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39 - 미국 뉴욕(New York City)
뉴욕에서의 마지막 날이다. 엄밀히 말하자면 마지막 날은 아니다. 북미 여행 후 모로코로 이동하는 비행 편을 뉴욕 출발로 잡았기 때문에 어차피 한 달 후 뉴욕에 돌아와야 했다. 그래도 우선은 나이아가라 폭포로 이동하기 전 마지막 날이었다. 뉴욕에서 꼭 하고 싶었던 일들은 이미 다 했기 때문에 무얼 할까 고민하다, 친구가 추천해준 곳에 가기로 했다.
바로 타임 스퀘어 교회. 할렘만큼은 아니지만, 만만치 않은 가스펠을 들을 수 있다고 했다. 나는 기독교가 아닌 천주교인 데다 사실 성당도 간지 오래되었지만, 종교와 상관없이 미국 교회의 가스펠을 들어보는 것은 꽤나 좋은 일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일요일이라 오전에 예배가 있어 서둘러 시간 맞추어 갔다.
교회는 마치 공연장을 방불케 했다. 들어가니 '직원'들이 몇 시까지 있을 건지를 물어보았다. 질문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되물었다. 예배는 10시부터 12시까지 인데 끝까지 앉아있을 건지, 아니면 그전에 11시에 일어날 건지를 묻는 것이었다. 사실 예배를 다 볼 생각은 없었기에 1시간만 있겠다고 했다. 그랬더니 위층으로 올려 보냈다. 끝까지 앉아 예배를 볼 사람들에게만 아래층 자리를 내주나 보다. 위층에 올라가니 '어셔'들이 서로 사인을 주고받으며 자리에 앉혀주었다.
교회가 아닌 공연장 같았다. 10시가 되자 커튼이 열리고 노래가 시작되었다. 그리고 노래는 메들리처럼 끊기지 않고 1시간가량 계속되었다. 합창을 기본으로, 가끔 한 두 사람의 솔로 파트도 있었다. 연주도 밴드가 모두 라이브로 연주하니 노래들의 가사 내용을 제외하면 마치 콘서트에 온 것 같았다. 듣는 사람들도 같이 리듬을 타며 박자에 맞추어 박수를 신나게 쳤다. 노래들이 모두 팝송 같아서 매력적이었고, 특히 솔로로 노래를 한 사람들의 실력은 웬만한 가수 수준이었다. 그래서인지 나처럼 오로지 노래만을 듣기 위해 온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동영상 촬영은 금지되어 있어 안타깝게도 음악을 담아오지는 못했다.
예배가 시작될 때 자리에서 일어나 노래 감상을 한 기분으로 뉴욕 시내를 돌아다녔다. 걷다 보니 록펠러 센터에 이르렀는데 아이스링크가 여전히 있었다. 미리 알았더라면 와서 스케이트라도 탔을 텐데.
걷다가도 생각보다 이른 시각이어서, 시간이 남으면 가보기로 다짐했던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으로 향했다.
뉴욕 현대미술관에서 기대했던 모습의 건물.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큰 규모에 놀랐다. 오래전에 다녀와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루브르나 대영박물관을 처음 보았을 때의 느낌을 받았다.
고전적인 전시물들과 깔끔하면서도 고풍스러운 전시관의 모습이 조화를 잘 이루고 있었다. 마지막 날, 가벼운 마음으로 간 것이었는데 볼게 너무나 많아서 조금은 당황스럽기도 했다.
아쉽지만 자세히 다 보는 것은 포기하고 관심이 있는 곳들 위주로만 보기로 했다. 다음날 일찍 움직여야 해서 너무 늦게 숙소로 돌아가는 것은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발길을 멈추게 하는 것들이 많아서 생각보다 오랜 시간 박물관에 머물 수밖에 없었다.
이집트, 그리스의 유물들도, 세잔, 모네, 고흐 등의 작품들도, 아랍문화권의 타일, 카펫들도 모두 예뻤지만 나는 드가의 작품들이 가장 반가웠다. 오래전 오르세에서 처음 보고 빠져들게 된 드가의 그림들은 지금도 그 이유를 알 수는 없지만 볼 때마다 새로운 감정에 사로잡히게 한다.
한국전시실도 반가웠지만 중국이나 일본 전시실에 비해서는 아직 많이 부족했다. 자연사박물관에서도 느꼈지만 아직 우리나라는 이런 방면으로의 투자가 부족한 것 같다.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이든, 기업들의 후원이든, 이토록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도시의 박물관 한편에 마련된 전시실은 조금 더 신경 써서 관리하면 좋을 것 같다.
처음에는 큰 기대 없이 시작한 뉴욕 여행이었는데 한 번쯤 살아보고 싶은 도시가 되었다. 다양한 문화의 공존, 합리적인 편리함, 건물들의 실루엣, 모두 매력적인 도시였다.
# 사소한 메모 #
* 다양한 사람을 만나는 것이 반드시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오지는 않지만, '경험'면에서는 언제나 환영이다.
* 남미 다음에 북미, 북미 다음에 아프리카. 냉탕과 온탕 넘나들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