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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르마타 Jan 11. 2017

interview of interview

2016 청정넷-기자단 후기

2016년 3월부터 8월까지 짧지 않은 시간을 청정넷-기자단 3기 친구들과 함께 할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인터뷰, 칼럼, 기획기사 등 다양한 장르의 기사를 작성했던 지난 기자단과는 달리, 이번 3기 기자단은 [청년view]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인터뷰를 집중적으로 해 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함께 만들어 온 시간에 대한 회포를 풀어보기 위해서, [청년view]의 활동기간 내내 '언제나 있지만 어디에도 없었던' 인터뷰(interview) 씨를 모셔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인터뷰는 '김선기의 뇌내망상' 속에서 한참동안 이루어졌습니다.


김선기(이하 김):
안녕하세요, 인터뷰 씨.
언제나 도구로만 활용되다가 이렇게 주인공이 되어보니 기분이 어떠신가요?

인터뷰(이하 뷰):
뭐, 세상을 살다보면 이런 일도 저런 일도 있는 법이죠.


김:

2월이었던 것 같습니다. 서울청년정책네트워크(이하 청정넷)에서 처음으로 선생님께 연락을 드렸었죠.

그때 기억이 나시나요? 연락 받고 기분이 어떠셨어요?


뷰:

무척 반가웠습니다. 왜냐하면 아마도 청정넷에서 청년들에 대해서 청년들과 함께 이야기를 하려면,

청년들에 대해서 잘 알아야 할텐데 그러기 위해서는 제가 적격이라는 생각은 이전부터 가지고 있었습니다.

저는 특별히 청년 문제에 대한 전문가는 아니지만,

그래도 제가 청년 문제를 이야기하는 청년들에게 매우 필요한 존재일 수 있다는 생각은 많이 했었거든요.

주류 담론에서는 계속해서 '가난하고 불쌍한, 도움이 필요한 청년들' 같은 이미지를 자꾸 소진시키고 있고,

청년 문제가 심각하다는 진단은 계속 나오고 있지만 비슷한 이야기들만 재탕이죠.

저는 세상에 드러나지 않은 다양한 사람들의 작은 목소리들을 찾아내는데 재능이 있으니까요.

아마도 제가 청정넷과 함께 한다면 다양한 정책욕구를 가진 청년들의 가지각색의 목소리들을,

그리고 각기 다른 사회적 위치에서 1인분의 삶을 살아내고 있는 각기 다른 청년들의 스토리를,

발견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흔쾌하게 청정넷과 함께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김:

선생님의 이름이 가지고 있는 뜻도 저희가 눈여겨 보았었습니다.

2015년 기자단 2기 때도 "우리는 매끄러운 글보다 관점이 있는 기사를 쓰고자 합니다" 라는

나름의 원칙을 가지고 활동했었거든요.

뷰(view)라는 단어는 너무 매력적이어서 나중에 기자단의 이름(청년view)에도 감히 사용해봤습니다.


뷰:

네, 저도 제 이름이 썩 마음에 듭니다.

인터(inter)라는 부분도, 뷰(view)라는 부분도 다 마음에 들어요.

저는 자신이 하고 있는 대부분의 생각들이 온전히 객관적인 것이 아니라

특정한 관점(viewpoint)의 소산이라는 사실을,

그래서 누군가는 나와는 다른 관점을 가지고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오만이나 아집 없이, 사회에서 자신의 의견을 개진해나가는 1인분의 시민이 되기 위해 그렇습니다.

그리고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그 문제와 관련된 다양한 입장들이 이미 존재한다는 것을 알고,

그 입장들의 공통점과 차이점 따위를 파악하고 그것들을 좁혀 나갈 방법이 있을지 고민해 보는 게 중요합니다.

청정넷에서 얘기하는 청년 문제만 해도 그래요.

청년 문제가 중요하고 그것을 해결해야 한다는 합의는 있지만,

조금씩만 서로 얘기를 나눠보면 각자가 '청년 문제'라고 생각하고 정의하고 있는 것,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에 대한 관점의 차이가 상당하죠.


김:

저도 다양한 관점들이 있다는 것을 알고, 그것들의 지형도를 파악해 보는 것이

청년 문제의 해결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 또 특히 청년들을 주제로 글을 쓰는 사람들에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인터뷰 씨 이름에서 인터(inter)에 대한 이야기도 조금 듣고 싶은데요.


뷰:

아, 그래요. 잊고 있었습니다.

사실 저랑 케미가 좋은 사람들이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있더라고요.

본인의 관점이 너무 확고한 사람들과 만날 때는 '왜 굳이 날 만나려고 할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제 이름에서 인터(inter)를 더 빛나게 해 주는 조금은 열려 있는 사람들을 저는 좋아합니다.

인터뷰어든, 인터뷰이든 어떤 역할을 맡든지 간에 그건 같아요.

