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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브로브니크 속성 코스

Day 207 - 크로아티아 두브로브니크(Dubrovnik)

by 바다의별

두브로브니크에서 쉬겠다던 처음 4일 동안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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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착한 날 밤과 흐바르에서 돌아온 세 번째 밤에는 야경을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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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테네그로에 다녀온 네 번째 날 저녁에는 해가 뉘엿뉘엿 지는 것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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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마지막 날이 되어서야, 나는 온전히 두브로브니크에 집중할 수 있었다. 내게 주어진 시간은 오후 4시 30분 비행기를 탑승하기 2시간 전인 2시 30분까지였다.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숙소가 올드타운이었기 때문에 재빠르게 구경하는 것이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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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에는 일어나는 대로 곧장 성벽을 걷기로 했다. 요 며칠 계속 일찍 일어나서인지 피곤한 마음에 그냥 하지 말까도 싶었지만, 이것마저 하지 않으면 나중에 후회가 막심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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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음과의 사투 끝에 성벽 위에 오르니, 성벽으로 둘러싸인 촘촘한 주황색 지붕들과 그 밖의 푸른 바다가 환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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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브로브니크의 올드타운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어 있다. 더워서 땀범벅이 되었지만 풍경이 예뻐 끝까지 걷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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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오밀조밀한 붉은 지붕들과 경계가 모호한 푸른 바다와 하늘의 낭만적인 콜라보를 즐기기로 했다. 지겨워지고 있던 주황색 지붕들이, 헤어질 시간이 다가오자 아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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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에 한국인 단체 관광객들을 만났는데, 가이드가 좋은 사진을 찍는 포인트를 알려준 것인지 사람들이 번갈아가며 사진을 찍는 지점들이 몇 개 있기에 나도 커닝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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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브로브니크의 메인 스트리트인 스트라둔(Stradun) 거리를 위에서 내려다보니 새롭게 느껴졌다. 스트라둔 거리는 양쪽의 필레 게이트(Pile gate)와 플로체 게이트(Ploce gate)를 연결하며 올드타운을 가로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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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타운의 중심인 만큼 사람들이 밤낮없이 많은 곳이다. 첫날 오후에 이곳에 도착해 숙소를 찾을 때 사람이 너무 많아서 틈 사이로 비집고 가는 것이 쉽지 않았던 기억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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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벽을 한 바퀴 걷고, 숙소가 있는 두브로브니크 대성당 방향으로 되돌아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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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길에는 크로아티아의 작가 마린 드르지치(Marin Drzic)의 동상이 있었다. 크로아티아의 셰익스피어라고 불릴 정도로 사랑받는 이 작가 동상의 코를 문지르면 행운이 온다는 미신 때문에 그의 코만 반들반들해져 있었다. 무릎은 왜 저렇게 닳아있을까 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의 무릎 위에 앉아 사진을 찍는 것 또한 미신 중 하나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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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두브로브니크를 조금 더 멀리서 바라볼 수 있는 스르지산(Srd, Srdj)에 올라갈 차례였다. 케이블카를 타고 전망대를 올라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비슷한 값에 택시 투어도 가능하다. 나는 민박집에서 예약해준 택시를 타고 갔다. 택시 투어의 장점은 케이블카 타는 줄을 기다리지 않아도 되고, 전망대뿐 아니라 다른 곳들에도 잠시 멈춰 구경할 수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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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타운 내에 있으면 사람도 많고 건물도 많아 복잡하게 느껴지는데, 이렇게 먼발치에서 내려다보니 꽤나 정갈한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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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고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더니 이런 것도 해당되는 것일까. 마치 견고하고 군더더기 없이 조립된 레고 마을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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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 먼 곳에서도 감춰지지 않는 바다의 투명함도 그림 같았다. 이곳 해변들에서 유유자적 노는 것도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살짝 스쳐 지나갔지만, 흐바르에서의 잊지 못할 추억들이 이내 덮어버렸다. 그리고 생각해보니 성벽도 스르지산도, 그리고 첫날 부자카페에서의 수영도, 결국 그 짧은 시간 동안 두브로브니크에서 남들이 다 하는 것들은 웬만큼 다 했다는 생각이 들어 웃음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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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쉽지만 이제 떠나야 할 시간이 왔다. 사장님께서 점심을 챙겨주시겠다 해서 우리는 사장님 댁에서 라면을 얻어먹었다. 그리고는 2시 40분 셔틀버스를 타러 갔다. 함께 흐바르에 다녀온 멤버들과 사장님이 다 같이 배웅하러 왔다. 공항까지는 약 30분 정도 걸려서 4시 반 비행기를 타기 위해서는 그 버스가 마지막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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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공항버스가 오지 않았다. 사진 속 버스는 내가 탈 버스가 아니었다. 아무래도 기념사진을 찍는 도중에 버스가 지나가서 놓친 것 같다. 결국 3시가 다 되어 급히 우버를 불러서 타고 갔다. 사장님이 혹시라도 비행기를 놓치면 숙박비가 무료라고 했지만, 그리고 우버 기사도 크로아티아를 왜 떠나냐며 비행기 놓치면 좋은 거라고 했지만, 나는 무사히 공항에 도착했고 비행기는 30분 지연되어 여유롭게 탑승하러 갈 수 있었다. 마지막까지 스펙터클했던 두브로브니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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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소한 메모 #

* 예쁜 풍경을 더 바라보지 못한 아쉬움보다는, 좋은 사람들에 대한 그리움이 더 많이 남아있는 곳.

* ♬ Marvin Gaye & Tammi Terrell - Ain't no mountain high enoug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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