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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르마타 Oct 08. 2016

사회운동/정치/시민사회 아무말잔치

집합행동과 사회운동 6주차 (발로 쓴) 쪽글

Tilly(1973)의 글은 ‘근대화가 혁명을 야기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하여 ‘아니오’라고 대답한다. 그는 물론 갈등이나 혁명을 촉진하는 단기적인 위기들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혁명(revolution)은 구조 변동의 직접적 결과가 아니며, 사회에서 벌어지는 대규모의 변화가 갈등 상황에 미치는 영향은 권력을 놓고 경쟁하는 행위자들이 각각 다르게 이용 가능한 조직적 수단들과 자원들을 비롯한 권력구조를 통해서 작동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새뮤얼 헌팅턴이 근대화 과정에서 지배 체제(regime)와 사람들의 수요(demand) 사이 벌어지는 불일치(discrepency)를 혁명의 원인으로서 이야기하는 것을 혁명의 성격에서 거꾸로 사회의 불일치를 추출하는 동어반복적이고 순환론적인 논리라고 비판하고, 동어반복적인 사회 이론이나 심리학주의와 단절하는 혁명에 대한 대안적 설명 방식을 제시하려고 노력한다. 여기에서는 구조적인 변화가 권력 구조와 혁명의 기회(opportunity) 구조에 작동하여 이를 변화시키는 상황과 집단의 동원이 더 중요한 문제로 여겨진다. 여기에서 Tilly는 사회운동이라는 개념을 사용하지 않고 혁명을 논의하면서 이를 전쟁이나 도적질과 같은 다른 폭력적인 행위들과 대응시키고 있다.


훨씬 더 뒤에 쓰여진 Tarrow(1996)의 글은 정치적 기회 구조(political opportunity structure)를 독립변인으로 하여 사회운동(social movements)을 설명하고 있는 기존의 연구들을 4개의 묶음으로 분류하면서 그 중에서 동적 국가주의(dynamic statism)의 형태로 연구가 진행될 필요가 있음을 주장한다. 프랑스와 미국의 사례를 비교하면서 국가 지배의 강도와 시민사회의 참여 정도, 혁명을 연결시킨 토크빌의 연구를 비판하면서, 어느 정도의 중앙집권화는 모든 근대국가-만들기(state-building)에서 드러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교통수단의 발전, 혁명의 타겟이 국가라는 형태로 집중화되는 상황,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채널의 형성 등 의도치 않은 정치적 기회 구조의 변화가 사회운동에 영향을 미친다고 이야기한다. 이러한 정치적 기회 구조는 국가 내 행위자들에게 중립적이지 않고 각각의 행위자들에게 다른 기회 구조로 다가오며, 운동 자체의 시간적인 순환(cycle)이 존재하고, 국가 차원을 넘어서 트랜스내셔널한 사회운동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점에서 복잡하게 사고되어야 한다. 또한 정치적 기회구조는 주어지는 것이기도 하지만 사회운동을 통해서 만들어지는 것이기도 하다.


두 글을 읽으면서 기본적으로 사회운동/혁명을 아주 비일상적인 것으로 위치시켜왔던 논의의 전통에 대해서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두 필자가 비판하고 있는 헌팅턴이나 토크빌도, 그리고 여기에 더해서 두 필자에게조차도 사회운동은 특수한 현상이고 그것은 셀 수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사회운동의 개념은 어느 정도 물질적 실체가 있고 그 자체의 역사가 있는 ‘큰 사건’으로만 제한되고 있다. 또한 두 글에서는 사회운동의 목표가 주로 정치체의 권력과 관련된 것으로만 논의되는 듯한데, 이는 실제로 우리가 마주하는 사회운동이 사람들의 인식의 개선이나 환경문제와 같이 정치권력과 아주 직접적인 관련을 맺고 있지는 않은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한정적으로 여겨진다. 정치 영역에서 권력을 두고 경쟁하는 행위자들은 상당히 능동적으로 그려지지만, 반면 사회운동은 정치 영역, 즉 제도권 바깥에서 기회 구조의 변화 상황에 따라서 거기에 반응해 무언가를 일으키거나 일으키지 않는 수동적인 존재인 것처럼 그려진다. Tarrow의 글에서 엘리트의 분열 상황에서 일부 분파가 사회운동과 관련해 민중의 지도자 행세를 할 수 있다고 본 부분이나, 사회운동 그 자체가 정치적 기회구조를 만들어갈 수도 있다고 한 부분이 인상적이었는데 이런 부분에서 조금 더 복잡하고 세밀한 설명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시민사회를 근대국가의 통치성이 실현되는 영역으로 다시 파악했던 푸코를 사회운동과 정치의 관계를 고려하는데 참조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참고문헌

Tilly, C. (1973). Does Modernization Breed Revolution? Comparative Politics, 5(3), 425-447.

Tarrow, S. (1996). States and Opportunities: The political structuring of social movements. In McAdam, D., McCarthy, J. D., & Zald, M. N. (eds.). Comparative perspectives on social movements: Political opportunities, mobilizing structures, and cultural framings. (pp. 4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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