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하원 시터 구하기
회사에서 출근 일자를 통보받자마자 가장 먼저 한 건 아이를 돌봐줄 시터를 알아보는 것이었다. 회사 일에 대한 우려보다 출근 후 남겨진 아이에 대한 걱정이 앞섰다.
가장 먼저 예전 회사 동기 두 명에게 연락을 했다. 한 명은 입주 이모님을, 다른 한 명은 6시간 하원 도우미 선생님을 채용해 2-3년째 함께하고 있었다. 내가 따르고 싶은 모범 사례였다. 나도 가능하면 잘 맞는 분을 만나 오랫동안 함께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동기들은 일단 시터넷 같은 채용 사이트에 내가 원하는 조건을 명확하게 정리해서 올리면 연락이 올 거라고 했다.
처음 하는 일이 늘 그러듯 막막하고 조급했다. 아이와 관련된 일이다 보니 더 신경이 쓰였다. 산후도우미 이모님 이후 가족과 어린이집을 제외한 누군가에게 비용을 지불하고 아이를 맡겨본 경험이 없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몰랐다.
: 시터넷, 맘시터, 단디헬퍼, 정부 아이 돌봄 서비스
2-3년과는 또 달라서 동기들이 알려준 시터넷 외에도 맘시터, 단디헬퍼가 가장 대표적인 시터 고용 사이트로 자리 잡은 듯했다.
사이트들의 이용방법은 대동소이했다. 일단 내가 원하는 내용을 적어 채용 공고를 올린다. 나와 비슷한 지역에, 나와 비슷한 조건으로 채용 공고를 올린 다른 채용자의 글을 참고하면 요즘 시세와 채용 공고 형식을 대략 파악할 수 있다.
채용자가 직접 구직 중인 시터에게 연락을 하려면 월정액을 결제해야 한다. 그러나 채용 공고를 올린 후 내게 관심 있는 시터의 연락을 기다리면 월정액을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이 방법이 성공확률이 높다고 조언하는 사람도 많다. 급하게 일자리를 찾는 분이라면 내가 연락하지 않아도 적극적으로 연락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단, 맘시터의 경우에는 내게 지원한 분들의 연락처를 보기 위해서도 월정액을 지불해야 했다.
맘카페에 최근 단디헬퍼가 괜찮다는 추천이 많아 광고인가 싶었는데 똑같은 채용공고를 올렸는데도 단디헬퍼를 통한 연락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단디헬퍼의 경우 찜을 하면 시터에게 알림이 가 시터가 그 찜을 보고 (유료 서비스를 이용하여) 내게 연락을 할 수 있다. 즉, 채용자가 돈을 지불하지 않고도 시터에게 관심의 짝대기를 보낼 수 있는 것이다. 단디헬퍼가 잘 되는 또 다른 이유는 월정액으로 큰돈을 한 번에 지불하지 않아도 한 명에게만 1,100원을 내고 개별 문자를 보내거나 열람할 수 있는 서비스가 있기 때문인 것 같다.
내가 채용한 이모님은 나이 드신 분 입장에서 맘시터 등의 앱보다 단디헬퍼가 훨씬 이용이 쉽다고 하셨다. 앱을 많이 사용하는 내 입장에서는 맘시터 UI가 모바일로 보기 가장 편했다. 그러나 맘시터에서는 단디헬퍼의 ‘찜’과 유사한 ‘인터뷰 요청’을 보내기 위해서도 월정액을 지불해야 하니 이용료 측면에서는 부담이 컸다.
