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갈라파고스라 불리는 섬

Day 3 - 페루 피스코(Pisco), 바예스타 섬(Ballestas)

by 바다의별

리마 구시가지 구경 후, 버스를 타고 피스코(Pisco)로 이동했다. 피스코까지는 4시간 정도 걸렸기 때문에 시차 적응으로 인한 피로를 어느 정도 풀 수 있으리라 생각했지만, 막상 출발하니 쉽게 잠을 잘 수가 없었다. 가는 내내 길이 멋있고 신기해서 눈을 감는 시간이 아까웠기 때문이다.

DSC00255001.JPG 리마 도심을 벗어나면 이렇게 돌산에 집을 짓고 사는 사람들이 많은 것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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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이렇게 산과 바다가 번갈아가면서 나오니, 풍경 감상에 젖어들었다. 전날 새벽에 도착해 오래 잠을 자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쉽게 잠이 들 리가 없었다.


피스코의 아르마스 광장

피스코 도착 후, 남미의 도시라면 대개 중심지 노릇을 하는 아르마스 광장에 갔다. 리마의 아르마스 광장과는 규모 차이가 분명히 나지만, 사람이 많은 것은 똑같았다. 오히려 규모가 작은 광장에 사람이 몰리니 더욱 혼잡하게 느껴졌다. 그래도 해질 무렵이라 하늘이 은은하고 예뻤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좌) 소 심장 꼬치 / 우) 닭 꼬치

저녁은 페루의 음식 안티꾸쵸(Anticucho)를 먹으러 갔다. 안티꾸쵸는 소의 심장 꼬치구이이다. 다소 잔인하게 느껴지는 재료 이름과는 달리 식감도 향도 거부감이 없었고 맛있었다. 이쯤에서 밝히자면 나는 온갖 음식을 다 잘 먹는 편이다. 지금까지 먹어본 가장 특이한 음식은 아이슬란드에서 먹었던 양머리 고기인데, 그것도 상당히 많은 양을 잘 먹었다. 그러니 당연히 안티꾸쵸도 맛있게 먹으리라 생각하고 망설임 없이 주문했다. 엄마는 어떨지 몰라서 닭고기 꼬치도 함께 주문했는데 다행히 둘 다 맛있었고 엄마도 안티꾸쵸를 잘 드셨다. 특히 두 요리 모두 꼬치 아래에 깔린 감자가 정말 맛있었다. 감자의 원산지답다.



피스코에는 삼륜 미니택시가 많다. 대기오염의 주범인 듯. 그리고 리마 도심을 제외하고는 페루 이곳저곳에는 철근을 자르지 않은 건물들이 대부분이다. 계속 층을 올리려는 모양이다.

다음날 아침, 바예스타 섬에 가기 위해 파라카스 해상공원(La Reserva Nacional de Paracas)으로 향했다. 피스코에서 파라카스 해상공원까지는 금방이었다. 파도가 많이 치면 바예스타 섬으로 갈 수가 없는데, 다행히 이날은 참 잔잔했다.


바예스타 섬 투어에 대한 평을 들어보면 좋았다는 사람만큼이나 별로였다는 사람도 상당히 많다. 그러다 보니 나는 기대를 많이 하지 않았고, 그래서인지 오히려 꽤나 만족스러웠다. 바다가 잔잔해서 멀미도 없었고.

배를 타고 가장 먼저 간 곳은 나스카 지상화 같은 칸델라브로(Candelabro, 촛대)가 있는 섬이었다. 멀리서도 보이는데, 가까이 다가가면 그 크기가 조금이나마 실감이 난다. 나스카에 가기 전이었기 때문에 더욱 신기하게 느껴졌다. 염도 높은 바람으로 그림이 지금까지 남아있을 수 있는 것이라고 한다.

이 곳에는 관리자들이 3명 정도 산다고 한다. 이 많은 동물들을 어떤 방식으로 관리하는지는 모르겠다.

이제 본격적으로 '작은 갈라파고스'를 경험해볼 시간. 저 멀리 보이는 아치형의 터널들이 있는 섬이 보였다. 처음에는 마냥 예쁘다 생각했는데 가까이 다가갈수록 그 터널들 밑에는 무언가가 울퉁불퉁 솟아나 있었다. '지형이 그런 건가?'라고 생각하는 찰나, 무언가 시끄러웠다. 조금 더 다가가 보니 알 수 있었다. 전부 다 바다사자들이라는 걸.

조금 옆으로 가보니 펭귄도 있었다. 워낙 멀리서 찍어서 잘 보이지는 않는데, 맨 위에 몇 마리 서 있고 오른쪽에서 한 마리가 천천히 뒤뚱뒤뚱 올라가고 있었다.

근처에는 바다사자들이 많이 모여 있는 곳이 또 한 곳 있었다. 가이드 말에 따르면 암컷 바다사자들만 모여 사는 지역이라고 했다. 암컷들은 이곳에서 새끼를 낳고 수영하는 법을 가르쳐주는 등, 새끼들을 기른다. 아마 수컷과 암컷이 따로 서식하는 모양이다.

물론 여럿이 몰려있다고 늘 멋진 것은 아니다. 위 사진 속 저 멀리 언덕 좌측 아래, 일부러 검게 칠해놓은 것 같은 부분은 새들이 바글바글 몰려 있는 곳이다. 평소에도 새를 그렇게 반기는 편은 아닌데, 벌레떼만큼이나 징그러운 새떼의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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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측에 확대해놓은 것은 예수 형상이라는데... 바다를 내려다보는 사람 옆모습과 조금 비슷하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예수의 형상이라고 하기에는. 동서양 막론하고 갖다 붙이기는 어디서나 잘 하나보다.

어쨌거나 배를 타고 한 바퀴 돈 시간은 시원하고 신났다. 오늘처럼 날씨가 좋다면 충분히 볼만한 곳이다. 칸델라브로도 신기했고 바다사자들을 이렇게 많이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것만으로 재미있었다. 나중에 진짜 갈라파고스에 가면 어떤 생각이 들지는 모르겠지만, 우선은 이런 경험이 처음이라 즐거웠다.


# 사소한 메모 #

* 여행지에 대한 기대치에 따라 만족도도 달라질 수 있다.
* 뭐든 너무 많이 모여있으면 무섭다.
* 모자가 뒤집어지면 사진이 웃기게 나오니 잘 잡고 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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