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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의별 Apr 15. 2017

나의 두 번째 빙하 트레킹

Day 18 - 아르헨티나 페리토 모레노 빙하(Perito Moreno)

아이슬란드 이후로 빙하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된 나는 파타고니아 지역 중에서도 페리토 모레노 빙하에 가는 날을 가장 손꼽아 기다렸다. 아이슬란드 스카프타펠(Skaftafell) 빙하 트레킹을 했을 때의 기억이 굉장히 즐겁게 남아있어 모레노 빙하 트레킹도 기대를 많이 했다. 우리나라에서 쉽게 볼 수 없는 풍경이기 때문에 더 기억에 남는 것 같다.

엘 칼라파테 숙소 앞까지 픽업 온 투어 차량을 타고 1시간에서 1시간 반 정도 달리자, 저 멀리 빙하가 보이기 시작했다. 스카프타펠과 자꾸만 비교가 될 수밖에 없었는데, 이날은 그때보다 날씨도 환했고 호수와 함께 있는 빙하의 모습을 볼 수 있어 더 멋졌다.

가장 먼저 전망대에 내려 빙하를 가까이에서 조망했다. 뾰족뾰족한 빙하가 위엄 있어 보였다. 뒤에는 산맥이, 앞에는 호수가 있어 더욱 환상적인 풍경을 만들어냈다. 산만 보면 봄 같은데, 그 앞에는 엄청난 크기와 위용의 빙하가 있어서 현실적이지 않아 보였다.

가끔 천둥이나 총처럼 시끄러운 소리가 '쾅'하고 났는데 빙하가 갈라져 떨어지는 소리였다. 그런데 소리만 요란하고 실제로는 '애걔' 싶을 정도로만 떨어졌다. 나중에 빙하 트레킹 후에는 꽤 크게 떨어지는 걸 볼 수 있었지만.

산책로가 잘 되어있었는데, 빙하를 위쪽에서 전체적으로 볼 수도 있었고 아래로 내려가 더 가까이에서 볼 수도 있었다. 또한 호숫가로 쭉 이어져있어서 빙하와 호수를 모두 함께 조망할 수 있었다. 옥색 같기도 하고, 밀키스 같기도 하고, 호수 색이 참 예뻤다.

산책로가 끝나는 지점에 있는 피크닉 공간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본격적으로 빙하 트레킹을 하기 위해 유람선 선착장으로 이동했다.

빙하 트레킹을 하기 위해서는 약 20~30분 정도 유람선을 타고 가야 하는데, 선상으로 나오면 빙하가 바로 앞에 보여서 좋았다. 호수 중간중간에 빙산들이 있었는데 아이슬란드 빙하 호수에 비하면 귀여운 수준의 크기들이었다.

선착장에서 내려 트레킹 출발지점까지 걸어갔다. 빙하가 가까워져 오니 점점 마음도 설렜다. 빙하 자체도 너무나 멋있었지만 날이 좋아 기분도 더 좋았다. 역시 나는 더운 곳보다는 추운 곳이 더 잘 맞는다고 다시 한번 생각했다.

특이하게도 여기서는 아이젠을 가이드들이 착용시켜주었다. 스카프타펠에서는 가이드가 시범을 보이면 그에 따라 각자 알아서 착용했는데, 여기서 하는 방법이 더 안전하고 확실한 것 같기는 하다. 대신 그때는 얼음을 깰 수 있는 지팡이 같은 것을 함께 주었는데 여기서는 그런 건 따로 나누어주지 않았다.

본격적으로 트레킹 시작! 스카프타펠의 빙하가 화산재로 인해 어둡고 신비로운 느낌이었다면, 모레노 빙하는 상대적으로 더 맑고 투명한 느낌이었다. 대체적으로 평지였지만 아주 가끔 완만한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이 있었다. 크레바스가 거의 없어서 편하고 수월하게 걸었다.

천천히 사진도 찍고 경치도 감상하면서 가이드를 따라 걸어갔다. 이렇게 파랗게 맑은 물이 고여있는 곳들에서는 시원하게 물도 한 모금 마셔보았다.

유일하게 가파른 오르막길이었던 곳에는 얼음 계단이 있었는데, 이날 오전에 만들어둔 것이라고 했다. 빙하는 계속 움직이고 모양도 바뀌기 때문에 10일에 한 번씩 트레킹 코스를 바꾼다고 한다.

트레킹이 끝나는 지점에서는 위스키를 한 잔씩 했다.  너무 독해서 다 마시지는 못했다. 재밌었던 것은 얼음을 빙하에서 바로 깨와서 넣어 마시고, 남은 얼음으로는 설거지까지 한 것이다. 그야말로 자연에서의 술 한 잔이었다.

트레킹을 마치고 내려와 아이젠을 풀었다. 갑자기 몸이 가벼워진 느낌이었다. 그리고 선착장으로 다시 걸어가는 길, 그 순간 햇빛이 이전보다 환하게 비추어 빙하가 더욱더 예뻐 보였다.

다시 선착장에서 유람선을 기다리는데 갑자기 큰 소리가 나더니, 빙하에서 제법 큰 조각이 떨어져 나갔다. 달려오던 유람선은 파도에 밀린 것인지, 아니면 파도가 크게 일 것을 예상하고는 후진한 것인지 저 멀리 떠내려갔다가 잠잠해진 후에 다시 선착장으로 들어왔다. 그 순간을 영상으로 찍고 싶었는데 너무나 순식간이라 포착하지 못해서 아쉬웠다.


* 아이슬란드 스카프타펠(Skaftafell) 빙하 트레킹 참고 (2015년 10월)

http://felizerin.blog.me/220583963199


# 사소한 메모 #

* 현재의 여행지와 과거의 여행지를 비교하는 것은 치사한 일일지도 모르지만, 자꾸만 연상되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 무언가가 아름답기 위해서는 그 자체의 아름다움뿐 아니라, 그것을 빛내줄 수 있는 주변의 아름다움 역시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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