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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박선영 May 24. 2019

분노를 허하라

북리뷰, 여성을 위한 별자리 심리학


처음엔 잘못 본 줄 알았다. 흐릿하게 지나쳤는데, "뭐지?"싶었고 별 거 아니라고 생각했다. 한참 이야기 중이었는데 그 대화에 집중하지 못하고 지금 내가 뭘 보고 있는거야, 했다. 결국 난 그 대화를 이해하는데 실패했고 이야기는 흐지부지 끝났다. 돌아서는 길에도 확인하지 못한 정체에 대한 찜찜함과 이해하지 못한 대화의 내용 때문에 불쾌한 느낌이 짜증으로 이어졌지만 이런 불확실한 느낌 때문에 하루를 그대로 망치고 싶지 않아 그냥 그러려니 넘기자! 했다. 그런데 그 후로 그 흐릿한 느낌에 불과하던 것이 점점 형태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어느 날은 쩔쩔매는 모습으로 스치며 지나갔고 또 어떤 때는 등 뒤에 단단히 버티며 열기를 뿜어댔는데 그 열기가 생생해서 땀이 나고 얼굴이 달아오를 정도였다.
그런 날은 후끈하면서도 섬찟했다.
지금 이건 상상인가? 현실인가?

그건 상상도 현실도 아닌 내 감정이었다. 그러니 상상보다는 현실에 가깝고 현실이라고 주장하자니 내가 만들어낸, 나만 느낄 수 있는 형태의 감정, 분노다. 내가 분노를 어떤 형태를 가진 모습으로 표현한 건 그게 사실 늘 상황에 따라 다른 모습으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또 드러날 때마다 형태가 없다는 사실이 무색할 만큼 내 온 몸을 늘 압도하는 느낌으로 등장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고백하자면 나는 분노라는 감정이 제일 어렵고 늘 어렵다. 

드러내기보다는 억압하기 쉬운 감정인데 쉽게 억압도 되지 않아 늘 난감하게 만드는 감정이 나에게 '분노'였다. 언제나 폭발하고야 마는, 늘 후회하게 만드는...아 어려운 나의 분노!


그런데 이번에 출간하게 된 책 [여성을 위한 별자리 심리학]에서 나는 분노에 대해 좀 더 깊이있게 접근할 수 있었다. 지난 40년도 넘는 삶 내내 난처하기만 했던 분노에 대해 확신을 갖게 되었달까? 아니 확신은 좀 섣부른 판단이고...확실하게 알게 된 사실들이 몇 가지 생겼다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일 것 같다.

[여성을 위한 별자리 심리학]에는 각 별자리의 성향에 따라 분노를 어떤 때 느끼는지, 어떻게 다뤄야는지, 또 어떻게 표현하는지를 꽤 많은 페이지를 할애해서 설명한다. 이 별자리 책은 총 분량이 600page에 달하고 13별자리가 각 50페이지 정도의 분량으로 순서대로 설명되는데 처음 도입에는 각 별자리의 성격 키워드 단어에 대한 깊이 있는 이야기로 시작해 그 특징들이 인간관계와 성과 분노, 생활방식에서 어떻게 다르게 펼쳐지는지를 설득력 있게 풀어가다 마지막에 개괄적인 특징으로 이해하기 쉽게 마무리 짓는 구성이다. 


나는 12개의 별자리 중 가장 첫 번째 별자리인 양자리인데 이 양자리의 장점 중에 하나가 '분노를 잘 인식'한다는 것이다. 아 그랬다. 나는 그래도 내가 분노를 느낀다는 걸 잘 아는 편이었던 것이다. 다른 별자리를 읽어보니 분노를 분노로 인식하지 못하거나 아예 무시하거나 분노 같은 것은 느껴본 적이 없다고 이야기하는 별자리도 있었다. 


"분노라구요? 저는 그것에 대해 생각하지 않아요. 무슨 말이냐면, 내가 분노할 것 같다고 느끼면 다른 것을 생각하거든요. 화나게 하는 일 대신 다른 즐거운 일들을 생각하죠." 
"저는 단 한번도 분노해 본 적이 없어요. 내 삶은 항상 순조로웠죠. 제가 바라는 것도 모두 가졌고요. 내가 이런 생활을 망칠 이유가 어디 있겠어요?"


