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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르마타 Aug 19. 2018

지식의 불확실성 (1)

지식연구 세미나 시즌1 3주차 RP

읽은 것:

Wallerstein, Immanuel (2004). The Uncertainties of Knowledge. 유희석 (역) (2007). <지식의 불확실성: 새로운 지식 패러다임을 찾아서>. 파주: 창비. 1부 (5-134쪽).

Burke, Peter (2000). A Social History of Knowledge Ⅰ: From Gutenberg to Diderot. 박광식 (역) (2017). <지식의 사회사 1: 구텐베르크에서 디드로까지>. 서울: 민음사. 2-4장 (35-132쪽)          


우선 <지식의 사회사>. 짧으니까 먼저. 1) 지식생산에 있어서 제도와 기관의 중요성을 일관되게 이야기하고 있어서 그 점이 인상적이었다. 중요한 내용이다. 2) 도서관이 처음에 일부 학자들에게는 거부당했다는 사실, 연구나 조사와 같은 개념조차도 어느 정도 발명된 것이었다는 사실, 도서관을 찾아서 서향 이동을 한 학자들의 무리가 있었다는 사실 같은 것들이 흥미롭게 느껴졌다. 3) ‘지식의 지리학’은 사실 버크의 책이 다루고 있는 시기와 지리적 범위가 한정되어 있어서 그런지 내가 기대했던 내용과는 조금 달랐다. (전지구적 남북 문제 뭐 요런 걸 생각함.) 다만 ‘도시’나 ‘항구’ 같은 것, 혹은 지리적 위치의 역할이 이미 다 전자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오늘날의 맥락에서는 어떠한 식으로 작동하는지, 즉 변화한 시기에 버크식 ‘지식의 지리학’은 어떠한 식으로 연구될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한 약간의 궁금증이 생겼다.     


그리고 <지식의 불확실성>. 1) 인문학과 자연과학이라는 두 축을 놓고 그 사이에 사회과학을 놓아서, 사회과학의 중요성을 극적으로 증폭시킨 것, 더불어서 그러한 ‘두 문화’의 침입자로 자연과학에서의 복잡계 연구와 함께 인문학에서의 문화연구를 이야기하고 있다는 것, 그 자체가 상당히 흥미롭게 느껴지는 지점이 있었다. 매일 얘기하는 문화연구를 이런 식으로 생각해보기는 또 처음이랄까. 2) 월러스타인은 결국 ‘역사적 사회과학’이라는 것을 반복적으로 주장하고 있는 것인데, 이 학제적(interdisciplinary) 기획에서 그것을 최근의 경향들, 그러니까 분과학문의 경계와는 (나아가면 국경과도) 무관하게 만들어지고 있다고 저자가 진단하는 소규모 연구공동체들과 연관짓는 부분에서 (월러스타인은 ‘폭넓고 참된 국제화’라고 얘기한다) 이 시각 자체가 그가 1세계의 연구자이기 때문에 가능한 어떤 것이 아닐까 하는 그런 생각이 좀 들었던 것 같다. 내가 참여했던 국제 세미나의 경험은 정말로 완전히 허브가 있는 식이었고, 그에 비해서 모두가 3세계 사람들(아시아권)이었던 참여자들은 사실 제대로 학술적 소통을 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에 가까웠다. 


3) 19세기의 주요한 분할은 훼손되었으나 또 다른 분할이 지지를 받고 있다고 하면서, 거시와 미시, 자아와 사회체, 젠더 등의 이야기를 하는데 이 부분에 개인적으로 밑줄. 4) 장기지속(longue durée) (accent 표시 찾기 너무 귀찮아...) 개념이 사실 세대 얘기하면서도 나오고 요즘 ‘장기 386’이나 ‘장기 80년대’에 대한 얘기도 나오고 그러는데, 그래서 지식여행과는 약간 탈맥락적으로, 아니 어쩌면 관련이 있을 수도 있지, 모든 것은 관계적이니까, 궁금한 부분이 생겼다. 세계체제론 궁금. <지식의 불확실성> 옆에 <유럽적 보편주의>라는 얇은 책도 놓여 있던데 일단 읽어보아야지 하고 생각했다. 


5) “불행하게도 너무 많은 학생들이 외국에서 수집된 자료들을 자기 나라의 기억된, 혹은 상상의 자료들과 비교했다”(108쪽) 라는 내용 있는데, 이 ‘상상된 비교항’이라는 것 자체가 내가 좀 관심이 있는 것이라 기록. 세대 논의에서는 주로, ‘청년’에 관한 논의에서 드러나지 않지만 항상 숨어 있는 비교항이 상상된 지식인들 본인의 자기 청년기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6) 연구소 이야기는 언제 어디서 읽어보아도 재밌다. 부르디외 유럽 연구소 얘기도 그렇고, 라자스펠트 연구소 얘기도 그렇고, 월러스타인네 연구소 얘기도 그렇고. 리더의 자기 재현이라 좀 그런 부분이 있긴 하지만, 아무튼 근미래에 좋은 연구소에 구성되고 싶다. 7) 전체적으로 ‘지식사’와 ‘세계체제의 (역사)시간성’을 연계해서 설명하고 있다는 것이 매력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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