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실격> 중에서

책 메모

by 페르마타


여간해서는 책을 잘 접지 않는데..

이 소설이 막 무지하게 좋았던 것도 아닌데..


다자이 오사무, 이은정 옮김. <인간 실격>. 서울: 더디퍼런스.


86-87쪽.


"저는 모두에게 붙임성은 좋지만 '우정'이라고 하는 것을 한 번도 실감한 적이 없으며, 호리키같이 노는 친구는 따로 두더라도 모든 관계는 단지 고통으로 기억하고 있을 뿐이므로 그 고통을 없애기 위해 열심히 익살꾼을 연기하다가 오히려 제가 지쳐서 떨어져나갔습니다. 얼마 되지 않는 지인의 얼굴을 닮은 사람을 길에서 마주치면 흠칫하고 순간적으로 어지러워질 정도로 불쾌한 전율에 공격당하는 지경이라 남에게 인기는 있어도 사람을 사랑할 능력은 부족했습니다(원래 저는 세상 인간들에게 과연 '사랑'의 능력이 있는지 여부가 상당히 의문이었습니다). 그러한 제게 이른바 '친구'가 있을 리 없고, 게다가 저는 누군가네 집을 '방문'할 능력조차 없었습니다."


131-132쪽.


"불행. 이 세상에는 불행한 사람들이 다양하다. 아니 불행한 사람투성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지만 그러나 그 사람들의 불행은 이른바 세상에 대해서 당당하게 항의할 수 있고 '세간'도 그 사람들의 항의를 쉽게 이해하고 동정합니다. 그러나 제 불행은 모두 제 죄악에서 생겨난 것이어서 그 누구에게도 항의할 수 없고, 또 더듬거리며 한마디라도 항의하면 넙치만이 아니라 세상 사람들 모두 잘도 그런 말을 한다고 어처구니없어 할 것이고, 저는 도대체 일반적으로 말하는 '제멋대로'인지 또는 그 반대로 기가 너무 약한 것인지 저도 이유는 모르지만 어쨌든 죄악의 덩어리라서 끝까지 점점 불행해지기만 할 뿐 이를 막을 구체적인 방도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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