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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오는 날의 뉴욕

Day 36, 37 - 미국 뉴욕(New York City)

by 바다의별

뉴욕에 도착한 셋째 날, 나는 몸이 좋지 않은 것을 느끼고 조금 쉬어가기로 했다. 토마토소스 파스타가 먹고 싶었다. 가끔 나는 전생에 이탈리아 사람이 아니었을까 싶다. 외국에서 한식 대신 토마토소스가 더 많이 생각날 때도 많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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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전에 만난 뉴욕에 사는 친구가 추천해준 곳은 매디슨 스퀘어에 있는 이탈리아 식료품점 겸 식당이었는데, 독특하게 꾸며져 있었다. 나는 파스타 코너에서 아마트리치아나를 먹고 후식으로 피스타치오 맛 젤라또를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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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 후에는 근처 매디슨 스퀘어를 잠시 돌아보았는데 바람이 굉장히 세게 불었다. 거리에 서 있던 길거리 신문 배포 박스가 쓰러질 정도였다. 걷기가 힘들어서 극장에 가서 영화 한 편 보고 숙소로 들어가 쉬었다. 다음날부터 슬슬 추워질 거라는 암시였는지도 모르겠다.


DSC04490001.JPG 소호 근처, 리틀 이탈리

3월이면 아직 겨울이 끝나기 전이라고 하는데 뉴욕에 도착했을 때 생각보다 따뜻해서 놀랐다. 하지만 그때 잠시 따뜻해졌을 뿐이었나 보다. 이날 아침부터 눈이 펑펑 내리더니, 그 이후부터는 날씨가 꽤 추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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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눈 오는 날을 좋아한다. 눈이 오면 뭐든 더 예뻐 보인다고 생각한다. 내가 겨울을 좋아하는 이유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도 바로 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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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오는 날은 밖에서 눈을 만끽하는 것도 좋아하지만, 실내에서 따뜻한 음료를 마시며 눈이 내리는 것을 보는 것도 좋아한다. 그래서 오전에 소호 근처에 있는 북카페에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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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카페에서 내가 좋아하는 아몬드 크루아상과 함께 핫초코를 주문했다. 따뜻하고 달콤한 음식을 먹으니 기분이 더 좋아졌다. 2층 침대였던 숙소 탓에 밤에 일기를 쓰는 것이 어려워 이곳에서 밀린 이야기들을 덧붙여 적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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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서적들을 파는 북카페였는데 짐이 늘어날까 봐 책을 사지는 못했다. 그래도 오랜만에 관광지와는 다른 분위기 속에 앉아있으니 그것만으로 좋았다.

DSC04511001.JPG 워싱턴 스퀘어

그곳에서 영화 '어거스트 러쉬' 촬영지인 워싱턴 스퀘어까지는 그다지 멀지 않았다. 멀리서 보니 나뭇가지 위에 하얀 눈이 내린 것이 마치 벚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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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겨울의 공원이나 광장은 대개 황량하고 쓸쓸하기 마련인데, 눈이 내리니 흐린 날씨에도 불구하고 따뜻하고 밝아 보였다.

DSC04549001.JPG 센트럴파크

워싱턴 스퀘어를 한 바퀴 둘러본 후 지하철을 탔다. 이날의 핵심은 다른 곳에 있었기 때문이다. 아침에 눈이 내리는 것을 확인하자마자 꼭 가야겠다고 다짐한 곳은 바로 센트럴파크였다. 내가 기대했던 대로, 겨울왕국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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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의 센트럴파크에서 이토록 오랜 시간을 보내게 될 줄은 몰랐다. 하얗게 덮인 잔디와 나무들이 다 예뻤다. 무심하지만 정돈된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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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트럴파크에 도착하니 눈이 서서히 그치고, 금방 날이 개기 시작했다. 눈과 함께면 흐린 날씨도 예쁘지만, 푸른 하늘에 하얀 구름이 둥실 거리니 더 기분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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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뻐서 자꾸 걷고 또 걷다 보니, 어느새 자연사박물관 앞까지 왔다. 사실 센트럴파크 남쪽 입구에서 자연사박물관까지는 그리 금방 가는 거리는 아니지만, 눈 덕분에 걷다 보니 이곳까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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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사박물관에 가기로 한 것은 영화 '박물관이 살아있다' 때문이기도 하지만 고풍스러운 예술작품들만 보는 것은 금방 지겨워질 것 같아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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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사박물관은 지역별 사람들의 생활상과 문화, 동물들의 모습 등을 전시한 곳이다. 아시아인들에 대해 전시한 곳에는 중국, 일본, 우리나라 등 국가별로 전시가 되어있기도 했는데 우리나라는 양반들의 생활상만을 전시해놓았다. 나중에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서도 느낀 거지만, 전 세계 관광객들이 몰려드는 이곳에 좀 더 정성스러운 전시를 할 수 있도록 해당 부처나 기업들에서 후원을 많이 해주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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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적으로 가벼운 마음으로 돌아볼 수 있어서 즐거웠다. 다양한 문화권의 유산에서부터 각종 동물 형상들까지 전시 내용은 다양했고 박물관도 생각보다 굉장히 넓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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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공룡을 좋아해서 공룡뼈 전시실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 그 밖에도 인간의 인지와 소통, 우주에서 떨어진 유성 등 재미있는 전시들이 많았다. 그래서인지 아이들을 데리고 온 가족단위 방문객들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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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 관람을 마치고 나오니 하늘이 어둑어둑해지려고 하고 있었다. 벌써 보름달에 가까운 달도 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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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아주 춥지는 않아서인지 나뭇가지에 앉아있던 눈은 꽤 많이 녹았다. 그럼에도 곳곳에 남아있는 눈의 흔적이 여전히 내 마음을 들뜨게 했다. 전날 푹 쉬어두어서 다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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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소한 메모 #

* 눈이 오는 날은 따뜻하다. 그냥 그러하다.
* ♬ Sing Street OST - 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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