정부 아이 돌봄 사이트(https://www.idolbom.go.kr/front/main/main.do)도 있다. 개인적으로 시터를 고용할 때 많이들 우려하는 점이 일하는 분의 신원보장 같은 것인데 정부 아이 돌보미의 경우 정부(구청 등)에 서류를 제출한 분들이므로 조금 더 안심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물론 사람이 사람을 만나는 일이다보니 결국은 케바케여서 100% 보장이란 건 없겠지만 확률상 좀 더 안정적인 분들을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단점은, 채용을 원하는 인원이 매우 많은데 비해 시터 수는 상대적으로 적어 1-3개월 정도를 기다려야 하는 경우가 많고, 신청 기한이 정해져 있다(보통 월말). 나는 급하게 채용을 해야 했기에 아이 돌봄 서비스는 일단 포기했다.
아이 돌봄 서비스를 이용하고자 한다면, 먼저 담당자 연락처(구마다 담당자가 있는 듯하다/홈페이지에 전화번호가 있다)로 전화해보는 걸 권한다. 정말 급한 경우 담당자에게 이야기하면 신청 기간이 아니라도 현재 가능하신 분이 있는지 알아봐 주기도 하고, 비정기적으로도(예를 들어 5회 정도) 이용이 가능하다고 한다.
: 선생님 vs 이모님, 돌봄만 vs 돌봄 + 가사,
월급제 vs 시급제
오후 3-7시 근무
시급 12,000원
아이와 함께 어린이집에서 하원하신 후 엄마가 준비한 아이 식사 준비해주시면 됩니다.
가사는 안 해주셔도 되고, 아이 장난감 정리 정도만 해 주실 분, 따뜻하게 아이 돌봐주실 분 원합니다.
<집 가까우신 분 선호>
내가 쓴 공고는 아니지만 이런 식으로 올리면 된다. 우리가 기업의 어느 포지션에 지원을 할 때 업무 내용이 상세히 기술되어 있어야 나와 fit이 맞는지 알 수 있는 것처럼 이보다 더 자세하고 분명하게 원하는 내용을 적어도 좋을 것이다.
이번에 시터를 채용하려고 알아보며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 시터를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는 것이었다. 선생님 스타일과 이모님 스타일인데, 애초에 나는 '시터'라고 하면 편안하고 푸근한 이모님 스타일만을 떠올렸으나 올라온 공고들을 보니 정교사로 퇴직 또는 유치원에서 다년간 근무 후 시터 일을 하는 분들도 꽤 많았다. 선생님 스타일의 시터들은 대부분 아이 관련 업무만 하기를 원했다. 준비된 아이 밥을 차려주고, 아이 장난감 정리를 해주실 수는 있지만 시간이 있을 때 반찬을 만들어주거나 청소기를 돌리는 등의 업무는 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모님 스타일의 시터들은 여유가 있는 날은 음식도 해주고, 청소도 해줄 수 있다고 했다.
물론 이 둘의 중간 어디 즈음을 원하는 분들도 있었다. 아이 반찬은 만들 수 있지만 청소는 안 한다는 등. 그러니 결국 서로가 정한 업무 범위가 맞아야 채용이 성사될 수 있다.
두 스타일의 장단점도 명확했다. 선생님 스타일의 시터는 아이와 노는 방법, 아이와 상호작용 하는 법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있고, 아이 교육도 챙겨줄 수 있다. 그러나 워킹맘이 가사 도움을 전혀 받을 수 없다면 (가사도우미 이모님이 따로 있지 않는 한) 퇴근 후 몸이 피곤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모님 스타일의 시터는 전방위로 도움을 주시니 여러 면에서 기댈 수 있으나 아이의 흥미를 끌어가며 재미있게
놀아줄 수는 없다. 나는 결국 이모님 스타일의 시터를 채용했는데 아이 적응을 위해 며칠 함께 지내보니 내가 바랐던 것보다도 살림은 아주 잘하시는데 아이가 하는 말이나 요구사항을 바로 캐치하지 못하셔서 아이가 답답해하는 경우가 생겼다. 누구든 서로 맞추어갈 시간이 필요하니 앞으로 아이와 잘 지내주시길 바랄 뿐이다.
