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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의별 Apr 20. 2018

싱가포르의 색깔들

Day 213 - 싱가포르(Singapore)

싱가포르는 굉장히 작은 도시 국가이지만, 그 속에는 제법 다양한 볼거리들이 있다. 영국의 식민지였던 것을 비롯해 서구의 영향을 많이 받았던 역사는 물론이고, 다양한 인종과 다양한 종교가 모여있기 때문이다.

이튿날 아침에는 리틀 인디아(Little India)로 향했다. 지하철역에서 나오자마자 특유의 향신료 냄새가 스며들어왔다.

이름 그대로 '작은 인도'를 뜻하는 이 동네는 인도인들이 모여사는 곳으로 색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건물들은 알록달록했고 힌두교 사원들도 화려했다. 인도의 전통의상인 사리(Sari)를 파는 가게들도 많이 볼 수 있었다.

다만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이날 날씨가 정말이지 심각할 정도로 더웠다는 것이다. 아니, 습했다고 해야 할까. 우리는 사원 한 군데만 들어가 보고 어서 이동하기로 했다. 우리가 간 사원은 스리 비라마칼리암만 사원(Sri Veeramakaliamman temple)이었다.

사원 내부는 모두들 맨발로 들어가길래 나도 맨발로 들어갔다. 완전히 엎드려서 기도드리는 사람들이 많았다. 생각보다 크지 않은 사원 안에 현지인들과 관광객들이 뒤섞여 복잡하게 느껴졌다.

사원은 바깥으로도 이어져 있었는데, 바깥은 아스팔트 바닥이어서 맨발로 걷기엔 너무 뜨거웠다. 향을 피우는 곳들이 있었는데 발이 너무 뜨거워 서둘러 되돌아 나와 자세히 살펴보지는 못했다.

다음으로 향한 곳은 아랍 스트리트였다. 걷는 걸 좋아하는 우리 가족이라 웬만하면 리틀 인디아에서 1.5km 정도 걸어갔겠지만, 녹아내려 없어질 듯한 더위에, MRT 원데이 패스도 샀겠다, 지하철을 이용했다.

커다란 술탄 모스크(Sultan Mosque)가 중심을 잡고 있었다. 기도 시간 외에는 모스크에 관광객 출입도 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날은 이드 기간(Eid, 이슬람 축제)이라 출입이 제한되어 아쉬웠다. 그 전날 마찬가지로 들어가 보지 못했던 세인트 앤드류 성당이 떠올랐다.

길 건너에는 작은 공원 같은 것이 있어서 나무 그늘 아래서 잠시 쉬었다. 벤치에는 꽃 한 송이가 떨어져 있었다. 진한 분홍색의 푸루메리아(프랜지패니, Frangipani) 꽃은 나의 아프리카 스커트와 왠지 잘 어울렸다. 이날도 길거리에서 한 유럽계로 보이는 여자가 스커트 너무 예쁘다고 칭찬해주고 갔다.

더위를 조금 더 식히기 위해 차이나타운에 가서 빙수를 사 먹었다. 물론 유명한 육포도 샀다. 우리는 진한 노랑의 망고 빙수와 덜 진한 노랑의 두리안 빙수를 주문했다. 나는 두리안을 좋아하지 않지만 아빠는 입맛에 잘 맞으신다고 하셨다.

도저히 이 더위 속을 더 걸을 자신이 없어 오후에는 숙소에서 수영을 하며 쉬었다. 그리고 저녁에 다시 나와 송파바쿠테라는 식당에서 중국식 돼지 갈비탕을 먹었다. 정말 별거 없어 보이지만 어찌나 맛있던지. 국물도 시원하고 고기도 부드러웠다.

식사 후에는 마리나 베이 샌즈(Marina Bay Sands) 뒤편에 있는 가든스 바이 더 베이(Gardens by the bay)에 갔다.

가든스 바이 더 베이는 30만 평의 인공 정원이다. 우리는 저녁에 하는 조명쇼 시간에 맞춰갔지만, 관심이 있다면 식물원 내부에서 다양한 꽃들과 나무들, 인공 폭포를 구경해도 좋을 것 같다.

워낙 인공적인 곳이어서 반신반의하며 갔는데, 외계 행성처럼 신비로웠다.

슈퍼트리라는 이름의 독특한 인공 나무들에 형형색색의 조명이 들어오자 미래도시 같기도 했다. 입구 근처는 사람이 많아 붐볐지만, 조금 걷다 보니 한산한 공간이 있어 그곳에서 편하게 보았다.

음악과 함께 형형색색으로 바뀌고 반짝이는 것이 참 예뻤다. 날씨가 이토록 덥지만 않았더라면 조금 더 일찍 와서 식물원도 구경했을 텐데. 다음에는 그렇게 하기로 했다.

조명쇼가 끝나고, 우리는 마리나 베이 샌즈 쇼핑몰을 통해 밖으로 나갔다. 쇼핑은 다음날 하기로 했으므로, 그리고 피곤했으므로 지나가기만 했다.

마리나 베이 샌즈에서부터 한 바퀴 걸어서 멀라이언(Merlion) 공원까지 갔다. 오래전에 출장 왔을 때도 이렇게 걸었던 것 같다. 그때는 낮이었지만.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에서도 분수쇼와 레이저쇼를 한다. 짧은 길은 아니었지만 구경하면서 걸으니 지루하지는 않았다.

전체적으로 색깔이 다양하게 바뀌면서 더욱 화려해졌다. 더웠지만 마리나 베이 일대가 눈부시게 빛나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기분이 상쾌했다.

늘 둘째 날이 가장 바쁜 것 같다. 바쁜 하루를 마무리하며 밤이 끝나기 전에 숙소 근처에서 치킨 윙과 감자튀김을 안주로 맥주 한 잔씩 했다. 다음날 밤이면 싱가포르를 떠나 나는 호주로, 부모님은 한국으로 가신다. 뉴질랜드에서 다시 건강하게 만나기를 약속하며 건배했다.


# 사소한 메모 #

* 어떤 외국인이 우리 가족 보고 왜 딸의 피부색만 다르냐며 혼란스럽다고(confusing) 했다. 내가 그렇게 많이 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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