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았네, 속았어!

2년 만에 다시 찾아간 인생 막국수 집

by 바다의별

"원래 이랬나?"


1년 7개월 만에 여행을 했다. 그동안은 계속 코로나로 인해 조심하느라 몸을 사려왔지만, 장기 해외출장을 앞두고 오랜만에 잠깐이나마 휴가를 즐겨보고 싶었다. 이제는 백신을 맞기도 했고. 그래서 부모님과 함께 1박 2일로 어딘가 다녀오기로 했고, 여행지는 금세 강원도로 결정되었다.


출발 한 달 전, 우리가 가장 먼저 정한 건 숙소도 볼거리도 아닌, 한 막국수 집에서의 식사였다. 그러고 보니 강원도가 먼저였는지 이 식당이 먼저였는지도 기억나지 않는다. 아무래도 이 식당에 가기 위해 행선지가 정해졌던 것 같다.


"그 막국수 꼭 먹어야지! 거기 진짜 맛있었어."

"당연하지, 거기 수육도 최고였잖아, 도톰하고."

"거기는 정말 또 가고 싶어, 꼭 가야 해!"


약 2년 전 감탄하면서 먹었던 맛을 우리 가족은 모두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다. 매콤 달콤한 회무침이 올라가고 고소한 들기름 향이 가득하던, 맛과 향 모두 최고였던 비빔막국수. 우리 가족은 맛집을 다니는 것을 좋아하는데, 당시에는 막국수 탐방에 열을 올리던 때였다. 꽤나 많은 곳을 다녔음에도 이곳은 세 손가락 안에 꼽을 만한 곳이었다.


그렇게 첫날 일정이 금방 정해졌다. 일단 막국수부터 먹고, 그 뒤에 시원하게 바다나 좀 보고, 숲길 좀 걷고 하면 될 일이었다. 식당 위치 확인을 위해 오랜만에 검색해보니 여전히 긍정적인 후기들이 줄지어 있었다. 군침이 돌았다. 분명 사람이 많을 테니, 아침 식사를 하지 않고 일찍 출발하기로 했다.


그러나 오전 11시쯤 도착한 식당엔 생각보다 사람이 별로 없었다. 역시 코로나 때문에 사람들이 여행을 자제하고 있는가 보다고 생각했다. 마스크를 조이고, 조심스레 안으로 들어가 자리를 잡고 앉았다. 우리 외에 두 테이블 정도 차 있었다.


"수육 대자 하나랑, 막국수 세 개요!"


수육이 먼저 나왔다.


"고기가... 예전 같지 않은데?"

"코로나 때문에 어려워서 좀 저렴한 고기를 쓰나?"

"두께랑 색은 다르긴 한데... 그래도 맛은 나쁘지 않은걸."


나는 우리 집에서 제일 맛을 모른다. 웬만하면 다 맛있게 먹는 편이다. 그에 비해 우리 아빠는 엄청난 미식가이며, 엄마도 못지않게 까다로우신 편이다. 물론 내가 보기에도 2년 전 그 감동적인 맛은 아니었지만, 나는 그래도 나름대로 먹을 만했다. 그에 비해 부모님은 적잖이 실망하셨다. 하지만 그런대로 맛있게 먹는 나를 보시며, 어쩌면 기대치가 너무 컸던 게 문제였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잠시 하셨다. 그렇게 갸우뚱하면서도 수육을 거의 다 먹을 때쯤 메인 요리인 막국수가 나왔다.


"막국수가... 예전에도 이렇게까지 달았나?"

"아닌데, 맛이 왜 이렇게 변했지?"


이번에는 나도 분명하게 느꼈다. 2년 전 감탄하며 먹었던 그 맛은 아니라는 것을. 이건 단순히 기대치의 문제가 아니었다. 아무리 기대 없이, 예전의 느낌을 잊고 먹으려 해도, 이건 유명 맛집의 맛이라고 보기는 어려웠다. 먹을 만한 정도라고는 생각했으나 절반쯤 먹으니 너무 달기만 해서 느끼할 지경이었다. 방송에 나온 맛집이라고 해서 찾아갔다가 실망하고 오는, 딱 그 정도의 맛이었다.


"여기 이제 오지 말아야겠다. 맛이 너무 변했네."


아침부터 설레는 마음으로 서둘러 왔는데, 김이 샌 채로 차에 다시 올라탔다. 딱 한 번 왔을 때의 기억이 너무 과장되었던 것일까? 남들은 여전히 맛있다는데, 오늘 하필 뭔가가 잘못되었던 걸까? 코로나 이후로 사정이 있어서 재료를 바꾼 것일까?


여러 가지 생각들을 서로 던져보고 있는데, 엄마가 인터넷에 올라온 후기들을 쭉 내려보시다 드디어 해답을 발견하셨다.


"여기... 주인 바뀌었대."

"뭐?!"


원래 이 건물의 주인이 기존 식당 주인을 내보내고 가게를 이어간 케이스였다. 하필 상표까지도 사 왔는지 이름까지 그대로여서, 주인이 바뀌었을 가능성은 상상도 못 했다. 가게 건물도 화장실 외에는 모든 게 그대로였다. 게다가 출발 전 대충 검색했을 때에도 여전히 후기는 가득 차 있었기에 우리는 더더욱 의심조차 하지 못했다. 아마 그 사람들은 최근에 처음 가봐서 비교대상이 없는 사람들일 수도 있다. 후기들을 훨씬 더 아래로 내려보니 우리와 같은 사람들이 드문드문 있었다. 여기 주인이 바뀌었다고, 기존 주인은 다른 곳에 새로 식당을 차렸으니 그쪽으로 가시라고.


"에잇, 우리 내일 그 원래 주인이 하는 식당으로 가자!"

"아, 거기까지 또 어떻게 가."

"아니, 너무 억울하잖아!!"


몇 년 만에 하는 첫 여행, 강원도 여행 첫날의 첫끼를, 하필 우리 세 식구가 가장 고대하던 그 순간을, 그렇게 날리고 나니 왠지 모르게 다 같이 풀이 죽었다. 이왕 식당을 이름까지 그대로 물려받을 거면, 맛이라도 좀 정성을 기울여서 비슷하게라도 해보지. 새로운 주인 탓도 해보고, 좀 더 찾아볼 걸 하는 후회도 해보았지만, 맛없는 수육과 맛없는 막국수를 먹었다는 사실은 되돌릴 수 없었다. 시간도 마음도 보상을 받고 싶었지만, 뭘 어쩌겠는가. 나중에 그 원래 주인이 하는 식당으로 찾아가, 기대하던 그 막국수를 다시 맛보는 수밖에는.


여행지는 변한다. 내 추억과 내 기억이 그때 그곳에 머물러있을 뿐, 장소는 멈춰있지 않고 끊임없이 변화한다. 그래서 어딘가를 다시 찾아간다는 건 어쩌면 불가능한 일이다. 좋아하던 식당은 없어지고, 꽃들이 가득하던 공터에는 건물이 들어서고, 넘쳐흐르던 강물은 말라 있고, 아기자기하던 서점은 화려한 크기로 확장되기도 한다.


변해버린 막국수 덕에 중요한 교훈을 다시 한번 되새기게 되었다.

좋아하던 곳에 다시 찾아갈 때는, 내가 좋아하던 부분까지 바뀌지는 않았는지 꼭 알아보고 갈 것.

좋아하는 식당에 오랜만에 갈 때는, 혹시 주인이 바뀌었는지 꼭 알아보고 갈 것.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