저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끝나고 나서 이런 말을 해 주는 사람들을 저는 좋아합니다.

이야기 나누기가 끝나고 나서, '나의 말상대뿐만 아니라 나에 대해서도 더 많이 알게 되었다'고,

그리고 그 이야기를 통해서 '내 관점이 어떤 식으로든 변하게 되었다'고 말해주는 사람들을요.

어떤 문제나 대상에 대해서 가지고 있는 내 생각이 어떤 생각이었는지를 더 잘 알게 되는 변화이든,

원래의 입장을 상대의 입장을 통해서 수정하게 되는 변화이든,

상대의 이야기에 반대하는 논리를 만들어가다 보니 자신의 입장이 더 분명하게 된 변화이든,

뭐든 간에요. 저와 함께 한 시간의 흔적을 자기 안에 새겨두는 사람이 좋아요.

청년view 기자단 친구들은 저와 함께 하면서 많이 흔들리기도 하고, 많이 변화도 하고,

성장이라는 말을 꼭 좋아하지는 않지만 많이 성장하기도 한 것 같아서 제가 다 뿌듯합니다.

기자단 친구들이 만난 많은 청년 활동가들도, 이 시대의 청년들도 마음을 많이 열어주어서

옆에서 보는 제가 다 신났습니다.

물론 열통이 터지는 일도 있었죠. 유명하신 분들이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자기 관점만 맞고 상대를 가르치는 일에만 골몰하시는 저명하신 분들 옆에 있을 때면요.

이런 사람, 저런 사람, 가리지 않고 만날 수밖에 없는 게 저의 타고난 운명이라 가끔은 슬프기도 합니다.


김:

아... 그 고생의 크기가 어느 정도일지 짐작할 수가 없네요.

저도 한두번 그런 일이 있을 때마다 그냥 다 때려치고 싶다는 생각도 많이 하지만,

이따금씩 있는 즐거운 기억으로 살아가는 게 인간인 것은 아닐까 뭐 그렇게 참아보곤 합니다.

인터뷰 씨는 정말 많은 곳에서 활동하시니까 그런 힘든 일이 더 많으시겠죠.

어쩐지 함부로 대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걱정입니다.

하지만 곁에서 지켜보기에 인터뷰 씨는 생각보다 매우 단단하신 분이라고 느꼈어요.


뷰:

맞아요, 생각보다 저는 어려운 존재입니다.

저를 쉽게 보는 경우들이 있는데 그럴 때마다 저는 뒤통수를 때리곤 하죠. 저의 악취미입니다.

단순히 말만 주고 받는다고 인터뷰 기사가 된다고 생각하는 경우들이 많지만,

좋은 글을 만들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저에 대해서 많이 연구해야 하죠.

청년view 기자단 친구들도 많이 헤매고 어려워하는 모습을 봤습니다.

특히 현장 인터뷰 미션을 나갔을 때,

어떤 사람에게 어떻게 말을 붙여야 조금 더 진솔한 이야기들을 제한된 환경에서 끌어낼 수 있는지

고민을 많이 하고 어려움을 많이 겪는 걸 느꼈습니다.

또래들의 생애사를 들을 때도 말이 별로 없는 친구를 고른 기자들은 많이 어려웠을 겁니다.

질문 잘하기, 답변 잘하기. 아주 간단한 일처럼 보이지만 아주 어렵습니다.

또 대화를 다 나누고 나중에 그걸 글로 만들 때도 고민이 많았을 거라고 짐작합니다.

어떤 말까지 써도 괜찮은 건지,

한 사람의 사적인 이야기를 공적인 글로 번역하는 과정에서 어떤 접근이 필요한지,

어떤 친구가 이런 문제를 겪고 있을 거라는 짐작을 한 채로 대화를 했는데,

그 친구가 자신을 그러한 방식으로 묘사하는 것을 불편하게 느낄 때,

어떻게 글을 마무리할 수 있는지 생각하는 일이 쉽지 않았을 겁니다.

다시 말하지만 저는 그렇게 자신을 더 잘 알게 되는, 고민하는, 변화하는 사람들을 좋아합니다.

청년view 기자단 친구들은 적어도 그런 고민하는 사람들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제가 옆에 있으면서 특별히 표현한 적은 별로 없지만, 사실

그래요, 좋아하고 있습니다.


김:

길지 않은 대화였지만 또 선생님께 많이 배우는 시간이었습니다.

2016년에 기자단 친구들, 그리고 인터뷰 씨와 함께 할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이미 도민준보다 오래 사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만, 그래도 인터뷰 씨 만수무강하시길 바랍니다.

청년에 대해서, 사회에 대해서 말하고 싶은 저, 그리고 많은 사람들 곁에 머물러주세요.


뷰:

끝내기 전에 하고 싶은 말이 있네요.

김선기 씨, 인터뷰를 마치 에릭남처럼 잘 하시는 군요.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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