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밤, 맴도는 구절 #4
대학교 졸업 논문 주제로 마그리트 뒤라스를 선택했었다. 그녀가 쓴 강렬하면서도 무거운 작품들을 읽다가 우연히 집어 들게 된 '이게 다예요(C'est tout)'는 그녀의 다른 작품들과는 사뭇 달랐다. 시집이면서 일기였고, 또 유서였다.
죽음을 앞둔 한 여자가 쓴 글. 그 책 속에는 따뜻한 글들도, 공허한 글들도 있었다. 삶을 정리하며 그녀가 하고 싶었던 마지막 말들을 정리한 것이리라.
"이게 다예요."라고.
그중 나는 특별히 이 문구가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다. 정말 사랑하는 사람에게만 할 수 있는, 어쩌면 가장 솔직하면서도 귀엽고 담백한 고백이 아닌가. 내가 손쓸 수 없는 영원보다는, '내가 죽을 때까지'라는 유한함.
추운 연말이 되니 다시 읽어보고 싶다. 거리에 불빛들이 반짝인다.
내가 죽을 때까지 난 당신을 사랑할 거예요. 너무 일찍 죽지 않도록 힘써볼게요. 내가 해야 할 건 그것뿐이에요.
(Je vous aimerai jusqu'à ma mort. Je vais essayer de ne pas mourir trop tôt. C'est tout ce que j'ai à faire.)
- 마그리트 뒤라스, '이게 다예요(C'est tout)'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