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걷기 좋은 브리즈번

Day 227~230 - 호주 브리즈번(Brisbane)

by 바다의별

브리즈번(Brisbane) 공항에는 반가운 얼굴이 기다리고 있었다. 브리즈번에서 파견근무 중인 전 회사 과장님이 나를 데리러 나오신 것이다. 나를 보자마자 왜 이렇게 새까맣게 탔냐며 웃었다. 싱가포르에서는 부모님과 피부색이 다르다고 이상하다는 소리까지 들었으니.

DSC09861.JPG

과장님은 내게 이른 저녁으로 쌀국수를 사주시고는 숙소까지 태워주셨다. 오랜만에 아는 사람을 만나 한국어로 대화하니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이후에도 한번 더 만나 점심을 얻어먹었는데, 한국에 가서 다시 만나면 꼭 식사대접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DSC09863.JPG

다음날 나는 골드코스트(Gold Coast)부터 다녀오기로 했다. 관광지로서는 브리즈번보다 근교인 골드코스트가 더 인기가 많다.

DSC09868.JPG

넓은 해변과 더불어 상업적으로 발달된 골목들이 많아서 그런 것 같다. 밤에는 더 활기가 넘친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골드코스트가 왠지 그리 끌리지 않았고, 그래서 당일치기로 맛만 보기로 했다.

DSC09870.JPG
DSC09869.JPG

예상했던 것처럼, 나는 골드코스트에 별다른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근처 테마파크라도 갔으면 재미있었으려나. 스카이 포인트 전망대에서 바라본 해변과 마천루의 모습은 멋졌지만 그게 전부였다. 해운대가 그리워지는 전망이었다.

DSC09874.JPG

해변을 산책하다 점심을 먹고 골목들을 구경했다. 그리고는 이제 브리즈번으로 돌아갈까, 시계를 보니 골드코스트에 도착한 지 2시간밖에 지나지 않았다. 2시간 머물기 위해 왕복 3시간을 달렸나 싶었지만 더 이상 할 일도 없을 것 같아서 다시 기차에 올랐다.

DSC09884.JPG

돌아와서는 브리즈번 사우스 뱅크(South Bank)를 걸었다. 도시 이름을 이렇게 예쁘게 세워둔 건 아이 암스테르담(I Amsterdam) 이후로 처음 보는 것 같았다.

DSC09887.JPG

브리즈번 강가에 위치한 사우스 뱅크는 저녁에 산책하기 좋았다. 공원도 좋고 식당도 많고 인공 해변도 아기자기했다.

DSC09907.JPG
DSC09911.JPG

브리즈번은 관광할 거리가 그리 많지 않았다. 그 점이 나는 오히려 더 마음에 들었다. 계획을 세울 필요 없이, 그저 걷다가 마음에 드는 곳에서 여유를 부리며 분위기에 동화될 수 있어서 좋았다.

DSC09915.JPG

점심에 먹은 햄버거가 소화가 되지 않았는지, 굴과 감자튀김을 안주 삼아 맥주를 두 잔 마셨더니 충분했다. 강에서 불어오는 색색의 저녁 바람에 기분이 좋아졌다.

DSC09931.JPG

사우스 뱅크에서 내가 묵는 호스텔까지는 강가를 따라 천천히 걸어가면 되었다. 인적이 드물었지만 불빛이 많아서 무섭지 않았다. 한가한 저녁이 반가운 날이었다.


DSC09947.JPG

다음날에는 브리즈번 강 건너 시내에 가보기로 했다. 시내로 가는 페리는 무료였다. 멜버른에서 무료로 트램을 타고 다니던 것이 생각났다. 브리즈번에서는(퀸즐랜드 주에서는) 교통카드를 구입해 다니기는 했지만 페리가 무료여서 교통비를 꽤 절약할 수 있었다.

DSC09959.JPG
DSC09963.JPG

페리에서 내려 곧장 향한 보타닉 가든(Botanic Gardens)은 이름에서부터 느낄 수 있듯 특별할 건 없는 큰 공원이었다. 그래도 날씨가 좋아서, 그리고 그늘이 많아서 상쾌한 오전을 시작하기 좋은 장소였다.

DSC09978.JPG

공원 산책 후에는 점심을 먹고 퀸즐랜드주 현대미술관(Queensland Gallery of Modern Art)으로 향했다. 버스도 탔지만 걷기만 해도 좋은 날씨였다.

DSC09979.JPG

미술관 입구에는 코끼리가 거꾸로 박혀있는 동상이 있었는데 무엇을 표현하고자 하는 건지는 알 수 없었다.

DSC09980.JPG
DSC09983.JPG

미술관에 가기로 한 건 무료입장인 데다 미술관 자체가 오랜만이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내부에는 호주 곳곳을 그린 그림들뿐 아니라 원주민들의 문화를 엿볼 수 있는 다양한 공예작품들이 전시 중이어서 재미있었다.

DSC09989.JPG
DSC09996.JPG

정말 한가로운 하루를 보낸 것 같다. 호주에서는 꼭 먹어야 할 음식도 없었고, 브리즈번에서는 꼭 해야 할 일도 없었다. 여행의 재미가 없을 것 같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당시의 내게는 꼭 필요한 동네였다. 인파가 많은 상징적인 어떤 것보다는 한적한 공원에서의 여유가 더 필요했기 때문이다.

DSC00041.JPG

브리즈번은 그런 여유를 즐기기에 더할 나위 없이 완벽했다. 바람이 스쳐 지나가는 나무의자들도, 거리에서 마주친 친절한 사람들도.


DSC09938.JPG
# 사소한 메모 #

* 고요함과 평온함, 내게 딱 필요했던 것.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산호초들이 신비로운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