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청정넷-기자단 후기 (편집장의 글)
저는 ‘기자단’이라는 말이 참 별로였습니다. 많은 공공기관, 기업, 시민단체에서 운영되는 기자단은 대부분 기자단이라는 말보다는 취재단, 홍보단, 마케팅 서포터즈와 같은 이름이 붙어야 온당한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조직을 세워주고 홍보해주는 활동에 대학생기자단을 부려먹는 행태는 썩 유쾌하지 않았습니다. 내가 쉽게 비판했던 그런 유형이 아닌, 조금 다른 기자단을 만들어보고 싶었습니다. 취재단이나 서포터즈로 변질된 기자단이나, 취업용 자기소개서에 스펙 한 줄 말고는 아무 것도 남기는 것이 없는 기자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일종의 강박을 가졌습니다. ‘좋은 기사’를 쓰기 위해 고민하고 결국 좋은 기사를 만들어내는 기자단으로 활동을 마치고 싶다는 생각을 줄곧 해왔습니다.
“우리는 매끄러운 글보다 관점이 있는 기사를 쓰고자 합니다.” 이번 기자단의 목표와 지향점을 압축적으로 드러내는 문장이었습니다. 정해진 규칙에 맞춰, 짧은 코멘트 몇 개와 사실 나열로 평범한 아이템을 깔끔한 글로 써 내는 것은 우리의 임무가 아니었습니다. 하나의 기사를 쓰더라도 취재과정과 기사쓰기, 그리고 그것이 소비되는 과정까지를 성찰적으로 고민하며 기사의 관점을 잡는 것이 우리의 일이었습니다. 더불어 단순히 운영진이 명령하고 기자단이 시킨 대로 일하는 관계가 아닌 ‘곁’이라는 동료적인 관계를 만들어보고자 했습니다.
우리의 작은 역사가 끝나는 지금, 그 프로젝트를 얼마나 성공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까요? 당연히 좋았던 부분도 부족했던 부분도 있을 테고, 각자 느끼는 점들이 다르겠지요. 하지만 저는 우리가 적어도 더 좋은 관계를 만들고, 더 나은 기사를 쓰기 위해서 노력하는 공동의 목표를 가졌다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고 느낍니다. 가끔 조금 떨어져서 바라보면서 행복하고 뿌듯했습니다. 하나의 문제의식에 관해서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이야기를 나누면서 기획기사의 구성을 짜는 과정에서 보여준 모두의 진중한 분위기와 적극적인 태도, 열기 같은 것들 때문에요. 어렵고 혼란스러울 때 ‘진심으로 혼란스러워 하는 모습’도 좋았고,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있다는 느낌도 좋았습니다. 그런 좋은 기억들이 많아서요. 이제 기자단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떠올릴 수 있는 긍정적인 이미지가 하나 생겼습니다.
물론 무조건 좋은 기억만 많은 것은 아니에요. 어떤 순간 정체되어 있다고 느껴질 때, 또 목표를 이루어내기에는 내 역량이 부족하다고 느끼던 순간들도 많았습니다. 또 우리가 함께 했던 ‘청년에 대한 글쓰기’를 어떤 관점에서 해야 더 잘 할 수 있는 것인지(청년이 쓴다고 해서 기성세대가 쓰는 청년에 대한 글과 다르다고 볼 수 있는 것인지), 기사라는 형식 자체가 가지고 있는 타자화나 재현의 문제에서 어떻게 멀어질 수 있을 것인지(기사의 제재를 지식의 대상으로 만들고, 그 대상을 왜곡해서 표현하게 되는 문제에서 벗어날 방법이 있는지)와 같은 조금은 근본적인 고민들도 더 얹게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아마도 새로운 고난과 고민을 해야 할 정도로, 우리가 함께 한 시간이 밀도 있는 경험이었기 때문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젊은 시절의 어느 한 시기에 좋은 추억들을 함께 남긴, 또 함께 치열하게 고민하게 해준, 이 글을 읽고 있는 기자단 친구들 모두에게 정말 감사합니다. 여러분, 모두 훌륭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