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같이 있고 싶어서

자연스러운 사랑 노래

by 은세유

사랑이 표현되는 모습은 각양각색이지만 그 본질은 같다는 생각을 요즘 자주 한다. 여섯 살 딸아이가 내게 하는 사랑 표현이 서로를 강렬하게 원하며 뜨거운 사랑을 하는 연인들의 사랑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퇴근하고 강아지처럼 나를 반겨주는 딸아이를 안아주고 나서 집에서의 업무를 시작하려고 할 때였다. 회사에서의 업무를 마치고 돌아오면 집에서의 업무가 시작된다. 아이에게 오늘 하루 잘 지냈는지 묻고, 아이와 씻을 준비를 한다. 아이가 자기 잠옷과 로션 등을 챙겨 안방으로 오면 나도 옷을 벗고 샤워할 준비를 한다. 샤워를 한 후 물기를 닦아 큰 수건으로 아이를 감싸 내 보낸 뒤 로션을 발라주고, 머리를 말리고......해야 하는데, 유난히 긴 하루를 보낸 그날은 자동화된 내 루틴에 랙(lag)이 걸렸다. 웃옷을 벗고는 바지도 벗기 전에 침대에 엎드려 누워버렸다. 잠시만 쉬고... 하는 마음이었겠지. 침대에 엎드린 채 뻗어 있는 나를 보고 아이는 무언가 재미있는 생각이 났다는 듯 씩 웃더니 눈앞에서 사라졌다. 잠시 후 타이즈만 신은 채 웃통을 벗고 방으로 들어 온 아이는 내가 눈으로 황당함을 전하자 침대로 점프하며 말했다.


"같이 있고 싶어서..."

"같이... 있고 싶어서?"

"응!" 하고 크게 웃으며 홀딱 벗은 자기 몸을 내 맨 몸 위에 겹치고는 나를 꼭 안아준다. 보드라운 아이의 피부가 몸에 닿는 느낌은 언제나 좋다. 나랑 같은 모습을 하고 나타나서는, 그냥 같이 있고 싶다는 아이의 말에 나는 녹아버렸다.


나는 그런 달콤한 연애를 하지 못했다. 지어낼 필요도 없이 머릿속에 있는 것을 술술 내뱉기만 해도 아름다운 사랑 노래가 될 말들... 몸짓들을 내 안에서 애써 막아냈다. 막아낼 필요가 있었을까? 말은 마치 깃털과 같아 한번 내뱉으면 주워 담지 못하므로 언제나 신중하게 생각을 고른 후 해야 한다고 어른들은 말씀하셨다. 그런데 모든 일이 그러하듯 여기에도 예외가 있다는 걸, 왜 아무도 내게 말해주지 않았을까?


사랑의 말을 할 때는 예외다. 여과하지 않아야 한다. 그럴 필요가 없으니까. 사랑하는 사람들이 아름다운 감정의 순간순간에 머릿속에 생성된 달콤한 말과 몸짓을 거르지 않고 모두 내보낸다면, 이 세상은 어떻게 될까? 모두가 나처럼, 녹아버리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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