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230 - 호주 브리즈번(Brisbane)
브리즈번 근교에는 론파인 코알라 생츄어리(론파인 코알라 보호구역, Lone Pine Koala Sanctuary)라는 곳이 있다. 말 그대로 코알라들을 실컷 볼 수 있는 곳이다.
멜버른 힐스빌 생츄어리에서는 코알라들이 모두 잠들어 있었는데, 이곳에서는 꽤 활동적인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나뭇가지를 뒤뚱뒤뚱 걸어 다니며 유칼립투스 이파리를 열심히 먹고, 때로는 옆 다른 가지로 뛰어 이동하기도 했다.
멜버른 친구 집에서 애완 웜뱃 헨리를 품에 안고는 호주 동물 중에서는 웜뱃이 최고라고 했지만, 이곳에서 만만치 않게 사랑스러운 코알라들이 내 마음을 녹여버렸다.
비용을 지불하면 코알라를 안고 사진도 찍을 수 있었는데, 생각보다 굉장히 기계적인 절차여서 코알라에게 미안함이 컸다. 두 손을 모으면 그 위에 코알라를 올려주고, 사진을 몇 장 찍은 뒤 바로 다음 사람에게 건네주는 식이었다. 물론 여러 마리의 코알라들이 번갈아가면서 하는 것이지만, 그래도 매일 새로운 사람들 품에 기계적으로 안겨야 하는 건 코알라들에게 엄청난 스트레스일 것 같다.
코알라들이 워낙 정적이어서 흔히 코알라들의 주식인 유칼립투스에 마약 성분이 있는 것이 아니냐고 추측하곤 하는데, 그건 사실이 아니라고 한다. 유칼립투스 잎에 열량이 거의 없어서 진짜 필요할 때가 아니고서는 에너지 보존을 위해 움직이지 않는 것이라고 한다.
그렇지만 약간의 독성은 있다고 한다. 그래서 새끼들이 태어나서 바로 먹으면 위험할 수 있어서, 적응시키기 위해 어미의 변을 먹는 것으로 시작한다고 한다.
왜 그렇게 독성이 있고 열량이 낮은 유칼립투스 잎에만 집착하는 것인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어쩌면 그 독성이 중독을 일으키는 것일까.
코알라들도 캥거루들처럼 새끼주머니가 있는 유대목 동물(marsupial)이다. 이날 새끼주머니 속에 잠자고 있는 아기 코알라도 보았고, 조금 커서 밖을 돌아다니는 아기 코알라도 보았다.
그 모습이 너무나 사랑스러워서 셔터를 얼마나 여러 번 눌러댔는지 모른다.
새끼 코알라는 엄마 뱃속에서 슬금슬금 얼굴을 밖으로 내밀더니 어느새 엄마 등위에 업혔다. 작은 생명체가 뒤뚱뒤뚱 움직이는 것이 너무나도 사랑스러웠다.
걸려도 좋으니 잠시라도 데리고 도망쳐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눈을 뗄 수 없을 정도의 앙증맞음.
코알라들만 있는 것은 아니어서 캥거루들과 오리너구리, 딩고 그리고 누워 자고 있는 웜뱃도 보았지만, 이곳에서는 단연 코알라들이 최고의 인기였다. 코알라들의 귀여운 움직임들을 몇 시간 동안 보면서도 지루하지가 않았다.
끝까지 웃음을 줬던 건, 다시 입구로 되돌아 나오면서 발견한 한국어 안내문. 대체 번역기를 어떻게 돌렸기에 저런 제목이 나왔는지 모르겠다. 이후 이메일로 한국어 안내문의 오류를 지적했더니 그 이전에도 여러 번 언급되었던 사실이라고 하면서 도움을 요청했다. 그래서 나는 글을 고쳐주었고 수정된 것으로 바꾸면 알려주겠다더니 아직 연락은 없다.
# 사소한 메모 #
* 코알라 안기를 위해 낸 돈으로 유칼립투스를 더 심는 등 코알라들을 위해 더 나은 환경을 조성한다고는 하지만, 이런 건 그냥 웬만하면 하지 않는 것이 좋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