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은군 다문화가정 르포르타주
기자가 됐다. 오늘로 25일째, 진실탐사그룹 <셜록>에서 인턴으로 일하고 있다. 거진 한 달 만에 첫 기사가 나왔다. 충북 보은군을 배경으로 결혼이주여성과 그 가족들의 삶을 기록한 르포다.
‘인서울’
학창시절 내 머릿속엔 이 세 글자뿐이었다. 이른 아침 0교시부터 자정까지, 1평도 안 되는 책걸상 자리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넓은 세상으로 갈 거라면서 활동반경을 최대한 좁혔다.
뜻대로 서울로 왔고, 졸업도 무사히 했다. 기자가 되고 첫 취재를 기획할 때, 내 눈이 향한 곳은 뜻밖에도 고향이었다. 아무것도 없는 산골. 막차가 7시에 끊기는 우리 동네.
“왜 결혼이주여성들에게 관심이 생겼어요?”
<셜록>에 채용되기 전, 우리 사장님인 박상규 선배는 내게 몇 번이나 같은 질문을 했다.
“그냥.... 어릴 때부터 보고 자란 게 그거라서요.”
누군가에게 왜 관심을 두게 됐냐는 질문은, 회사 면접 때 묻는 지원동기처럼 대답하기 참 곤란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로 면접성 질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 집요한 질문 때문에 나는 매번 처음으로 돌아갔다. 나는 왜 이걸 취재하려고 하는가. 결혼이주여성들이 대체 내게 어떤 의미인가.
부채감이었다.
내가 떠나려고 발버둥 치던 고향을 대신 지키는 언니들에 대한 부채감, 그녀들의 각박한 삶을 모른 체한 데 대한 미안함이 어디 얹힌 것처럼 목울대를 짓눌렀다.
캐리어에 짐 싸 들고 보은으로 내려왔다. 언니들이 있는 논으로 밭으로 취재하러 다니는 나날이다.
그렇게 만난 첫 번째 주인공, 알린 이 올란데즈다.
알린씨는 필리핀 최남단 타굼에서 태어나 보은군에서도 가장 외진 회남면 어느 마을까지 흘러왔다. 하루에 버스가 단 세 번 드는 오지마을, 그곳까지 이르는 험한 고갯길이 알린씨의 인생을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한 여자의 일생을 함께 읽어주었으면 한다. 알린씨는 ‘다른 외국인 여자들에게 도움이 되면 좋겠다’는 마음 하나로 모든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초짜 기자가 쓴 서툰 글 한 편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지는 확신하지 못 한다. 그러나 독자들이 퍼뜨려준다면 이야기는 달라질 것이다.
[스토리펀딩] 가장 작은 지구 '보은'
1화. 나, 알린 이 올란데즈
https://storyfunding.kakao.com/m/episode/246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