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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의별 Aug 05. 2024

뮤지컬, 어떤 작품을 봐야 할까?

초보자를 위한 작품 고르는 팁

'세계 4대 뮤지컬'이라는 말을 들어봤는가? <오페라의 유령>, <캣츠>, <미스 사이공>, <레미제라블>, 이 네 작품을 한 데 묶어 일컫는 말이다. 네 작품 모두 영국에서 제작된 뮤지컬로, 미국에서 제작되고 전 세계적인 성공을 거둔 <라이온킹>이나 <해밀턴>과 같은 다른 유명 작품들은 하나도 포함되지 않았다.


왜일까?


영국의 뮤지컬 제작자 카메론 매킨토시가 제작한 뮤지컬들 중 대표작 4개를 누군가가 'Big 4'라고 묶어 부른 것이, 마치 우리나라에는 세계 4대 뮤지컬인 것으로 오역된 것이기 때문이다. 네 작품이 모두 대단한 작품들이라고 해도, 영국 뮤지컬만 4개 고른 것을 세계 4대 뮤지컬이라고 부르기에는 부족함이 있어 보인다.


그러니까, 타이틀과 순위만이 전아니다. 완벽히 정확한 기준도 평가도 다. 모든 건 주관적이고 상대적이며, 심지어 객관적인 지표들조차도 사람에 따라 혹은 상황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 그러니 객관적인 지표들을 참고하되, 자신의 취향 또한 고려하며 주관적으로 작품을 고르는 것이 중요하다.


아래 뮤지컬을 평소에 잘 보지 않아 아직 자신만의 기준이 없는 들을 위한 팁이다. 그분들의 고민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적어본다.




객관적인 지표

작품을 보지 않은 상태에서 그나마 실패 확률을 낮출 수 있는 방법은 우선 객관적인 지표를 참고하는 것이다. 물론 객관적인 지표란 수치화할 수 있는 지표라는 뜻일 뿐, 반드시 '객관적으로 좋은 작품'이라는 뜻은 아니다.


1. 최소한 재연 이상 올라온 작품

평가가 충분히 없는 초연보다는 재연 이상으로 검증된 작품을 보는 것이 좋다. 최소 삼연 째라면 꽤 좋은 반응이 있다는 뜻이다. 초연 후 반응이 썩 좋지 않으면 재연은 오지 않거나, 다시 다듬어진 후 아주 한참 뒤에 온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는 초연이더라도 해외에서는 이미 오랜 기간 공연되었던 작품들도 있다. 그럴 경우에는 우리나라 창작뮤지컬 초연보다는 실패 확률이 덜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우리나라 정서상 맞는 작품인지는 아직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을 수 있으므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2. 평점이 높은 작품

인터파크와 같은 예매처에서 9.5점 이상을 기록한다면 꽤 괜찮은 작품일 확률이 높다. 뮤지컬은 영화처럼 7, 8점이 넘는다고 좋은 작품이 아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호불호 없이 즐기는 작품은 9.8점 이상을 웃돌기도 한다. 뮤지컬 작품에 대한 평가는 스토리, 음악, 연출, 무대 구성, 배우들의 매력 등 다양한 각도로 이루어지므로, 작품의 완성도가 다소 떨어지더라도 훌륭한 배우들이 이끌고 가면 8.5점 이상의 높은 점수를 기록할 수도 있다. 각 배우들의 매력을 느낄 정도로 뮤지컬을 꽤 본 것이 아니라면 그런 작품들은 호불호가 갈릴 수 있으므로, 가급적 더 높은 평점을 기록하는 작품을 고르는 것이 안전하다.


3. 예매율 순위

예매율 순위가 한동안 꾸준히 상위권이라면, 인기가 있는 작품일 가능성이 높다. 다만, 예매처들의 예매율 순위는 어디까지나 판매된 매수 기준이라는 점을 기억하자. 즉, 공연 기간이 짧아서 공연 횟수가 적거나 공연장이 작아서 좌석수가 적으면 인기 있는 공연이라고 하더라도 상위권에 자리하기 힘들다. 그리고 일 단위의 순위는 변동 가능성이 높으므로, 일 단위보다는 월 단위 순위를 참고하는 것이 좋다. 또한, 공연의 티켓 오픈일에는 어느 공연이든 일시적으로 순위가 굉장히 많이 올라갈 수 있다는 점 참고해야 한다. 종종 하루 정도 1위에 올랐다가도 다음날 순위에서 밀려버리는 공연들이 있다. 티켓오픈일에는 누구나 열띠게 들어와 구매하지만, 하루이틀 지나면 남은 티켓이 별로 없어서 구매가 덜 발생하기 때문이다.


