 형태를 하고 있다.

DSC08100.JPG

전날 흐바르에서 차를 타고 스플리트로 간 일행들에게 함께 차를 타고 몬테네그로를 여행하자고 진담 섞인 농담을 했었는데, 한적한 해변을 보고 있으니 정말로 아쉬워졌다. 동네 주민들 말고는 안 오는 것 같은 이곳에서 다 같이 여유롭게 수영을 했으면 좋았을 텐데.

DSC08086.JPG
DSC08099.JPG

대신 우리는 마을 안쪽을 걸어 다니며 예쁜 꽃들과 담벼락들을 보았다. 몬테네그로의 도시는 코토르(Kotor)와 부드바(Budva) 정도 알았지, 페라스트는 알지도 못했던 곳인데, 나중에 다시 오게 되면 식사도 하고 수영도 하기로 했다.

DSC08108.JPG

두 번째로 향한 곳은 몬테네그로에서 가장 잘 알려진 곳인 코토르. 중세도시 모습 그대로 잘 보존되어 있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도 등재되어있다. 나는 사실 코토르가 수도인 줄 알았는데, 여행 계획을 세울 때 포드고리차(Podgorica)가 수도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포드고리차에는 가보지 못했지만 도시화되어있어 이날 방문한 도시들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고 한다.

DSC08106.JPG

코토르에 가면 가장 많이 하는 것은 성벽을 오르는 일이다. 이날 너무 더워서 성벽 오르기가 무척 힘들었다. 입고 갔던 회색 티셔츠가 다 젖어버리고 말았다. 돌바닥은 계단일 때도 있었고 비탈길일 때도 있었는데, 매끈해서 넘어질까 조심해야 했다. 그래도 위로 올라갈수록 전망이 조금씩 더 좋아져서 힘을 낼 수 있었다.

DSC08131.JPG

성벽을 쭉 한 바퀴 다 걷는 사람들도 있던데, 우리는 투어로 왔기에 그 정도의 시간은 없었다. 있다 해도 이 더위에는 그렇게 많이 걷지 못했을 것이다. 대신 코토르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지점까지 갔다. 그곳에는 작은 예배당(Church of Our Lady of Remedy)이 있었다.

DSC08111.JPG

전망이 정말 멋져서 끝까지 올라오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흐바르가 넓고도 섬세한 매력이 있었다면 이곳은 작지만 웅장한 매력이 있었다. 아마 마주하고 있는 산과 묵직한 크루즈 선들 때문일 것이다. 몬테네그로는 오래전 베네치아 공화국의 지배를 받아 국가명도 '검은 산'을 뜻하는 이탈리아어에서 유래했다. 검은 산의 정체는 코토르 뒤에 위치한 석회암으로 이루어진 로브첸(Lovcen) 산이라지만, 그곳 외에도 거무스름한 산들이 많았다.

DSC08152.JPG
DSC08163.JPG

전망을 감상하고 내려와 그늘 아래에서 시원하게 흑맥주 한잔 한 뒤, 남은 시간 동안 코토르 골목 사이를 돌아다녔다. 곳곳에 수수한 꽃과 덩굴들이 많았는데, 꼭 줄리엣이 나와 로미오를 반길 것만 같은 초록색 창문이 기억에 남는다.

DSC08156.JPG
DSC08157.JPG
(좌) Church of St. Nicholas, (우) Church of St. Luke

몬테네그로의 종교는 동방 정교회가 가장 많다. 그래서인지 교회들도 흔히 보던 것들과 다르게 독특하게 생겼다. 때마침 골목에서 드라마 <왕좌의 게임>의 웅장한 오프닝 테마를 연주하는 사람들이 있어 판타지 속에 들어온 것만 같은 착각을 하게 했다.

DSC08162.JPG
DSC08166.JPG

마지막으로 향한 곳은 부드바(Budva)였다. 마찬가지로 중세 성벽으로 둘러싸인 이 도시는 멋진 해안으로 유명한 관광도시이다.

DSC08170.JPG

성벽에 올라서면 꽤 멀리 떨어진 외딴섬이 보인다. 어디선가 절벽을 뚝 떼다가 비스듬하게 박아놓은 것처럼 보이는 스베티 니콜라(Sveti Nikola) 섬에는 꽤 너른 해변이 있었고, 그 안에는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해수욕을 즐기고 있는 것 같아 부러웠다.

DSC08173.JPG

예상치 못했던 부드바의 전망도 인상적이었다. 성당 종탑이 있어서 그런지 크로아티아 로빈이 생각나기도 했다.

DSC08179.JPG
DSC08184.JPG

해안가를 둘러싼 성벽을 걸으니 탁 트여 시원했다. 두브로브니크의 성벽에 비하면 이곳은 시시하다던데, 나는 이곳을 먼저 와서 그런지 이곳에 대한 기억이 좋다. 코토르만을 기대하고 왔다가 의외로 페라스트와 부드바의 매력을 느끼고 간 여행이었다.

DSC08187.JPG

다시 두브로브니크로 돌아갈 때는 페리를 타고 코토르 만을 가로질렀다. 3일 연속 페리를 타 그 설렘이 사라질 법도 한데, 시원한 바람을 직접적으로 맞으며 이동한다는 건 쉽게 익숙해지지 않는 즐거움인가 보다.

DSC08190.JPG

두브로브니크에 도착할 때쯤 되니 해가 거의 지고 있어 두브로브니크와 그 주위가 모두 깜깜해졌다. 계획했던 네 밤의 두브로브니크 일정 중 마지막 4번째 밤이 지나고 있었다.


DSC08171.JPG
# 사소한 메모 #

* 투어는 투어대로 편하고, 일행은 일행대로 즐거웠던 하루
* 다음에 또 오면 부드바에서 하루 자고, 코토르에서 성벽을 오르며 땀 흘리고, 페라스트에서 수영하기로!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뜻밖의 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