월급제와 시급제의 차이는 말 그대로 월마다 고정된 페이를 드리느냐 시급으로 계산해 월마다 다른 페이를 드리느냐의 차이다. 생계를 위해 고정적인 수입을 원하는 분들은 월급제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지만, 시급제가 페이는 더 높은 편이다.
시급제의 장점은, 상호 협의 하에 연장 근무를 하거나 단축 근무를 하게 될 때 계산이 용이하다는 것이다. 공휴일 등 시터가 일하지 않는 날은 페이를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도 장점이다. (시터에 따라 ‘채용자의 사정’으로 근무하지 않는 날은 시급을 인정해달라는 경우도 있으므로 면접 시 분명히 합의해야 한다) 단점은, 구직자 입장에서 매달 동일한 페이가 보장되지 않는 만큼 시간으로 계산한 페이는 더 높은 편이다. 예를 들어, 일 6시간에 월급으로 150만 원을 드린다면 근무일수 22일 기준으로 시간당 11,000원 정도인 셈이지만 시급제로 채용 시에는 12,000원 정도를 드려야 하는 경우가 많다.
인터넷에 '시터 면접'으로 검색하면 여러 가지 면접 질문이 나오는데, 결국은 내가 궁금한 것을 질문하면 된다. 나는, 내 아이 연령대의 아이를 돌보신 경험이 있으신지, 업무와 관련하여 어디까지 해보셨고 해 주실 수 있는지 등을 여쭈어봤다. 맞벌이 부부이고 엄마 아빠가 없는 집에서 아이 봐줄 분을 원한다면 그런 환경에서 아이를 보신 경험이 있는지를 여쭈어보는 것도 중요한 것 같다. 내가 간과했던 부분인데, 내가 채용한 이모님은 알고 보니 엄마가 있는 상태에서, 또는 할머니가 계신 상태에서 아이를 돌본 적이 많아 아이를 대하는 게 아직은 서투신 것 같다.
주민등록등본과 건강검진 기록을 요구하라는 글이 많았는데 업체를 통하지 않고 직접 채용하는 경험이 처음이다 보니 요청드리기가 죄송했다. 그러나 요청드렸고, 요청드리는 걸 권한다. 요청드리는 것 자체로도 시터분들의 경험이나 성향을 파악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아무래도 면접을 보면서 개인정보를 미리 달라고 하는 건 죄송스러워 주민등록등본과 건강검진 기록 또는 보건증을 보여만 주시면 확인 후 바로 돌려드리겠다고 말씀드렸다. 사본이나 원본은 최종 채용이 결정된 분에게만 받으면 될 것 같아서였다. 보여주기만 하는 거니 큰 부담은 없으실 것 같았지만 그럼에도 조심스럽게 여쭈어봤는데,
1. 이쪽 일을 오래 하신 시터분들은, "네 알겠습니다." 하고 쿨하게 답하셨다. 원래 제출하는 거라며(특히 신생아를 돌보는 베이비시터의 경우엔 필수인 것 같다)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셨다.
2. 이쪽 일이 처음이지만 긍정적이고 밝으셨던 선생님 한 분은, "아 그래요? 저 얼마 전 검진받은 거 있으니 가지고 갈게요."라고 흔쾌히 동의하셨다.
3. 이쪽 일을 오래 하지 않은 듯한 시터 한 분은, "그건 최종 합격을 하면 내가 알아서 가져갈 건데 그걸 면접 때 가져가야 하냐"며 불쾌하신듯한 반응을 보이셨다.
물론 개인정보는 민감한 것이므로 면접 시 서류를 보여주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씀하실 권리가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 두 가지 서류는 업계 표준인 것 같다. 그러니 이러한 질문을 드림으로써 시터 경험이 정말 있으신지(이쪽 업계에서 일을 해 온 분이 맞는지) 파악할 수 있고, 혹은 경험이 없으셔도 부드럽게 본인 의사를(2번 선생님처럼) 전하는 성향이신지를 알 수 있다.
