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4%의 완벽

얼떨결에 아빠와 둘이서 첫 여행 3 - 울산

by 바다의별

아빠와의 여행 마지막 날, 어느 정도 급한 일은 마무리된 엄마가 합류하기로 했다. 주말이라 기차표가 매진이었지만, 몇 차례의 새로고침 끝에 적절한 시간의 차표를 구할 수 있었다. 아빠가 결혼식에 참석하는 동안 나는 근처 단풍 구경을 잠시 했고, 최대한 빠르게 출발해 엄마를 만나러 갔다.


며칠 만이었지만 엄마를 오랜만에 만나니 반가웠다. 긴 시간 떨어져 있었던 것도 아니었고 수시로 전화를 했지만, 그럼에도 할 이야기가 충분히 많았다. 카페에 앉아 시원한 음료와 달콤한 디저트가 천천히 줄어드는 동안 회포를 풀었다.


나는 부모님과 지금까지도 가까운 사이다. 굳이 '지금까지도'라는 말을 쓴 것은, 많은 딸과 아들들이 스무 살이 넘어 독립하면서부터는 부모님과 사이가 멀어지는 경우를 많이 보았기 때문이다. 나는 10년 정도 부모님과 떨어져 살았지만, 세계여행을 다녀온 뒤로 다시 같이 살고 있다. 어떻게 부모님과 같이 사느냐고, 힘들지 않느냐는 질문을 종종 듣지만 힘들 일은 없다. 부모님은 성인 딸에게 굳이 잔소리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고, 나 역시 열심히 사는 걸 즐기는 사람이라 (그리고 밤늦게 밖에 돌아다니는 걸 귀찮아하는 사람이라) 잔소리하실 일을 만들지도 않는다.


어쨌든 운 좋게도 그렇게 부모님과 가까울 수 있어서, 수차례의 가족 여행과 몇 차례의 모녀 여행, 그리고 이번에 부녀 여행까지 할 수 있었다. 어느 한쪽이 희생하면서 데려가고 모셔가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함께 하는 여행. 아빠와의 여행은 성공적이었고, 마지막에 엄마까지 이렇게 합류했으니 더 성공적이었다.


저녁이 되어 일본식 수프 카레를 먹으러 갔다. 처음 들어보는 메뉴라 궁금해서 선택했는데, 묽은 카레 국물에 채소와 토핑들이 잔뜩 들어간 음식이었다. 담백하고 건강한 느낌으로 맛있었다. 특히 그 속의 브로콜리는 입에 넣자마자 내 눈이 커지는 걸 스스로 느낄 수 있었다. 아마 버터에 한번 구운 뒤에 넣어 끓인 것 같았다. 나는 평소 브로콜리를 굉장히 좋아해서 혼자 살 때는 냉장고에 브로콜리가 없는 날이 없었다. 그 맛있는 것이 이렇게나 더 맛있을 수가 있다니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내가 인생 드라마로 꼽는 드라마 중 '굿 플레이스'라는 시트콤 드라마가 있다. 사후세계에 대한 내용으로, 때로 신적인(?) 존재들이 우주의 진실들을 이야기해주곤 한다. 거기에 이런 대사가 나온다.


"우주의 그 어떤 것도 104%까지 완벽해질 수 있어. 그렇게 해서 비욘세가 나온 거야."

(Anything in the universe can be up to 104% perfect. That's how you got Beyonce.)


비욘세 대신 자기가 좋아하는 것들을 대입하면 누구라도 100%, 아니 104% 공감될 대사다. 수프 카레에 들어간 브로콜리처럼, 완벽은 때로 더 완벽해질 수 있다.


아빠와의 여행이 100%였다면 엄마까지 합류한 여행은 104%였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렇게나 쉽게 100% 이상의 여행을 할 수 있다는 건 흔치 않은 행운임을 안다. 그 행운을 나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쓸 생각이다. 100%의 여행도 104%의 여행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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