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혼자 떠나는 여행
글을 쓰기에 앞서, 세계일주 경비는 여행하는 사람의 성향, 동행자 수, 루트와 기간에 따라 천차만별이라는 것을 우선 밝히고 싶다. 일반적으로 편하고 안전한 여행을 추구할수록 추가 비용이 많아진다.
내 여행이 비싸지게 된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1. 혼자 하는 여행이므로 숙박비에 드는 돈이 많다.
- 대개 1인실들은 비싸다. 침대 하나 쓸 수 있는 도미토리를 이용하면 절약할 수 있지만, 유럽에서의 불안하고 불편했던 기억 때문에 되도록 유스호스텔은 피하고 싶다. 대신 한인민박은 종종 이용할 예정이다.
2. 상대적으로 물가가 비싼 지역에 많이 간다.
- 같은 기간을 여행하더라도 여행 지역의 물가에 따라 비용은 큰 차이가 난다. 일반적으로 더운 나라들보다 추운 나라들에서의 체류비가 더 많이 든다. 나는 상대적으로 물가가 저렴한 아시아 국가들에는 가지 않고, 물가가 비싼 북미와 북유럽 등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 비용 부담이 더 커졌다.
3. 안전을 위해 투어를 이용한다.
- 다소 위험할 수 있는 지역이나 대중교통 이용이 어려운 곳에서는 가급적이면 투어를 이용할 예정이다. 특히 남미에서는 엄마의 체력을, 나미비아에서는 친구의 시간을 고려하다 보니 투어 비용이 조금 많이 들었다. (사실 남미는 엄마 여행 비용까지 2인분이 들었다.)
4. 하고 싶은 것도, 보고 싶은 것도 너무 많다.
- 너무 비싼 구간은 좀 뺄 법도 하련만, 나는 참 그게 안 된다.
5. 돈 신경 쓰며 여행하는 것을 싫어한다.
- 성격상 여행지에서 천 원 단위까지 신경 쓰며 아끼고 다니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물론 과하게 낭비하고 다녀서는 안 되겠지만, 언제 또 갈지 모르는 곳을 지나치게 절약하는 것도 능사는 아니라고 스스로 합리화하는 중이다. 그래서 아예 넉넉하게 예산을 잡으려고 한다.
사실 세계일주 예산/경비/비용에 대한 글들은 '이 정도 비용이면 갈 수 있다!' 또는 '나는 이 정도로 저렴하게 다녀왔다!'라고 쓰는 것이 대부분인데, 내 여행은 그런 것이 아님을 알려드리고 싶어 서론이 길어졌다. 그냥 '이런 대책 없는 여자도 있구나'라고 생각하고 봐주시면 되겠다.
실제로 예상 경비가 큰 편이기도 하지만, 여행 중에 스트레스받고 싶지 않아서 전체적으로 넉넉하게 잡은 것도 있다. 특히 최고 금액은 많이 여유롭게 잡았다. 5년간 직장에서 벌어둔 돈과 퇴직금을 잘 활용할 것이다. 아까워하지 않기로 했다.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지만, 돈은 다시 벌면 되니까!
자, 여기까지 변명을 마쳤으니 이제 드디어 경비 계산을 해보겠다.
세계일주 경비를 검색해보니, 대부분 항공권 + 현지 체류비 + 투어/체험비 + 예비비 이렇게 나누어 계산하는 것 같았다. 그런데 투어/체험비의 경우 중남미는 사전 예약과 검색으로 비용을 예상하기 쉽지만, 그 이후의 일정들까지 사전에 상세하게 준비하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그냥 다 넉넉히 포함시켜서 '퉁'치기로 했다.
그래서 8개월 간의 예상 경비는 약 3,800~4,500만 원이고, 남미 여행이 특히 비싼 관계로 남미를 제외하고 계산하면 7개월 간의 예상 경비는 약 2,900~3,500만 원이다. (실제로는 남미의 경우 엄마까지 2명분의 비용이 들었으나, 여기서는 1명 기준으로만 예상해서 계산했다.)
- 최저: 주요 항공권(698)+현지 체류비(2,321)+기타 이동편(250)+기타 투어비(300)+예비비(200)
- 최고: 주요 항공권(730)+현지 체류비(2,633)+기타 이동편(500)+기타 투어비(400)+예비비(200)
아래는 상세 내역을 첨부한다.
예상보다 아끼고 돌아오는 것은 기대도 하지 않으니, 예상한 최고 경비만을 넘기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이제 딱 4일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