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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르마타 Sep 28. 2016

Ah-Choo! (아이돌음악을 잡아라!)

Technology and Everyday Life 4주차 뒷북을 둥둥

이번주 수업은 Katz의 <소리를 잡아라>라는 꽤 오래된 책을 바탕으로 진행되었는데, 대강 소리와 관련된 기술(특히 녹음기술)의 변화가 우리가 음악을 듣고 이해하는 방식, 그리고 음악을 소비하고 생산하는 문화적인 관습들의 변화와 어떠한 식으로 조응하는지에 대한 논의였다. 그런데 사실 수업을 들으면서 아주 많이 떠올랐지만 말하지 않은/못한 '아이돌'과 관련된 사례들이 많아서 왠지 미련이 남아, (특히 내가 생각하기에 가장 노잼이면서 가장 어려운 '유형성' 토론이 걸리는 바람에.... 아숩...) 아주 짧게 브런치에서 뒷북을 쳐보려고 한다. 예스잼은 아니고, 노잼일 가능성이 높다.


유형성(tangibility/reification)

녹음을 통해서 소리/음악을 저장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reification과 관련), 그리고 물질의 형태(LP, 카세트테이프, CD 등)로 소유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을 뜻한다. 유형성이라는 특성은 녹음된 음악과 관련된 다른 모든 특성들이 발생할 수 있게 된 기본적인 계기라고 할 수 있다. 녹음기술로 인해 소리와 악기/가수가 분리되면서 소리에 맞는 상(image)이 보이지 않는다는 가시성의 문제가 발생하게 되었고, 소리/음악은 이동할 수 있고 또한 반복 연주될 수 있게 되었으며, 녹음 기기의 용량에 맞게 음악의 시간이 제한되고 녹음 장치의 특성(수용성)에 맞게 연주와 가창이 조정될 필요가 있게 되었다. 그 외에도 녹음 기술로 인해서 녹음된 소리를 대량 생산하여 판매할 수 있게 되었으며, 이러한 과정에서 음악 산업은 공연 중심에서 녹음된 음악의 판매라는 새로운 수입원을 찾을 수 있게 되었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유형성은 물질성의 측면에서는 다시 사라지게 된 것으로 보이지만(더이상 카세트나 CD, LP로 음악을 듣지 않는다!), 저장을 통한 개별적인 소리/음악의 소유라는 측면에서 보면 오히려 이러한 유형성이 디지털 환경에서 극대화된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비)/가시성((in)/visibility)

수업시간 내내 머리 속에는 녹음기술과 음악문화에 대한 논리적인 생각보다 더 많이 떠다녔던 노래가 한 곡 있었고, 그게 바로 'Ah-Choo'였다. 아 츄~ (뙇!) 널 보면 재채기가 나올 것 같아~ (팡!) 너만 보면 해 주고픈 얘기가 참 많아~ 나의 입술이~ (뙇!) 너무 가안~지러워 참기가 힘들어~ 아 츄~ (퐣!) 이것만 머리 속에서 계속 반복하고 있었는데, 들켰을 수도 있겠고 아닐 수도 있겠지만 동시에 나는 소리만 생각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내적 댄스를 추고 있었다. 이 곡을 좋아하고 무대 영상을 한 번이라도 본 사람이라면 이 후렴구를 소리로만 기억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기침을 하듯 손바닥을 입에 붙였다 떼고 어깨 뒤로 팔을 넘겨서 포인트를 잡아주는 동작, 다리로 왼쪽 한 번 오른쪽 한 번 스텝을 밟는 동작, 팔을 펼쳐서 한 바퀴 도는 동작 등은 소리 자체와 분리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통합되어서 함께 기억된다. 소리를 마치 보는 것처럼 형상화하는 것이 수용자에게 음악에 대한 상을 남기는데 있어서 아주 중요한 프로젝트인데, 아마도 아이돌음악이라는 장르에서는 이것이 아주 직관적인 '포인트 안무'를 통해서 이루어지고 있는 듯하다. Cheer Up을 기억할 때, Tell Me를 기억할 때, 으르렁을 기억할 때, Bang Bang Bang을 기억할 때, 거기에는 언제나 방송안무가 함께 있다. 아이유의 3단 고음도 마찬가지인데, 그 고음을 듣는 순간 우리는 자동으로 한 팔을 크게 뻗으면서 몸을 반대편으로 서서히 돌리며 고음을 뽑아내는 작은 몸집의 스커트를 입은 아이유를 자동으로 연상하게 된다. 아마도 아이돌 음악산업에서는 이러한 점을 체득하여 알고, 그러한 비주얼적인 측면에 상당히 공을 들이고 있을 것이다. 이외에도 대중가요에서 전자음만 계속 찍고 있는 게 아니라, 어쿠스틱한 악기들을 사용해서 그 악기의 음 자체가 두드러지게 편곡울 하는 경우들이 있는데, 또 혹은 유희열도 흥행하는 가요의 공식이라고 이걸 언급한 적이 있는데, 아 츄 (퐝!), 미스터 츄 (퐝!), 내꺼하-자- (퐝!) 뭐 이런 식으로 음악에 공간감을 준다던지 하는 그러한 내용들을 생각해 볼 수 있겠다.


