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웅의 실력

코로나 시대에 두 달간 해외출장을 떠나던 날

by 바다의별

"엄마, 다른 사람들은 가족들이 엄청 걱정하고 울고, 공항까지 데려다 주기도 했다는데, 엄마는 일찌감치 가라고 내쫓기나 하고, 엄마는 뭐야?"


원래 3시쯤 출발할 생각이었는데, 점심 먹기 전부터 엄마가 재촉해서 결국 2시에 나왔다. 아니나 다를까, 비행기 출발 4시간 전에 이미 탑승수속을 다 마치고 라운지에 도착했다. 오랜만에 앉아보는 라운지 소파가 싫지만은 않았지만, 회사 동료들이 집을 떠나온 사연을 들으니 생각할수록 우리 엄마가 너무 웃겼다.


"야, 8개월간 배낭여행을 한 딸내미를 고작 2개월, 그것도 오지도 아니고 미국을 보내는데 걱정이나 되겠냐?"


아, 그 말에 바로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코로나야 어디서든 위험할 것이었고, 이미 그로부터 서너 달 전 백신 신청을 하기부터 백신 맞기까지(국외 출장 명목으로 일찍 신청할 수 있었다), 코로나와 그 부가적인 문제들에 대한 마음의 준비는 충분히 해왔다. 회사 동료들의 가족분들은 코로나로 인한 걱정도 걱정이지만, 2개월 간 떨어진다는 사실이 더욱 마음이 쓰이셨을 것이다. 우리 부모님은, 말로는 그래도 속으로는 걱정하셨겠지만(하셨겠지?), 그래도 딸을 오래 보내는 것에 대한 백신은 여러 차례 맞으셨기 때문에 조금 낫지 않으셨을까.


나는 스무 살부터 부모님과 떨어져 서울살이를 시작했고, 스물한 살에는 친구와 둘이 베트남으로 봉사활동을 2주간 다녀왔다. 스물두 살에는 프랑스로 교환학생을 6개월씩 1년 간 다녀왔다. 스물아홉 살까지 부모님과 계속 다른 도시에 살다가 서른 살에는 세계여행을 8개월 간 다녀왔다. '실력'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여행하는 것도 점점 실력이 느는 것처럼 느껴지듯, 배웅하는 것도 점점 실력이 늘기도 하나보다.


근데 엄마, 이것보다 더 늘 필요는 없어. 나 해외에 있을 때 전화하면, 좀 오래 받아줄래?



* 귀국한 지 벌써 한 달 가까이 되었습니다. 시간은 늘 그렇듯 훌쩍 지나갔네요!


텅 빈 공항
그리고 오랜만에 설레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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