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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의별 Apr 18. 2018

반가움에 들뜨다

Day 212 - 싱가포르(Singapore)

이번 세계여행은 아시아를 제외하고 떠나기로 했지만, 어쩌다 보니 싱가포르에 들르게 되었다. 아테네에서 호주로 가는 비행 편을 검색해보니, 저가항공인 스쿠트항공을 이용해 싱가포르를 경유하는 것이 가장 저렴했기 때문이다. 마침 시기가 주말이어서 부모님과 함께 주말여행을 하기로 했다. 나는 싱가포르를 출장으로만 두 번 왔었고 부모님은 완전히 처음 방문하시는 것이었다. 저가 항공으로 장거리를 여행하는 것이 여러모로 불편한 점도 많았지만 싱가포르 방문과 부모님과의 여행 생각에 들뜬 마음으로 향했다.

부모님께서는 목요일 저녁에 도착하셨고, 나는 금요일 오전 5시쯤 도착했다. 이른 아침 부모님과 반갑게 상봉한 뒤 호텔에서 함께 조식을 먹고, 내가 아침잠을 자는 동안 부모님께서는 보타닉 가든에 다녀오셨다. 점심때쯤 함께 센토사(Sentosa)로 가는 케이블카를 타러 갔다.

몇 년 전 출장을 왔을 때 주말에 자유시간이 생겨서 프랑스에서 만났던 싱가포르 친구와 함께 센토사에 왔었다. 늦은 오후에 만나 시간이 없어서 유니버설 스튜디오에는 가지 못했지만, 답답한 사무실에만 있다 바다를 보니 기분이 상쾌했던 기억이 난다.

이번에는 그때보다 하늘이 맑아서 경치가 더 좋았다. 오전에 잠시 비가 왔지만 금방 그쳐서 다행이었다. 대신 엄청나게 덥고 습한 것이 문제였지만.

그래도 생각보다 부모님께서 좋아하셔서 나도 기분이 좋았다. 다음번에 오면 센토사에서 하루 정도 묵으며 휴양을 즐겨보기로 했다.

해변에서 모래 작품 전시도 하고 있어서 알차게 보고 왔다. 세밀하고 기발한 작품들이 많았고 천막을 쳐놔서 잠시나마 더위를 피하기 좋았다.

점심 식사 후에는 다시 케이블카를 타고 돌아와, 래플스(Raffles) 호텔 바로 향했다. 싱가포르 슬링 칵테일을 처음 만들었다는 래플스 바는 온 바닥이 땅콩 껍질로 덮인 곳으로 유명하다. 땅콩은 기본 안주로 제공되며, 사람들은 그 껍질을 바닥에 버린다. 싱가포르 슬링도 맛있고 땅콩을 까먹는 것도 재밌어서 다시 가고 싶은 곳 1순위로 꼽았었는데 안타깝게도 내년도까지 수리 중이라 들어갈 수 없었다.

불운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세인트 앤드류 대성당(St. Andrew's Cathedral) 역시 먼발치에서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하필 딱 하루, 우리가 갔던 그날 하루만 개방되지 않은 것이다. 여기는 그전에는 기회가 없어 나 역시 들어가 보지 못했는데, 또 한 번 다음을 기약해야 했다.

아쉬운 대로 근처 차임스(Chijmes)라도 구경했다. 오래전 예배당과 수도원으로 사용되었던 차임스는 이제 웨딩홀로 사용되고 있다.

그리고 옆 건물들에는 레스토랑과 바 등이 들어서 있어, 밤에 오면 꽤 로맨틱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저녁 계획은 따로 있어서 일단 숙소로 돌아갔다.

낮에 흘린 땀으로 굉장히 찝찝했기에 씻고 옷을 상쾌하게 갈아입었다. 첫날 저녁은 싱가포르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곳에서 보내기로 했다.

나는 저녁의 클락 키(Clarke Quay)를 좋아한다. 낮에는 덥고 습해도 저녁에 이곳에서 강물에 비치는 불빛과 곳곳에서 들려오는 음악소리에 둘러싸이면 한결 시원해진다. 

마리나 베이 샌즈(Marina Bay Sands) 만큼의 화려함은 없지만 강가에서 바람을 맞으며 소소하게 술 한 잔 하기 가장 좋은 곳이다.

한국에서 가까운 곳에, 그것도 꽤나 익숙한 동네에, 부모님까지 함께 계시니 집에 온 거나 다름없게 느껴졌다. 어차피 집에 갈 날이 머지않았지만, 그럼에도 이런 풍경과 분위기가 정말 반가웠다.

클락키를 구경하고 늦은 저녁 식사를 했다. 메뉴는 역시 칠리크랩. 세명이었으므로 칠리 크랩과 블랙 페퍼 크랩, 그리고 시리얼 쉬림프까지 추가했다. 부모님 입맛에도 잘 맞아서 밥까지 싹싹 비벼 먹었다. 볼 때마다 군침이 도는 사진들이다.

멀리 보이는 마리나 베이 샌즈는 다음날 가보기로 하고 첫날은 이렇게 마무리했다. 꼭 한번 여행으로 와보고 싶었던 싱가포르를 부모님과 함께 구경해서 더 뜻깊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모든 것들이 반가웠다.


# 사소한 메모 #

* 오랜만에 만난 것도 그렇지만, 엄마와의 남미 여행을 제외하고 아빠까지 다 함께 해외여행을 한 건 정말 오랜만이어서 더 들떴다. 그것도 이렇게 갑작스럽게!

* 더위를 싫어하는 나는 아시아에서 싱가포르가 가장 좋다. 싱가포르는 실내에만 들어가면 추울 정도로 시원하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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