시터를 구하느라 인터넷을 뒤적이다 시터를 여러 번 채용해본 어떤 분이 브런치에 올린 글을 보게 되었다. '우리 애들 다 내가 키웠는데 애 하나 못 보겠냐'라고 하는 사람은 피하라는 내용이었는데, 내게 처음으로 연락을 했던 분이 딱 그런 분이었다.
"한 네 시간만 보면 되는 거 아니에요? 그 정도는 하죠. 이 일은 안 해봤는데, 우리 애들 내가 다 키웠는데 뭐"
나는 애 보는 게 쉬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애 보는 걸 너무 쉽게 생각하지 않는 분이 아이를 돌봐주셨으면 한다. 애 보는 게 어려워 쩔쩔매는 것과는 전혀 다른 의미다. 더군다나 남의 애 보는 건 내 애 보는 거랑은 많이 다를 것이다. 나는 또한 몇 개월이라도 ‘남의’ 아이를 돌본 경험이 있는 분을 채용하고 싶다. 우리 아이처럼 보겠다고 마음을 먹어도 솔직히 어디 그게 쉬운가. 기본적으로 아이를 예뻐하는 마음을 가진 분이면 좋겠지만, 돈을 받고 하는 내 일이니 최소한의 의무는 다해야 한다는 직업적인 책임감에 기대는 편이 더 안전할 수도 있다. 마음은 언제든 오락가락할 수 있으나 오랜 시간 스스로 정립한 도덕적 기준은 쉽게 오락가락하지 않으므로.
"남편이랑 사업을 하고 있는데 코로나로 요즘 어려워서 알바를 좀 해보고 싶어서요. 집도 가까운 것 같더라고요."
전화로 구직의 목적을 아주 솔직하게 말씀하셨고, 나쁜 분 같지 않았다. 그런데 나도 최소한의 경험은 있는 분을 원했고, 수입만을 위한 일이라면 수입이 생길 다른 구석이 생기면 그만두실 것 같아 죄송하다고 말씀드리고 면접은 진행하지 않았다.
"초등학교 특기 적성을 하다가 코로나로 일이 없어져서 이쪽으로 해보려고요."
미술 분야 전문가셔서 아이와 창의적으로 즐겁게 놀아주실 수 있으실 것 같았는데 코로나 상황이 나아지면 본업으로 돌아가실 것 같아 죄송하다고 말씀드렸다.
그러니까, 이 일을 당장의 수입 구멍을 메우기 위해 아르바이트처럼 하시려는 분은 채용하지 않았다. (위의 분들은 통화만 하고 면접을 진행하지 않았다.) 장기적으로 함께하실 분을 원했기 때문이다. 내 아이 돌보듯 해달라고 말씀드릴 수는 없어도 진지하게 이 일을 하시는 분을 만나고 싶었다.
위치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시급제라는 건 시간이 돈이라는 건데 아무래도 멀면 시간이 더 들어 손해이실 테고, 내 입장에서도 만에 하나 급한 일이 생길 때 부탁을 드리기 어려울 것 같아서이다.
일단 통화나 면접을 몇 번 해보면 '느낌'이 온다. 그런데도 아이를 맡기는 (내게는 너무 중요한) 일이기 때문에 채용 후에도 ‘잘 선택한 걸까’하는 생각이 수십 번 든다. ‘어차피 가사는 내가 좀 하면 되니 아이와 잘 놀아줄 수 있는 놀이시터 선생님을 찾았어야 하나, 이모님과 아이가 잘 지낼 수 있을까.’ 그러나 모든 걸 만족하는 완벽한 선택은 없으므로 일단은 믿고 지내보기로 했다. 우리 집에 오신 이모님 말씀처럼, 부부로 만나도 맞춰가는 시간이 필요한데 하물며 완전한 남남이 만나 처음부터 맞을 수 있을까. 서로 대화하며 맞춰나가자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