Photo by Rob Laughter on Unsplash


주관적인 판단

객관적인 지표로 어느 정도 걸렀다면, 이제는 주관적인 판단을 해야 할 때다. 제작사에서 공식적으로 소개하는 내용과 관람 후기를 참고하여, 내가 즐길 수 있을 만한 작품인지를 고려해보아야 한다.


1. 평소 선호하는 장르, 선호하는 음악 스타일 생각해 보기

ABBA의 노래들로 만든 주크박스 뮤지컬 <맘마미아>와 브램 스토커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뮤지컬 <드라큘라> 중 어떤 작품을 선택해야 할까? 가볍게 웃을 수 있는 작품을 원한다면 <맘마미아>가, 웅장하고 화려한 매력을 원한다면 <드라큘라>가 더 좋을 것이다.

평소 어떤 분위기의 이야기를 좋아하고, 어떤 장르의 음악을 선호하느냐에 따라 같은 작품을 보더라도 만족도가 달라질 수 있다. 취향상 노래가 많은 것이 중요한지, 볼거리나 스토리가 더 중요한지도 고려해 볼 만한 포인트다. 예를 들어 재즈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은 재즈 넘버로 채워진 <시카고>를, 노래를 많이 듣기를 원하는 사람은 성스루 뮤지컬인 <노트르담 드 파리>를 좋아할 테지만, 해당 장르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두 작품을 지루하게 느낄 수도 있다.


2. 함께 보러 갈 사람도 고려하기

 <헤드윅>은 인기가 많은 유명 작품이지만, 자극적이고 노골적인 소재들이 계속 언급되는 데다 성적인 농담이 자주 등장한다. 그러니 부모님이나 사귄 지 얼마 안 된 연인, 혹은 학생과 함께 보는 건 다소 불편한 일일 수 있다.

내가 재미있게 봤어도 함께 본 사람이 재미있어하지 않는다면, 내 만족도까지도 함께 반감될 수 있다. 그러니 가능하면 함께 보는 사람도 같이 즐길 수 있는 작품이 좋다. 상대방의 취향까지 깊이 고려하긴 어렵겠지만, 전반적인 장르에 따른 취향을 어느 정도 예상해 볼 수는 있다. 예를 들어 부모님과 함께 보는 거라면 안중근 의사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웅>처럼 묵직하고도 웅장한 작품이 더 만족도가 높을 수 있고, 아이와 함께 보는 거라면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원작으로 한 <라이온킹>과 같은 작품이 더 적합할 수 있다.




이렇게 작품을 고르고 나면, 그다음에는 예매를 해야 한다. 예매를 할 때는 어떤 배우로 볼 것인가와 어느 자리에서 볼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또 생겨난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딱 한 마디만 덧붙이고 싶다.


'너무 어렵게 티켓팅하지 않기'.


유명 배우의 회차, VIP석 1~5열은 늘 치열하다. 하지만 꼭 그렇게 인기 회차, 앞 좌석에 앉으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된다. 인기 배우라고 해서 무조건 내 취향에 맞으리라는 보장도 없고, 어떤 작품들은 너무 무대와 가까운 자리보다는 조금 더 멀리서 보는 게 좋은 경우도 있다.


뮤지컬을 잘 보지 않는 사람이라면, 처음 볼 때는 너무 무리하지 않고 편한 시간에 적절한 금액대의 티켓으로 예매할 것을 추천한다. 처음부터 과하게 투자할 필요는 없다. 인터넷에 있는 영상들을 적당히 참고하여 배우를 고르고, 좌석은 2층 중간 정도로 해도 괜찮다. 배우들의 표정을 보고 싶다면 오페라글라스를 대여하면 된다. 나는 처음 볼 때 오페라글라스도 없이 먼 2층 자리에서 봤지만 그럼에도 너무 좋았다.




취향에 맞는 작품, 취향에 맞는 배우와 선호하는 자리는 한 번에 찾아지는 것이 아니라, 언제나 찾아가는 과정 중에 있다.


중요한 건, 일단 보러 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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