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위의 성인
시청 광장 공중에
사람이 떠 있다
잔디밭에서 50센티미터
열 걸음 동아줄타기를 완주하기 위해
엄마 손 잡고 올라서는 아이
기다리는 줄이 끝이 없다
더 높은 공중에
사람이 떠 있다
지상에서 70미터
사람답게 일하기 위해
하늘감옥으로 올라간 두 사람
내려올 날이 기약 없다
빌딩 앞에 서서 올려다보면
불꺼진 전광판 위로
내걸린 현수막
‘기아차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몽구가 책임져라!
전광판 위 고공농성중입니다’
광장 중앙에 서서 뒤로 몇 발짝
노란 깃발이 나부낀다
다시 몇 발짝
어두운색 차양막이 머리를 드러낸다
삐죽삐죽 뭔가 솟아 있는데
사람은 아니다
석양 무렵
사람이 나타났다
팔을 크게 휘두른다
체조를 하는지
여기 사람 있어요, 외치는지
지상의 사람들은 관심이 없다
아이가 놓친 풍선 하나가
하늘 위로 두둥실
전광판 꼭대기에 닿을 듯
시선이 한 곳에 모인다
내 옆에 앉은 남자가
어린 아들에게 말한다
“저기 사람이 있단다”
아들딸 못 본 지 330일째
오늘은 어린이날이다.
1km를 걷는 데에 15분
오르는 데 두 시간이 걸린다.