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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퉁불퉁, 오르락내리락

Day 222 - 호주 카타주타(Kata Tjuta)

by 바다의별

울룰루의 일출을 보러 갔을 때, 왼편에 다른 지형도 눈에 들어왔다.

"우와, 저건 뭐지?"

"저건 카타주타야. 오늘 갈 곳."


울룰루에는 태양이 떠올랐지만 카타주타(Kata Tjuta) 위에는 아직도 달이 떠 있었다.

울룰루가 형성되었을 때쯤 카타주타도 함께 형성이 되었는데, 울룰루가 하나의 거대한 돌 모양으로 그대로 솟아올라왔다면 카타주타는 여러 덩어리로 나뉘어 올라온 것이라고 한다.

오전에는 공기가 차갑고 바람이 불어서 꽤 추웠는데, 조금 걷다 보니 강렬한 태양에 금방 따뜻해지고 곧 이마에 땀이 맺힐 정도로 더워졌다. 다음날엔 이른 아침 추위에 굴하지 않고 반드시 반바지를 입겠다고 다짐했다.

울룰루에서 보던 색감 그대로였지만, 걷는 길 자체는 울룰루 때보다 재밌었다. 언덕 사이사이를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다 보니 경치가 조금씩 달라져서 그런가 보다.

다만 바닥에 돌이 많아서 걸을 때 발바닥이 아팠다. 포르투갈에서 트레킹화를 잃어버린 후 일반 운동화를 신고도 잘 다녔는데 이곳에 오니 트레킹화가 그리워졌다.

그래도 이 정도 풍경을 구경하기 위해서는 발이 조금 아픈 것쯤은 감수할 수 있었다.

팝콘처럼 생긴 꽃들도 인상적이었다. 이름은 모르겠다. 사막에서 꽃을 보게 될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 했는데 생각해보면 선인장도 꽃을 피우니 그리 놀라울 일도 아니었다.

트레킹 후에는 킹스 캐년(King's Canyon) 근처를 향해 달렸다. 다음날 트레킹을 위해서였다. 가는 길에는 '짝퉁' 울룰루라고 불리는 코너 산(Mount Conner)을 먼발치에서 볼 수 있었다. 언뜻 보면 홀로 떨어져 있는 것이 울룰루 같기도 하지만, 울룰루가 땅 위에 얹어진 바위의 모습이라면 코너 산은 지면과 곡선으로 자연스럽게 만나는 납작 산이다.

이곳에서 잠시 스트레칭을 하고 땔감을 주우러 갔다. 아프리카에서는 중간중간 캠핑장이나 가게에서 나무를 구하곤 했는데, 이곳은 별도로 구할 곳이 없나 보다. 우리가 직접 나뭇가지를 꺾어 들고 트레일러에 실어야 했다. 나뭇가지에 다리가 긁혀 상처가 난 것 말고는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이미 아프리카에서 5주간 캠핑을 해봐서이기도 하겠지만, 일정 자체가 여유로웠기 때문에 이곳의 캠핑은 굉장히 수월하게 느껴졌다. 이날은 트레킹 후 캠핑장에 가서 점심 식사를 하고 자유시간을 가졌다. 그래서 식후 바로 샤워하고 캠핑장 리셉션에서 아이스크림도 사 먹고 저녁 먹기 전에 잠시 낮잠도 잘 수 있었다.

그리고는 캠핑장에 있는 자그마한 모래언덕에서 일몰을 보았다. 역시 아무것도 없는 사막의 하늘이 가장 깨끗하고 아름다운 것 같다.

이날도 맛있는 저녁식사 후, 우리가 직접 구한 나무들로 만든 캠프파이어 곁에 자리를 잡고 스와그를 펼쳤다. 유쾌한 가이드 벤은 꽤 괜찮은 요리사였고, 심지어 한국인들 중에는 실제 요리사도 있어서 엄청난 칼질도 직접 볼 수 있었다. 덕분에 우리는 매일 맛있는 식사를 했다.

그리고 그렇게 즐겁고 여유로운 하루를 보내고 나면, 밤에는 쏟아질 듯한 은하수를 눈이 더 이상 떠지지 않을 때까지 최대한 담으며 마무리했다.


# 사소한 메모 #

* 울룰루보다는 카타주타가, 카타주타보다는 킹스 캐년이 더 멋졌다. 그래서 어디서 출발하든 이 순서로 관광하게 하는가 보다.

* 잠들기 직전까지 마음껏 별을 보고 캠프파이어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스와그의 낭만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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