'변화하는 흙의 처녀자리 여성'의 분노에서 이야기되는 여러 케이스 중 저 두 명의 여성들의 분노에 대해 저자는 이렇게 설명했다. 첫 케이스의 여성에 대해서 "이 여성은 분노를 억누르고 있으며, 언제 자신이 분노하는지 확실히 모른다. 그녀가 사용한 단어들이 그녀가 분노에 대해 얼마나 모호한 느낌을 가지고 있는지 보여준다"고 해석했다. 그리고 두 번째(실제 책에서는 네 번째 사례이다. 이 책에는 실제 그 별자리의 다양한 상담 사례가 있어서 그걸 찾아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어찌나 공감이 되는지...)  케이스의 여성에 대해서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나는 이 여성의 이야기를 긍정적으로 해석하고 싶지만, 사실은 그녀가 분노를 인정해선 안된다고 배워왔고 스스로에게도 그렇게 강요해왔을 가능성이 크다. 그녀가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혼란스럽지 않은 삶을 사는 것이다. 나는 자신이 바라는 것을 모두 가졌다는 그녀의 말을 믿는다. 하지만 그녀가 바라지 않는 것, 즉 분노 역시 가지고 있다고 믿는다. 분노를 느끼지 않는 인간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그녀는 아마도 분노를 일으키는 생각이나 기억, 만남을 억압해왔을 것이다"


이 쯤에서 인정하지 않을 수 있을까? 분노를 느끼지 않는 인간이란 없다,는 지극히 당연한 사실을 말이다.

사실은 그런데 우리는 분노를 어떻게 다루라고 배워본 적이 없다. (이 사실에 대해서는 남녀가 따로 없을 정도로 우리 모두 분노를 억압해야 한다고 암묵적으로 배워왔다. 억압이라는 표현이 과하다면 어쨌든 드러내 표현하지 않아야 훌륭한 인격을 가진 것으로 이해해왔다. 아닌가? 나만 그런가? 우씨 나만 쓰레기? ^^;)


사실 나는 이 책을 16년전, 20대 후반에 이미 여러차례 읽었다. 그 때 나는 이 분노에 대해서 이렇게 자세히 들춰보지 않았던 것 같다. 내 별자리 하나 읽어보고 장점과 단점 파악하기에 바빴고, 주변에 관심 가는 지인들의 별자리를 들춰보며 그들의 성향을 파악하려는 도구로 사용했던 책이 이 책이었다. 2006년 절판되고 희귀본이 되고보니 그리고 지난 16년간 내가 삶의 변화가 워낙 많았던지라 이사를 어지간히도 다녀서 이제 내 서재에서 탈출해버린 이 책을 다시 만들어야 겠다고 생각한 것도 사실 매우 불분명한 이유였다. 

'그 책은 소장 가치가 있어, 분명히!' 

분명하다고 생각했던 그 불분명한 소장가치가 "분노"일 줄은 몰랐던 것이다.

분노를 무기처럼 다룰 수 있다면...정확한 타켓과 목적을 가지고  에너지로 활용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출간을 위해 에디팅을 하면서 수 차례 읽어보니 이 책의 소장가치는 '감정'을 어떻게 다뤄야는지, 내가 나를 이해하는데 어떤 사실들을 잘 살펴야하는지를 알려준다는 것에 있었다. 그리고 그 감정 중 '분노'에 대해 제법 명확한 정보들이 있었다는 걸 이제야 안 것이다.

사실 심리학 책들은 모두 그런 가치가 있다. 자신에 대한 이해를 돕고 다독이며 힘든 삶을 잘 살 수 있도록 힘을 주자는 취지가 심리학 책들의 취지니까.  아마 '분노'를 잘 표현할 수 있도록 돕는 다른 심리학 책들이 찾아보면 많이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분노의 긍정적인 면"과 "분노를 표현하기 위해 알아둬야 할 정보"같은 것까지 각 성향에 맞춰 설명한 책은 찾기 어려울 것이다. 왜냐하면 이 책이 저자의 10년 넘는 상담 결과와 연구를 집필한 마지막 책이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분노에 대처하기 위해 알아야 할 많은 사실들 중 "충돌은 불가피"하고 "누구나 실수할 권리"가 있다는 점을 특히 황소자리 여성들이 알아야 자신에게도 타인에게도 조금 더 너그러워질 수 있다는 설명이나 타인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면서도 늘 외로움에 시달리는 쌍둥이자리에게 분노는 "더 노력하고 대화할 필요가 있음을 알려주는 징조"로 이해하면 된다는 것은 정말이지 맞춤형 충고이기 때문에 특별한 가치가 있는 것이다.


때문에 나는 이 책의 출간이벤트로 "반짝반짝 빛나는 내 별자리를 찾아서"라는 여행을 진행하고 있다.

내 안의 반짝거림을 찾기 위해 깊고 어두운 밤을 헤집어 볼 필요가 있다는 의미이다. 별자리 워크숍을 하고 천문대에서 진짜 별도 볼 계획이다. 물론 별자리 워크숍의 주제가 "분노"라는 것은 더 이야기할 필요도 없겠다.


여행여락과 공동주최 : 신청링크 >> https://blog.naver.com/localtravel/221538942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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