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17 - 아르헨티나 엘 칼라파테(El Calafate)
칠레의 푸에르토 나탈레스를 떠나 아르헨티나의 엘 칼라파테로 이동했다. 장시간의 버스가 지루하기도 하고 힘들기도 했다. 출발 후 약 40~50분 후에 내려서 칠레 출국 절차를 밟고, 또 1시간 정도 달려 아르헨티나 입국 절차를 밟았다. 총 6시간 정도 걸렸는데 자리가 좁아서 불편했고 뒤에 있는 화장실에서 악취도 많이 났다. 볼리비아의 편안한 까마 버스가 그리웠다.
그래도 엘 칼라파테에 도착하니 기분이 다시 설렜다. 동네에 꽃이 가득해서 참 예뻤다. 그동안 있었던 곳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추운 곳이라 꽃을 기대하지는 않았는데, 이곳은 화사한 봄 같았다.
엘 칼라파테 동네 자체에는 관광할 곳이 많지 않아서 쉬엄쉬엄 다니기로 했다. 우선 유명한 아이스크림 가게인 오베히따스(Ovejitas de la Patagonia)에 갔다. 맛있는 아이스크림으로도 유명하지만, 칼라파테 맛의 아이스크림을 먹으면 이곳에 다시 오게 된다고 해서 더욱 유명하다. 칼라파테는 열매 이름인데 이 아이스크림뿐 아니라 잼 등 이 열매로 만든 것을 먹으면 엘 칼라파테에 또 온다는 말이 있다. 엄마와 나는 칼라파테 맛과 파타고니아 초콜릿 맛을 골랐다. 칼라파테는 라즈베리 맛과 살짝 비슷했고 파타고니아 초콜릿은 굉장히 달았다. 둘 다 내가 좋아하는 맛이었다.
아이스크림을 먹고 나서 근처 호수인 라구나 니메즈(Laguna Nimez)를 산책할 겸 걸어가 보았다. 시내 메인도로에서 20분 정도 걸어나가니 보이기 시작했는데, 늪지대 같았다. 울타리 안쪽으로 산책로가 되어있어 돈을 내고 들어가면 한 바퀴 돌면서 새들 등 이곳 생태계를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우리는 저녁시간까지 얼마 남지 않았는데 이곳을 다 돌아볼 자신은 없어서, 그냥 외곽 쪽으로 걸으며 경치 감상만 했다.
하늘에 구름이 가득해서 조금 아쉬웠지만, 언제나 물이 있는 곳은 그 자체만으로도 예쁜 것 같다.
호숫가를 한 바퀴 돌고 다시 시내로 나올 때는 길을 조금 헤맸다. 걸어왔던 길을 되돌아가기에는 괜히 아쉬워 다른 길을 시도해봤는데 주택가라서 빠져나오는 길을 찾기가 어려웠다. 그렇지만 오랜만에 안전한 동네에 있다는 생각에 크게 걱정되지는 않았다. 엘 칼라파테는 남미의 도시들 중 치안이 상대적으로 괜찮은 편이다. 예쁜 집들과 동네 풍경들을 보며 천천히 저녁 식사를 하러 갔다.
깔끔하고 예쁜 동네였지만, 물가만큼은 살인적인 곳이었다. 여행한 남미 지역 중 이곳이 가장 비쌌던 것 같다.
저녁은 리브로바(Librobar) 라는 곳에서 수제버거를 먹기로 했는데, Libro(책)라는 이름처럼 책들이 많아 서점 혹은 도서관 느낌이 나는 인테리어가 마음에 들었다. 그러나 비싼 가격에 비해 아주 훌륭한 곳은 아니었다. 패티는 맛있었지만, 더 맛있는 곳들도 많다.
그래도 수제버거를 먹으며 함께 마신 칼라파테 스타우트는 특별하고 맛있었다. 과일향이 살짝 났는데 스타우트의 깊은 맛과 잘 어울렸다. 칼라파테를 두 번이나 먹었으니 나는 이곳에 두 번 더 올 수 있는 것일까?
# 사소한 메모 #
* 또 오게 된다는 전설, 부자가 된다는 전설,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전설. 진실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시도해보는 것은 언제나 즐겁다.
* 날씨도 중요하지만, 색깔도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색색의 꽃들, 지붕 색들 등등.
* ♬ 김광석 - 너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