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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의별 Mar 31. 2017

남미의 유럽

Day 14 - 칠레 산티아고(Santiago)

칠레는 남미의 유럽이라고 불리고,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 아이레스는 남미의 파리라고 불린다. 그만큼 유럽식 건물들이 많기도 하고, 남미 국가들 중에서도 발달을 많이 한 곳들이다.

오전에 아따까마를 출발해 오후에 산티아고에 도착했다. 호텔 체크인 후 가장 먼저 아르마스 광장으로 향했는데, 가는 길에 본 도로와 건물들이 페루와 볼리비아에 비해 굉장히 깔끔했다. 볼리비아에 있다가 왔으니 그런 풍경이 반갑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리마나 쿠스코, 라파스에 비해 특색이 없어 보여서 아쉽기도 했다. 하지만 특색이 없어 보인다는 것은 서양의 침략이 더 깊숙했다는 의미이기도 할 것이다.

산티아고 대성당

평일이었는데도 아르마스 광장에는 사람이 굉장히 많았다. 유명한 핫도그 거리에서 핫도그를 사 먹고 대성당에 들어가 보았다. 내부가 기대 이상으로 멋졌다.

산 크리스토발 언덕에 올라가기 위해서는 걷거나 푸니쿨라(케이블카)를 탈 수 있다.

대성당을 한 바퀴 둘러본 후, 산 크리스토발 언덕(Cerro San Cristóbal)으로 향했다. 지하철에서 내려 걸어가는데 상당히 더웠다. 그동안 리마를 제외하고는 계속 고지대에 있어서 더위를 크게 느끼지 못했는데, 갑작스러운 엄청난 더위와 습기에 걷기가 힘들었다.

언덕에 올라가기 위한 푸니쿨라(케이블카)를 기다리는 줄이 길어서 그 사이에 칠레의 국민 음료라는 모떼 꼰 우에시요(Mote con Huesillo)로 더위를 식혀보기로 했다. Mote란 껍질을 벗긴 밀을 뜻하고 huesillo는 말린 복숭아를 뜻한다. 식혜 같은 것에 복숭아가 들어있는 전통 음료인데, 달달하고 맛있었다.

산 크리스토발 언덕에서

항상 느끼는 거지만 도시의 전경은 특별할 게 없는 것 같다. 석양이라도 지거나 완전히 어두워져서 야경이라도 보는 것이 아니라면. 산 크리스토발 언덕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지금까지 갔던 남미의 도시들과는 분명한 차이점이 보였다. 도시가 굉장히 크고, 고층 건물들도 많이 보였다는 것이다. 언덕 위에는 성모상도 있었는데, 남미에는 워낙 예수상, 성모상, 천사상 등이 언덕 위에 큼지막하게 세워져 있어서 그리 특별하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그래도 주위의 풀밭과 꽃들이 예뻤다.

전망대에서 내려와 다시 시내에 들어가니 산티아고의 매력을 더 느낄 수 있었다. 비록 수산시장은 일찍 닫아서 가지 못했지만 과일 시장은 아직까지 활기가 넘쳤다. 남미의 과일들은 햇빛을 잘 받아서 그런지 당도가 높아서 과일을 살 때마다 들떴다. 우리는 복숭아, 사과, 포도 등을 사고 다시 아르마스 광장으로 걸어내려갔다.

아우마다 거리

광장 근처 아우마다 거리(Paseo Ahumada)는 예쁜 보도블록들이 눈에 띄었고, 각종 물건들을 파는 사람들이 있었다. 낌새가 이상하면 보자기를 싸서 증거를 없애고 자리를 뜨는 것을 보니 모두 불법인가 보다. 그래도 싸고 예쁜 물건들을 많이 팔아서, 이곳에서 그동안 그토록 사려고 돌아다녔지만 못 샀던 슬리퍼도 드디어 하나씩 사고, 장바구니용 천가방도 샀다.

아우마다 거리에서 탱고를 추는 사람들

처음에는 남미가 아닌 유럽 같다는 생각에 아쉬웠지만, 이러한 유럽 분위기도 이들의 문화이고 가슴 아픈 역사의 일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생각하고 보니까 이 도시 안에 얼마나 다양한 문화가 녹아 있는지 보였다.

우리가 저녁식사를 한 곳은 이름부터 런던 거리와 파리 거리로 더욱 유럽 같은 동네였다. 아우마다 광장 근처에서 보았던 상점들과는 분위기가 확연히 달랐다. 이곳에는 테라스가 있는 깔끔한 레스토랑과 펍이 많아서 우리도 그중 한 곳에 들어가 보았다. 하루 종일 땀을 흘린 뒤 들이킨 맥주는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시원했다. 엄마와 둘이 맥주 한 잔 하는 것도 오랜만이었다. 기대 이상으로 맛있었던 리조또와 감자튀김을 먹으며 이날 하루도 마감했다.


# 사소한 메모 #

* 사람마다 가고 싶은 여행지는 다르다. 어디를 먼저 보아야 하고 그런 것이란 없다. 가고 싶을 때 가고 싶은 곳을 가면 되는 거다.
* 장바구니처럼 쓸 만한 작은 천가방과 슬리퍼를 드디어 샀다. 바지도 한 벌 샀다. 남미 옷이 딱 맞을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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