시간 제한(time limitation)

책에서 Katz가 언급하고 있는 것처럼, 대중가요의 길이가 여전히 3~4분에 정착되어 있는 것은 초기 녹음 기술에서 한 면에 4분 30초까지밖에 녹음할 수 없었기 때문에 그 기술에 맞게 음악의 길이가 조절되었기 때문에 그렇게 된 측면이 분명 있을 것이다. 그러나 기술의 수용 용량만을 언급하게 되면 그것은 유사 기술결정론으로 빠져버릴 것이다. 4분 30초 정도 길이의 녹음 기기가 도태되지 않고 채택되어서 표준이 된 데는 또 그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심지어 이제 디지털파일 형식으로 작업을 하고 또 배포되기 때문에 더 이상 과거와 같은 녹음 길이의 제한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3~4분이 유지되고 있는 데는 기술 말고 다른 이유를 조금 더 대어야 할 것이다. 최근의 대중가요를 생각해보면, 일단 한국에서는 잘 그런 표현을 쓰지 않지만 팝에서 곡을 따로 내고 또 Radio Edit 버전을 따로 내는 경우들이 있는데 보통 Radio Edit이 더 짧은 길이이고 3~4분의 형식에 맞다. 그것이 일반적으로 '라디오' 버전이라고 불리는 것은 바로 라디오에서 재생하기 좋은 길이에 맞춰서 재편곡했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만약 한 곡이 7~8분이 넘어간다면 전곡을 라디오에서 재생하기에는 부담스러운 길이일 것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방송산업의 관습이 대중음악의 길이를 구조화하는데, 현재는 녹음기술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을 것이다. 또한 요즈음 아이돌 팀들의 타이틀곡의 길이는 점점 더 3분에 맞게 짧아지고 있으며 심지어는 3분도 채 되지 않는 곡들이 타이틀곡으로 발표되기도 하는데, 이것은 공중파 음악프로그램에서 더 많은 팀을 출연시키기 위해, 특히 신인의 경우에는 출연할 수 있는 시간을 2분 정도까지 축소하고 있는 상황과도 관련이 있을 것이다! (예전에 블락비 신인 때는 1분 30초씩만 받아서 진짜 눈물 훔치던 시절이 있었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도 신인이고 뭐고 상관없이 SBS에만 출연해서 2~3곡씩 특별대우 받아가는 YG 짜증난다.) 또한 스트리밍 위주로 음악의 순위가 산정되는 상황에서 아마도 스트리밍 횟수를 줄어들게 하는 긴 길이의 곡은 도움이 별로 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도 언급할 수 있겠다.


조작성(manipulability)

디지털 음악파일 조각들을 가지고 정말 많은 일들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이것은 직업적 혹은 적어도 아마추어 턴테이블리스트(DJ)들이나 전문 작곡가들만 할 수 있는 일도 아니다. 우리는 굉장히 다양한 방식으로 음악을 조작 혹은 활용할 수 있다. 예컨대, 나만해도 여러 가지 경험이 있는데 일단 음원들을 모아놨다가 내가 진행하는 개인 라디오방송에서 단순히 재생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원작자의 허락을 받거나 공식 MR을 구하지 않고서도 디지털 음악편집 프로그램을 통해서 가수의 목소리를 제거하고 MR을 추출할 수 있다. 또 얼마든지 곡의 키나 템포를 바꿈으로써, 또 다른 효과를 주거나 변형을 함으로써 완전히 새롭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는 새로운 음악을 만들어낼 수 있다. 2000년대 중반 즈음에 싸이월드에서는 '뮤직쉐이크'라는 프로그램을 제공했는데 기본적인 음악 소스들 몇 가지를 가지고 나름대로 각자의 훌륭한 음악을 만들어낼 수 있었고 나도 거기에 참여해서 내 곡을 만들었다. 두 곡인데 제목은 Love Confession과 Love Driving. 음원을 만들어놓고 거기다 작사하고 멜로디를 만들어 내 목소리로 녹음해 입혔다. 추억이다. 아마 스마트폰 시대에 그런 것을 더 쉽게 만들어주는 어플리케이션이 있을 법도 한데... 아무튼 내게는 내가 만들어놓은 곡이 정말 많다. 벌써 30곡 정도 되는 것 같다. 언젠가는 서양수박에 음원을 등재하고야 말겠다(는 개소리).



이동성(mobility), 반복성(repeatability), 수용성(receptability)도 쓰려면 쓰겠지만 귀찮으니까 넘어가기로 하겠다. 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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