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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의별 Nov 10. 2023

보러 오셨어요, 배우러 오셨어요?

캄보디아 여행 3 - 앙코르와트 스몰투어

"보러 오셨어요, 배우러 오셨어요?"

"둘 다요! 보기도 하고 배우기도 하고 싶어요."


앙코르와트 가이드님이 우리한테 물어보신 질문이었다. 보러 온 사람은 사진 찍는 데에 시간을 더 할애하고 싶을 것이고, 배우러 온 사람은 설명 듣는 데에 시간을 더 할애하고 싶을 것이다.


대부분의 여행은 보는 것에서 시작되지만, 결국 배우는 것으로 끝이 난다. 낯선 길 위에 선 사람은 낯선 무언가를 맞닥뜨리게 되기 마련이고, 여정은 그렇게 관찰이 아니라 경험이 된다. 그래서 여행자의 마음과는 상관없이, 정말로 ‘보기만 하는 사람’은 없다. 새로운 문화를 접하는 것, 새로운 음식을 먹어보는 것, 새로운 언어를 귀로 듣는 것, 이 모든 것들이 배움의 한 조각으로 이어지니까.


54개의 탑에 200여 개의 얼굴이 있는 것으로 유명한 바이욘 사원


물론 이번 캄보디아 여행에서는 평소보다 조금 더 배우고 싶은 것들이 많아서 가이드 투어를 예약했다. 사실 앙코르와트와 그 주변 사원들을 돌아다니는 데에 가이드 동행은 필수가 아니다. 원한다면 툭툭이든 자전거든 오토바이든 이동수단만을 확보한 채 원하는 대로 다닐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그 세계적인 유산을 ‘우와 멋있다’ 한 마디로만 끝내고 싶지는 않았다.


덕분에 시엠립의 사원들은 내게 단순히 멋진 건물이나 신비로운 유적이 아니라, 하나하나의 이야기로 남게 되었다. 고대 왕이 자신의 어머니를 위해 사원을 지은 사연, 병을 낫게 해 준다고 알려진 사원, 힌두교 사원에 불교가 더해졌다가 또 불교가 지워진 이야기... 그리고 이야기는 또 이야기를 품고 있었다. 사원에 조각된 벽화들, 사원의 일부로 자란 나무들, 그리고 그 주변의 조각상들에는 각각의 다른 이야기들이 깃들어있었다.


(좌) 앙코르톰 남문 앞 다리  |  (우) 앙코르와트


이야기를 통해 나는 캄보디아에 가까워졌다. 찬란했던 고대 크메르 제국에서부터 19세기 프랑스의 지배, 캄보디아의 지식인층이 말살되었던 20세기의 킬링필드, 그리고 강대국들 사이에서 치이는 지금까지.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나도 함께 긴장했다가, 안도했다가, 한숨짓게 되곤 했다. 난생처음 방문하는 나라에, 도착한 지 24시간도 채 되지 않아 마음이 생길 수 있는 것은 언제나 신기한 일이다.


낯선 곳이 더 이상 낯설지 않게 되는 순간, 여행자는 비로소 여행지에 흠뻑 젖는다. 여행은 새로운 곳과 정이 드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관찰이 경험이 되는 순간, 그것은 관심이 되고, 관심은 마음이 된다. 잠깐 머물렀던 여행지를 그토록 오랫동안 그리워하는 마음은, 그렇게 생겨난다.


바푸언 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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