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전 무겁게 비가 내리는 어두컴컴한 날이었다. 언제나처럼 차를 몰고 출근을 하는데 하늘에서 운석이라도 떨어지듯 갑자기 쿵! 소리가 나며 순식간에 차가 부서졌다. 옆 차선 운전자가 졸아서 중심을 못 잡고 내 차를 크게 받았다는 건 몇 분의 시간이 흐른 뒤에야 알게 되었다.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일이어서 무엇부터 해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았다. 잠시 멍하니 앉아 있었다. 정신을 차리고 보험사에 전화를 하고, 회사에 양해를 구하고, 차 수리를 보내고, 뒤늦게 회사에 도착하니 그제야 긴장이 풀리며 손과 목이 저릿했다.
그러고 오 일 정도 지났던가 집 근처 지하철 역 앞에서 급히 뛰다가 돌부리에 걸려 넘어졌다. 마침 내가 넘어진 방향으로 마을버스 한 대가 다가오며 빵빵! 클랙슨을 울리자 나는 곧 버스에 깔리기라도 할 것처럼 벌떡 일어나 안전한 곳으로 피신했다. 집에 도착해 바지를 걷어보니 500원짜리 동전만한 물컹해 보이는 상처에서 진물과 피가 났다. 상처 재생 연고를 붙였는데도 찌릿찌릿 불쾌한 통증이 한동안 지속되었다.
실은 교통사고가 나기 며칠 전에 집에 안 좋은 일이 있어 마음이 온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태였다. 몸과 정신은 연결되어 있다더니 최근 이상하게 몸이 붓고, 얼굴에는 모낭염이 생겨 연고를 바르고 항생제를 먹어도 쉽게 사드라들지를 않았다.
이제는 몸이 문제인지 마음이 문제인지, 무엇이 먼저였는지도 알 수 없을 정도로 생활이 엉망진창이 된 것 같아 기운이 빠졌다. 퇴근하고 온 나를 반기는 여섯 살 딸아이가 갑자기 "엄마한테 문자 메시지 보내고 싶어"라고 했다. 아빠가 없으니 아빠 핸드폰으로 엄마한테 메시지를 보낼 수 없다는데도 자꾸만 보내고 싶다 해서 내 핸드폰을 내주었다. 내 카톡의 내 프로필 사진을 클릭하면 나한테 메시지를 보낼 수 있겠구나 싶었다. 요즘 한글을 배우는 재미에 푹 빠진 아이는, 보면 안 된다며 꼭꼭 숨기며 한참을 타이핑을 치고, 또 치더니 이제 완성되었다고 내게 핸드폰을 들이민다.
토끼가 깡총깡총 뛰는 이모티콘에는 '감사합니다'라고 쓰여 있다.
엄마정말정말사랑해요하늘만큼땅만큼사랑해요
라는 메시지와 함께... 웃음도 나고, 살짝 눈물도 났다. 아이를 꼭 안고 있으니 하루동안 모두 소진되어 채워질 것 같지 않았던 에너지가 급속 충전되었다. 그제야 몸이 따뜻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